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는 트렁크 팬티를 입는다 삐(BB) 시리즈
최정화 지음 / 하빌리스(대원씨아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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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한명은 다리털, 보지털, 겨드랑이털을 씻을 때마다 면도한다. 털이 없어야 위생적이라나. 털이 오히려 인간의 살결을 보호해 주는거 아닌가? 

일본 지하철 전광판은 온통 제모 광고로 도배가 되어 있다. 도대체 왜? 여자가 털이 있는게 이상해? 

이런 나도 여름이 되서 민소매 옷을 입게 될때는 겨드랑이 털이 자꾸 신경이 쓰인다. 털이 없어야 이뻐보일거 같고... 뭔가 겨드랑이 털을 보이면 '자기 관리'가 안되는 사람처럼 보일거 같고... 그나마 다리털을 밀지 않는 걸로 제모의 왕국에 대항하는 셈 치고 있다.


남자 다리에는 털이 있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고 여자 다리에는 털이 없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유는 대체 뭘까? 그리고 내 다리에는 유독 많은 털이 나 있는 이유는 또 뭘까? 내가 내 다리털을 사람들에게 보여 줘선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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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내가 말하지 못한 모든 것
에밀리 파인 지음, 안진희 옮김 / 해리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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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강렬해서 읽기 시작했다. 첫장에 권김현영님의 추천사가 있어서 좋은 책을 골랐구나 싶었다. 첫장은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의 간병부터 시작된다. 중간에 가면 10대 시절의 가난, 가출, 마약, 섹스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연대기적인 구성이 아닌 것은 의도가 있지 않을까. 자극적이고 잘 팔릴것 같은 정교수의 10대 시절 방황보다 돌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는게 좋았다. 한국의 여자 교수님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쓸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든다. 여자 교수들 중 남편에게 맞는 사람도 꽤 있다고 들었으나 가정 폭력 미투는 나오지 않았던 것을 보면 여자들이 어디까지 참을것인가 싶기도 하다. 

돌봄, 섹스, 생리, 임신, 거식증 등 여자들이 "여자"라서 겪는 일들을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들렸으면 좋겠다.  

여성의 가치를 몸을 통해 규정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자기 자신의 몸을 통해 경험한 세계를 스스로의 언어로 표현하고 세계에 의미를 전달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침묵을 깨는 일은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침묵을 깨는 일은 우리가 자신의 취약성을 가지고 무엇을 하기로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취약성은 별개의 하나가 아니다. 치유도 별개의 하나가 아니다. 자기다움도 별개의 하나가 아니다. 이 모두는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얽혀 있고 하나하나가 근원적이다.

경험들을 글로 써 내려가는 일은 매우 고통스러웠다. 그렇지만 내가 이 고통을 회피하지 않은 것은 한 가지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글을 쓰고자 하는 충동이 위험하고 두렵다고 느껴지면서도 ‘필요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매우 오랫동안 그토록 철저하게 부정해왔던 나의 일부들을 되찾기 위해 이 에세이들을 썼다. 그리고 이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에세이들을 썼다.

여성들은 자기 신체를 평가하는 의례에 매우 익숙하다. 우리는 주변의 여성들을 쳐다보고, 자기 자신을 쳐다보고, 그리고 비교한다. 우리는 동등한가, 우월한가, 열등한가? 이를 피할 수 있는 여성이 거의 없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이 의례에는 지독한 결속력이 있다. 이는 마치 부정적인 치어리더와 함께 사는 것과 같다. 우리의 몸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정상적이지 않다는 소리가 배경음마냥 우리의 귓가에 계속 웅웅거리며 들려온다.

나이가 나보다 많든 적든 수많은 남성은 내게 젊어 보인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 말이 칭찬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 이 말은 절대 칭찬이 아니다. 젊어 보인다고 말하면 여자들이 좋아할 거라고 남자들은 생각한다. 그들이 보기에 여성에게 외모는 가장 중요한 것이고 젊은 외모는 최고의 외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 젊어 보인다고 말할 때, 혹은 내가 너무 순진해서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할 때, 혹은 내가 종신 재직권을 가진 교수임에도 내게 학생이 아니냐고 물을 때, 이 남성들은 내게서 십 년이 넘는 경력과 전문성을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흔히 칭찬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말은 사실은 즉각적인 격하에 불과하다.

학과장의 논평은 내가 강간에 관해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함축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여성은 보이기만 해야지 의견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지긋지긋한 태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여성에게 자신이 속한 곳으로 돌아가서 입을 닥치고 조용히 있으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성차별을 인식하고 공격하고 바로잡는 일 모두가 오직 여성들만의 책임이 되는 것에 넌더리가 난다.

진정한 실패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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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 거짓과 혐오는 어떻게 일상이 되었나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 돌베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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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되는 책이다. 미치코 가쿠타니가 유명한 서평가란건 어디서 들은 적이 있었다. 인터뷰도 안하고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는 깐깐한 독자이다. 가쿠타니가 수전 손택의 책을 혹평해 서로 설전을 벌였던 일이 유명하다고 한다. 싸움 구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

마지막에 실린 정희진 쌤의 해제만으로도 이 책을 볼 가치가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저자 관점을 반박하는 지점이 날카롭다.  

폭넓게 말해 포스트모더니즘 논의는 인간의 인식으로부터 독립된 객관적 실재를 부정한다. 지식은 계급, 인종, 성 등 다양한 변수의 프리즘을 통해 여과된다고 주장한다. ... 언어는 신뢰할 수 없고 불안정하다고 여겨진다. (기표와 기의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온전히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개인으로서 행동한다는 생각도 무시된다. 우리 각자는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특정한 시대와 문화에 의해 구성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토크빌은 "비숫한 조건, 습관, 관습으로 묶인 작은 사적 집단"에 틀어박혀 "사생활의 즐거움에 빠지"는 미국인들의 성향을 지적하며 이런 자기 몰두가 더 큰 공동체에 대한 의무감을 약화시켜 통치자들의 부드러운 전제정치에 길을 터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거짓등가성 (정반대되는 두 논거가 논리적으로 동등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을 때 일어나는 논리적 오류)은 저널리스트들이 균형을 진실과, 의도적인 중립성을 정확성과 혼동하고, ‘양측‘을 모두 보여주라는 우파 이익집단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였다.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 등 과학 편에 서 있지 않은 집단들은 "많은 측(면)", "다양한 관점", "불확실성", "다양한 이해방식" 같이 대학의 해체주의 수업에 어울릴 법한 말들을 퍼뜨린다.

확증 편향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론이 제시되었다. 사람들은 왜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성급히 받아들이는 반면, 이의를 제기하는 정보는 거부할까? 첫인상은 지우기가 어렵기 때문이고,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원초적 본능이 있기 때문이며, 우리가 이의 제기에 대해 지성보다는 감정으로 반응하고 증거를 신중히 검토하기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가 앎의 입문서인 이유는, 우리가 자명한 사실이라고 믿는 과학(normal science)도 규범, 즉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임시적인 패러다임이라는 인식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풍자, 냉소주의, 미친 듯한 권태감, 모든 권위에 대한 의심, 모든 행동 제약에 대한 의혹, (진단하고 조롱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회복하려고 하는) 야망 대신 불화에 대한 아이러니한 진단에의 지독한 애호"라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유산이 우리 문화에 흘러 들어왔다고 월리스는 주장했다.

인간은 타인과 사회와의 부대낌 속에서 자신을 정의하는 과정을 사는 존재다. 그러나 1인 매체 시대에는 자기가 자신을 규정한다. 자기도취, 자기 조작 시대다. 1인 매체는 모든 이들에게 ‘작가‘라는 부풀어진 자아(인플레이션 에고)를 부여했으며, 글로벌 자본주의 사회의 부의 양극화를 잊게 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기계에 시간과 노동을 기꺼이 사용함으로서 슈퍼 부자들의 삶을 떠받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은 콘텐츠를 가진 ‘최고의 지식인‘만 필요할 뿐이다. 이것이 소위, 고용의 종말이다. IT 산업, 금융과 유통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는 더 이상 사람의 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목도하는 현실이지만, 러다이트 운동 때와 다른 점은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지 않고, 자신을 해고한 시스템과 그 기계를 사랑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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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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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으로 유명 소설가가 된 조남주님이 만난 여성들을 기록한 책이다. 첫 에피소드부터 마음이 너무 아파서 읽다가 내려놓았다. 직장 상사의 성희롱을 고발했을 때, 피해자가 더 힘들어지는 엉망진창 사회, 손녀 손주들을 돌보는 할머니의 마음, 삶의 터전이 짓밟히는 일에 맞서싸우는 할머니, 국회 청소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 등 사회 각층의 이름 없던 목소리들을 담아 책으로 냈다. 

이름을 걸고 말하는게 여성들, 소수자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이름을 가진 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동등하게 취급해달라는 외침이다. 김지은님의 성폭력 고발 일지 책 제목도 "김지은입니다"였다. 누구의 딸,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이름을 가진 시민으로 여성들을 존중해라. 이것도 알아듣지 못하는 사회라면 가망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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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여자들의 사회 - 말해지지 않은 무궁무진한 여자들의 관계에 대하여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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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중문화 컨텐츠를 하나도 따라잡고 있지 못하는 나로서는 본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다. "고양이를 부탁해" 정도일까. 그것도 거의 15년전이라 가물가물한다. 스우파는 독서 모임을 하던 분에게 추천을 받았지만 아직 찾아보지 않았다. (귀차니즘...)

그렇다 하더라도 권김현영님이 쓰신 이 모든 비평은 너무나 재밌게 읽었다. 여성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남성들의 동성 사회성에서 동성 성애적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여성 동성 사회는 남성 동성 사회보다 상대적으로 덜 이분법적이다. 남성들 간의 동성 사회성은 동성애와의 구분을 위해 호모포비아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이 과정에서 여성을 성애적 대상으로서 소환하는 여성 혀오를 일상의 남성 문화로 소환하는 데 비해, 여성 동성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다양한 방식이 모녀 관계, 자매애, 여성들의 우정, 네트 워킹, 페미니스트 동지애 등 더 넓은 스펙트럼으로 펼쳐진다.

우리는 서로 닮았거나 같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이렇게 다르지만 동등하게 다르다는 걸 알고 있는 전제에서 우정을 맺는다.

베벌리 버치에 따르면 성적 지향은 생물학적 기질, 생활사의 국면, 역사적 풍조, 의학적 규정과 집단의 규범, 사람과 사건들의 영향과 반응에 따라 정해지고 또 변화한다.

이브 코소프스키 세즈윅은 ‘동성 사회적 욕망‘에 대한 설명에서 라이벌 관계에 있는 남성들끼리의 유대감은 대상 여성에 대한 욕망보다 더 깊고 강하며, 이때 여성은 동등한 존재가 아니라 남성들의 (상호 모방과 경쟁과 같은 형태로 드러나는) 유대를 위한 매개자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벡델 테스트의 기준은 세가지다.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두 명 이상 나올 것, 이들이 서로 대화할 것, 이 대화 내용이 남자에 대한 얘기가 아닐 것

현역 아이돌이 거식증, 공황 장애, 불안 장애, 우울증, 강박 등을 고백하며 활동 중단을 해도 별다른 화제가 되지 않고 지나간다. 이 무심함 자체가 메시지가 된다. 대중의 관심을 갈망하는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적절한 방식으로 통제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바로 이 무반응을 통해 배운다.

여성주의 심리학자 미리암 그린스팬은 <감정 공부>에서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의 에너지를 신뢰하지 못할 때 그 에너지를 억제하고 조종하는 것을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하곤 하는데, 이러한 감정의 억제는 바로 남성적 기준을 각인시키는 방식이라고 분석한다. 결국은 여자답게 행동하라는 명령이고, 남자처럼 굴지 말라는 강요하는 것이다.

여자가 여자로서의 주어진 역할을 벗어나려고 하면, 남성을 따라 하려고 한다는 식으로 읽는 건 너무나 게으른 분석이다

나는 "자매애는 있다"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억압받은 자들의 본능은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순응하는 데 있다. 저항은 아주 드물게 이루어지며 그래서 놀라운 것이다. 자매에는 그냥 생기지 않는다. 여자들이 집단을 이루고, 위아래에 다양한 위치에 포진해 있어야 서로 욕망하고 반목하다가도 저항하고 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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