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미아로 산다는 것 - 워킹푸어의 시대,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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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0년전에 내신 저작 "당신들의 대한민국"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한국 비평이 전혀 녹슬지 않음을 보여주는 에세이다. 이 분처럼 성실하고 공부하고 올곧게 비판하시는 분이 계셔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 왜 이렇게 사회가 나아지지 않는 것인가 답답하기도 했다. 

방대한 역사적 지식과 여러 문화권의 언어를 습득하여 구사하는 빼어난 문장력은 모든 글에서 빛난다. 이 분이 시각을 통해 한국 사회를 보는 것은 마치 내 두뇌에 엄청나게 성능 좋은 컴퓨터를 머리에 달고 판단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탐욕과 분노 그리고 어리석음이 인간의 번뇌를 키우고 해탈의 순간을 늦춘다는 거죠

서유럽 내지 북유럽 사회에서 뭔가를 배우고 싶은 욕망과 동시에 열등감 같은 것을 느끼고는 저들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무엇이든 모범적으로 잘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는 것도 아마 재유럽 러시아인과 한국인의 공통점일 겁니다.

소비 자본주의는 일종의 ‘기생 체제‘입니다. 쉽게 중독에 빠지는 인간의 태생적인 약점에, 자본주의가 기생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이 기생충이 불러일으키고 이용하는 중독들은 과연 그 숙주인 인류를 또 무슨 파국으로 이끌어갈까요?

사회의 과제는 구성원이 어릴 때부터 나쁘지 않은 도취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예컨대 독서삼매의 유쾌함을 일찌감치 학교교육에서 보여준다든가, 사랑과 섹스가 마음과 몸에 얼마나 좋은지 일찌감치 성교육 과정에서 가르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어떤 자본주의 사회에서든 학교는 더 이상 사람을 ‘키우지‘ 않습니다. 학교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고 미래의 노동자에게 기초 교율 등을 가르칠 뿐이죠

열공에 ‘올인‘하는 사회의 문제점들은 뭘까요? 가장 널리 알려지고 많이 토론되는 문제는 ‘열공‘ 밑에 깔려 있는 단선적 신분 상승 열망입니다. 단순히 ‘재미있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통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죽도록 ‘노오오력‘하는 것이죠. 이렇게 낮고 높은 서열이 한국에서는 완벽하게 단선적입니다.

한국 사회는 유사 강간인 성 구매에 들일 금전적 여유는 있을 수 있어도, 정상적인 연애나 성생활을 유지할 만한 여유는 결단코 주지 않는 사회입니다.

페미들에 대한 혐오 하나로 자한당(현 국민의힘)에 투표하려는 한국의 젊은 중하위층 남성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들은 ‘xx 달린 사나이‘로서의 특권, 다시 말해 페니스 하나가 여태까지 한국 사회에서 보장해주었던 특권의 잠재적 상실을 더욱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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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린 가이드
김정연 지음 / 코난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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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묘사하셔서 정말로 이 일에 종사하시는 분인 줄 알았다. 에필로그를 읽으니 독일로 워홀을 떠나셨다고 한다.
직업의 세계는 항상 재미있는데 그 중에서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운 것 같다. 무심코 지나쳤던 모형 음식들이 얼마나 치밀하고 꼼꼼하게 관찰하여 만들어지는 것인지, 장인 정신이 들어간 멋진 작품인가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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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9번의 일
김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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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하는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누가 책임자인지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 현대판 카프카 성이다. 

고분고분 하면서 나를 자르려고 하는 사람은 계속 피해야 한다. 노동에서 인간의 존엄은 왜 지켜지지 않는걸까? 왜 우리는 이렇게 서로 반목하고 미워하고 괴롭게 하면서 살야아 하는가. 

너무 슬프지만 이것이 한국의 자화상이다. 

사람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고, 무능하게 만들고 그래서 스스로 그만두게 하려는 회사의 의도가 너무 괘씸하고 화가 난다는 자신의 말을 거기 모인 사람들이 다 듣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니까 가까운 사람들 틈에서 너무나 쉽게 갈등을 만들고, 무엇이 미움과 불만을 부풀리는지 아는 영악하고 지능적인 회사의 실체를 비로소 목격한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사람을 개 취급 하고 무시하고 병신 만들어서 좋지? 사람을 본척만척하고 유령 취급 하고 여기 있는 너희 다 똑같아. 여자라고 만만하게 보고. 너희만 가장이야? 나도 가장이야. 왜 너희는 남아야 하고 나는 쫓겨나도 되는데! 밤마다 내가 여기 와서 얼마나 불을 지르고 싶었는지 알아? 그냥 확 불 지르고 다 같이 죽어버리는 건데. 너희가 그러고도 인간이야? 부끄러운 줄 알아. 너희들은 회사보다 더 나빠. 짐승보다 못한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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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몰라 - 자립·공존·연대를 위한 실험
장상미 지음 / 슬로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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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을 권리"라는 책을 번역하신 분의 책이라서 관심이 갔다. 비정부기관에서 일하시면서 경력을 쌓다가 사귀던 파트너와 같이 살게 되고, 두분이서 공간을 빌려 자신들의 철학대로 운영해보는 일을 한다. 

부동산 구하기, 꾸미기, 누군가와 협업하기 등 삶에서 누구나 마주치는 일이지만 이 분의 경험이 특별한 것은 삶의 태도에 있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닌, 자신을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해보는 것. 좋은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이처럼 가치를 따지지 않고 환대하는 공동체를 만날 때 비로소 사람으로, 도덕적 주체로 존재할 수 있다.

저자는, 출산과 양육이 개인의 선택이자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양육자 특히 여성의 삶에 엄청난 희생을 강요하는 폭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독립적 삶을 산다는 것, 그러니까 자립이란 단지 아무도 침범하지 않는 혼자만의 방에 파묻힌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전체주의와 폭력의 문제를 사유했던 20세기 사상가 한나 아렌트....에 따르면 인간의 삶에는 노동, 작업, 행위라는 세 가지 근본 활동이 있는데, 근대에 접어들며 작업의 지위가 부쩍 높아졌다. 작업을 담당하는 주체인 제작인들은 인간을 고된 노동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해 도구와 기계를 만들어냈다. 그들이 만든 도구와 기계는 분업을 통해 생산을 증가시켰다. 하지만 그렇게 높아진 생산성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하기는커녕 더 많은 노동으로 밀어 넣었다. 노동의 결과는 오로지 돈으로 환산되며,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건 소비뿐이다. 결국, 더 많은 돈을 벌어 더 많이 소비하는 것만이 좋은 삶의 모델이 된다.

클라이넨버그는 1인 가구 급증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노인과 약자들의 사회적 고립, 가난한 사람들과 병자들의 고립, 혼자 살면 아이가 없고 불행하고 외로울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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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폭정 :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조행복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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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진짜 모르겠다. 2022년 코로나가 이제 좀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전쟁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건지, 방지 할 수는 없는지 알고 싶었다.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다. 전쟁은 자본주의의 말로이고 이것으로 타파해 나갈거라고 굳게 믿는 지도자가 있다면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그럼에도 살아있는 동안은 발악이라도 해봐야겠지. 무엇보다 이 작가의 사상을 구성하는 책 목록이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다.


밀그램은 사람들이 새로운 환경의 새로운 규칙을 놀랍도록 잘 받아들인다는 걸 파악했다. 새로운 권위자로부터 그렇게 하라고 지시받기만 하면, 사람들은 새로운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놀라울 만큼 기꺼이 타인들을 해하고 죽일 용의가 있었다. 밀그램은 이렇게 기억했다. <나는 너무도 많은 복종을 목격했기에 독일까지 가서 실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1990년 선거 이후 수립된 러시아 과두 체제는 지금도 계속 작동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기 위한 외교 정책을 장려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정치인에게 돈을 주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상한 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는 갑부들에게 다른 시민들보다 훨씬 더 많은 발언권이 있으며, 따라서 사실상 투표권도 더 많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가게에 <유대인>이라고 쓴 독일인들은 실제로 유대인의 소멸 과정에 참여한 것이다. 멀뚱히 서서 지켜보기만 한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한 표시를 도시 풍경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이미 끔찍한 미래와 타협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Post-truth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의 신념이나 감정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2016년 옥스퍼드 사전은 이 낱말을 올해의 낱말로 선정한 바 있다.

파시스트들은 일상생활의 작은 진실들을 경멸했고, 새로운 종교처럼 울려 퍼지는 구호들을 사랑했으며, 역사나 비판적 언론보다 창조적 신화를 더 좋아했다.

때때로 사람들은 행동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질문을 던진다. 냉소주의는 우리를 세상 물정에 밝고 유연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제는 조롱이 주류이자 손쉬운 일이 되었고, 실제 언론은 불안하고 고된 일이 되었다. 그러니 현실의 일과 관련하여 적절한 기사를 직접 써보라. 여행을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 제공자와 관계를 유지하고, 기록을 찾아보고, 모든 것을 확인하고, 원고를 쓰고 고쳐라. 모든 것을 철저히 빠듯한 일정으로 해보라. 이런 일을 하는게 마음에 든다면, 블로그를 만들어 보라. 동시에 생계를 위해 그 모든 일을 하는 사람들을 신뢰하라. 기자는 완벽하지 않다.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보다 조금도 더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언론 윤리를 고수하는 자들의 글은 그렇지 않은 자들의 글과 질적으로 다르다.

제국의회 화재 사건이 독재자들에게 주는 교훈은 한순간의 충격이 영원한 복종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본능적인 공포와 슬픔이 제도를 파괴하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용기란 두려워하지 않거나 슬퍼하지 않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용기는 테러 경영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것에 저항하는 것이다. 공격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즉 저항하는 것이 가장 어려워 보이는 바로 그 순간부터 저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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