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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 ㅣ 알베르 카뮈 전집 1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05년 9월
평점 :
긴 출장길이 예고된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가져갈 책을 엄선하게 되지 않을까.
게다가 지리한 비행기 시간이 무려 3일 이상일 경우에는 더하겠지.
너무 무거워서 머리를 쥐어싸매고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해서도 안되겠고,
너무 가벼워서 읽은 둥 만 둥이 되면 나중에 괜히 섭섭하겠고,
너무 사색적이라면 타이트하게 짜인 하루 일과를 마치는 호텔 방에서 한 두 장도 제대로 넘기지 못한 채 잠들기도 하겠고.
이런 저런 나름의 생각 끝에 고른 책은
이 책 까뮈의 [여행일기]를 비롯하여 총 5권.
가방의 무게 때문에 망설여서 겨우 5권으로 줄였으나, 아껴 읽는다고 읽었는데도, 마지막 이틀 남긴 상황에서 동이 나버렸다. 덕분에 돌아오는 비행기는 심심하기 짝이 없어서 도통 내 돈 내고 보러 갈 거 같지 않은 기내류 영화를 무려 3편이나 보고 말았다. 쩝.
총 5권에 대한 단상이라도 적어보자면...

우연인지 예감이었는지, 내용도 모르고 골라 간 이 책은 까뮈가 마침 미국과 남아메리카 지역을 방문 했을 때의 여행기였다.
번잡하고 소모적인 사교모임을 얼마나 질색했는지,
배로 갈 때 보다 비행기에서 까뮈가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너무나 잘 알 거 같았다. 단지 나 역시 미국이라는 장소와 비행기에서 부대끼고 있기 때문에라도.
그러면서도 예리한 통찰력으로 각각의 장소에서 느껴지는 공기를 명민하게 읽고 느끼며 개개의 인간들에 대한 관찰이 끊이지 않을 뿐더러 후에 이것을 자신의 작품에 승화 시켜 나가는 재질이 탁월하다는 것이 나와는 다른 점이겠지.

엉뚱하게도 나는, 줄곧 “사랑이 없으면 먹고 살 수가 없겠습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만화를 읽었다. 사랑하는 사람 없이 오로지 맛난거 먹으며 배 뚜드리고 속편히 사는거, 그런건 나는 참 잘 못하는 편인거구나, 그런 생각하면서.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내에서 읽었던게 역시 예감인지 우연인지.
아무튼 동경에 도착하여 스파게티 집에 가니 아무래도 이 만화에서 본 집을 찾아가고픈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으니, ㅋ 인간의 간사함이란.

요즘 대세가 동성애 코드와 성장소설 코드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주변에 넘친다.
성장, 우리는 대체 언제까지 성장해야 진정 다 자라는건가. 성장했는가 싶으면 죽을 때가 가까워져 있는건 아닌지. 털썩.

강영숙의 소설을 읽어보라고 권했던 처자가 있기도 하고 해서 무난히 읽힐 단편집으로 선정했던 책.
무난히, 라기보다는 약간 지루하게 이어졌었다고 봐야겠다.
이혼하고, 혼자 살거나 혹은 동성친구와 함께 살고, 아무튼 상당히 고립적으로 살아가는 현대 30대 여성이 주로 주인공인 내용들이 몇 개 있어서,
내게는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내면의 이야기들이 좀 지루함을 유발 했었나보다.
이제 소설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자체가 우스운건 아닌지.
'

읽어야 할 소설'이나 '있을 수 있는 소설'이 주류를 이루는 현재의 소설들 속에서 이처럼 잘 '읽히는 소설'이나 꼭 '있어야 할 소설'을 쓰는 이 작가의 뾰족함과 두꺼움은 단연 최상급이다. - 김미현 (이화여대 교수, 문학평론가)
이게 무슨 소리냠. @@ 최상급이라니. 평부터가 너무 질린다.
그리고 왜 소설이 ‘있어야 할 소설’과 그렇지 않은 소설로 구분되는거지? @@
이해 안가는 김미현씨.
흥.
아무튼 내겐 최상급은 아니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