청춘.길
베르나르 포콩 사진, 앙토넹 포토스키 글,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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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 11

 

베르나르 포콩(Bernard Faucon)이라는 프랑스 남자가 사진을 찍고
앙토넹 포토스키(Antonin Potoski)라는 프랑스 청년이 글을 쓴
책입니다. 원제는 La plus belle route du mond.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란 뜻이지요.
저작권 표시는 2000년으로 되어 있고 마음산책이란 출판사에서
2001년 2월에 우리말로 펴냈답니다. 옮긴이는 백선희.

일회용 사진기로 찍은, 입자가 굵은 사진에서
미얀마의 사원 벽돌을 달구는 열기와
사헬 지역의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합니다.

유명한 사진작가라는 베르나르 포콩은 1997년에
"내 청춘의 가장 아름다운 날"이라는 축제에 전념했답니다.
그건 세계 20개국에 걸쳐서 청소년 2000명이 참여한 축제였다는데요,
이때 앙토넹 포토스키가 그와 함께 이 축제를 위해 세계여행을 했답니다.
이 책은 그 여행의 산물인가 봐요.

"거리를 걸을 때면 나는 누군가가 나를 납치해주기를 꿈꾸곤 했다.
내 등뒤로 다가오는 자동차 소리를 들으면서,
이번이야, 라고 혼잣말을 하곤 했다."

어린이 유괴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경험이 몇 차례 있는
나라 사람으로서, 책머리의 이 글을 보고는
진짜 '꿈꾸고 있네' 하는 생각부터 떠올랐지요.

미얀마의 옅은 황금빛 공기를 말하는 서두,
프랑스 식민지였던 사하라 남쪽의 아프리카 나라(말리)에서
강렬한 빛에 짓눌리며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 그의 몸,
그리고 쿠바의 밝은 빛 아스팔트가 깔린 고속도로를
한국제 자동차를 타고 테크노 음악을 들으며
그 아름다움과 난폭함을 받아들이는 그의 여행.

오리엔탈리즘의 혐의를 완전히 벗을 수는 없지만,
하얀 플라스틱 통에는 아무것도 씌어 있지 않고
은색 뚜껑에 검은 잉크로 '말리 우유 딸기'라고만 찍혀 있는
말리의 요구르트를 마시고는 이 나라의 모든 요구르트가
그러리라 생각하고 그 통을 간직하지 않은 아쉬움을
말하는 대목, "떠나온 세계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간다"는
걸 아는 그의 양식, 황금빛 억새가 펼친 양쪽 책장 가득 휘날리고
그 너머 보랏빛 민둥산이 희미하게 보이는 사진 때문에
용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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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09-08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배우시는군요. 멋져요! 저는 전에 배우려고 했지만 게으른 탓에. 그리고 디카가 생기니 내멋대로 찍을 수도 있고 해서. ^^ 그래도 기술이 좀더 좋으면, 카메라가 좀더 좋으면 더 멋지게 찍을 수 있을 텐데 하곤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