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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파수꾼을 떠나며
조이스 메이나드 지음, 이희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어릴때부터 글을 써서 상을 받으며 '신동'으로 불린 적도 없고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를 두지 않았고
35살 연상인 유명한 작가와 연애를 하지 않았고
먹고 토하는 식이장애 경험이 없고
언니와의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적도 없고
낙태시킨 남자와 결혼 생활을 이어가지 않았고
내가 쓴 글이 영화화 되지도 않았고
엄마가 된 기쁨을 알지 못하고
유방 확대 수술을 받지 않았다.
호밀밭 파수꾼이란 책을 재밌게 읽지도 않았고, 이 '거물' 남성 작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전혀 없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10대 후반의 여성이 50대 남성에게 끌리는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잘나가는' 남성의 인정과 격려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만큼의 큰 효력을 발휘한다.
커리어를 포기하고 결혼하게 되었을 때의 후회와 통탄은 전혀 쓰여지지 않고 담담하게 자신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적어간 것이 좋았다. 모든 일을 세세하게 분석하고 자기를 비난하고 그 비난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나와는 정말 다르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생활력도 대단하다. 빚에 허덕여도 글을 계속 써나가는 정신력...
책 시작의 엄마 아빠 연애담과 성장기는 솔직히 그렇게 재밌지 않았지만, 엄마가 자기 딸의 몸무게를 신경쓰고 엄마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커리어가 단절된 이야기는 지금도 이어지는구나 싶어서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