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오 크뢰거 / 트리스탄 /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
토마스 만 지음, 안삼환 외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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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식이 너무 강하면 아프다.

강한 것은 이 사회에서 용납되기가 힘든 경우가 태반이다.

도무지 누구와 무엇을 맞추어간다는 것이 가당치가 않은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가는 편이겠으니.

그리고 그 자의식이 예술가의 자의식인 경우엔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만은)

종종 비웃음을 사거나,

그들이 비웃지 않아도 비웃는다고 느끼게 된다.

 

이것은 의심할 바 없이 토마스 만의 자서전과 같은 이야기.

 

허나,

그런 토마스 만이 가엾기만 하지 않을 뿐더러,

나에게서 싸구려 동정을 사지 않은데에는,

이렇게 매끈하고 정연한 논리로 무장해서

작품으로 승화(라는 말도 좀 쓰고 싶지 않은 단어이지만)해서

보여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것은 배고픔을 해소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가 않다.

내 안의 많은 것들이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되는 데 늘 허기를 느낀다면,

수많은 제약 외에도 본인의 미숙함과 부족함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래서 이러한 글을 읽으면서 그냥 포만감이나 대리만족을 느끼는 수 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걸 생각하면 말이다.

이것을 많은 욕망 중의 하나로, 독서를 분탕질 하는 도피로 매도하는 이들에겐, 너희들에게도 그와 같은 것이 무엇이든 하나는 있지 않겠냐고 물어주겠다. 그리고 그것은 독서보다 조금 더 나은 것이냐고도 , 왜냐고도 묻고 싶다.

 

딜레탕트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할 수도 있겠으나,

모든 사람들이 자기 식대로 이런 저런 일탈을 꿈꾸는 것을 누가 함부로 나무랄 수 있겠는가.

다만 그것이 과잉이거나 쓸데없는 허세일 때

구역질이 나는 것이겠지.

 

제 물에서 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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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11-09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마스 만에 대해선 아는 바 없으나, 굳이 리뷰로 읽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글이군요.

치니 2005-11-09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막 샤워를 마치고, 수단님 생각을 잠깐 하던 참이에요.
괜히 반가운걸요. ^-^

blowup 2005-11-10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가 강한 리뷰인 걸요. <마의 산> 말고 이걸 읽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 책을 많이 구입한 그룹이 만도기계라니, 좀 재미있네요.

치니 2005-11-10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만도기계가 왜 그랬을까, ... 아무래도 만도 기계 회장님이 딜레탕트였을까...
좀처럼 답이 안나오는데 만도에 물어볼까요? ㅋㅋ
<마의 산>도 저는 꽤 재미있게 읽었는데 길이의 압박이 심하다면, 이 단편부터 읽는 것도 괜찮을 듯 해요. <마의 산>은 또 후기 작품인지라, 이거랑은 사뭇 다르더라구요.

blowup 2005-11-10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기억하는 것은, <마의 산>을 읽으며 내가 요양원 생활에 대해 흥미롭게 여겼다는 것뿐이네요. 사놓고 몇년 또 방치할 것이 분명해서 망설이고 있어요. 그리고 적당한 책을 못 찾았어요. 알라딘에서 파는 것은 청소년 문고인데, 표지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사기가 꺼려지네요. 그런데, 치니 님 리뷰 보고 이 책부터 봐야겠다 싶어요. 인터넷이 없다면 제 독서가 훨씬 더 진척을 보일 텐데...

치니 2005-11-11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나무님, 역시 댓글에 신중을 기하는 분 답군요!
표지가 마음에 안들어서 안사는 것과 댓글이 신중한 것이 왠지 일맥상통하는거 같아서 말이죠.
저는 홍신문화사에서 나온 걸 구입했었는데, 어차피 <마의산> 같은 책에 완벽에 가까운 번역은 불가능하려니, 맘 비우고 읽었습니다. ^-^

rainy 2006-01-24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찍한 계산. 땡스투 누르고 지르다^^

치니 2006-01-25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센스!

토니 2010-03-11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 위주의 가벼운 책들이 못마땅해 투덜거리던 중 선택한 책입니다. 사실 오래 전에 구입했지만 작가의 화려한 이력 때문에 주눅들어 읽지 못했거든요. 공식적으로는 시간이 없어서 못읽은 책이고. 독일 작가 특유의 심오함이 뭍어난 책이네요. 한자 한자 가슴에 세기고 싶은. 요즘은 책은 넘쳐 나지만 선뜻 손에 가는 책은 없어요. 거만한 독자의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치니 2010-03-11 09:25   좋아요 0 | URL
으아 무려 5년 전에 쓴 글에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
거만하긴요, 책은 넘쳐나지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책이 많지는 않다는 점에 공감해요.
 

때때로 사람들이 나에게 쿨 하네 라고 멘트를 날릴 때면, 코웃음을 쳤었다.

지들이 날 알아? 난 쿨하지도 않고 , 쿨하고 싶지도 않다고.

 

하지만, 나는 지금 두렵다.

내 안에는 온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추운 방이 있다.

온수는 틀어도 나오지 않고 냉수만 퀄퀄 흐른다.

그래서 쿨.하.게 보였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한이 돋는다.

 

사랑을 주는 것과 받는 것 만큼은 잘 하는 줄로만 알았다.

연애를 잘 건다는 것이, 그것과 다른 줄은, 오랫동안 모르고 살았던, 멍청하고 이기적인 나를,

이제 거울처럼 들여다보니,

내 안의 그 차가움들로 끼얹어버린 많은 불씨들이 보인다.

 

잘했다고만 생각하려 한다. 그래서...

보고싶다거나 때 없이 울음이 솟구치는 것,

아쉽다거나 허전하다거나 쓸쓸하다거나 하는 감상들,

이제는 애써 밀어내면서 담담해하려고는 않겠다.

당할만큼 당해야 한다는 각오.

이 상황에 각오까지 하는 모범생이군.

 

내 마음 속 굳은 수도를 틀어서 힘겹게 따스한 물을 한 방울 씩 흘려야 하는,

추운 겨울 나기.

해보자 , 한 발자욱씩 걸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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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10-30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쿨한건 그만두고 열렬하게. 그건가요?

치니 2005-10-3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렬하게...정말 그래보고 싶어요, 일생에 한번이라도...

2005-11-01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5-11-01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 아, 그게 한글로 찾아야 하는거였군요 이러언...
그림,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넘 좋아요.
비밀은 지키는데, 좋아하는 언니에게는 알려주었어요.
그건 괜찮겠죠? ^-^

rainer 2005-11-0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질지 모르는 동생에게도 사알짝 그 좋은 그림을 보여주시면 안 되는 건지.. ^^

치니 2005-11-08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레이니어님. 이미 좋아졌습니다.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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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희망과 절망이 샴 쌍둥이처럼 붙어다니는게

우리 삶이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하나도 특별하지는 않은 이야기.

 

왓 이프? 라는 게임을 하는 중이라면

도움이 되는 이야기.

 

그 게임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더라는.

죽을거면 죽게 되고

살거면 살게 되고

노력하면 얻게 되고

기다리면 갖게 되고

그렇더라는.

 

하지만 모든것은 우리 인간이 결정하지 않으며

무엇인가 (그것이 신이던 바람이던 나무던 하늘이던 바다건!)

이끄는 대로 살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

 

잠깐씩 지루했다.

목록이 길고 설명이 길 때.

모르는 동물과 식물이 많이 나올 때 뇌의 기억력 장치에 빨간 불이 들어오니까.

 

그래도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는

386 바보상자 드라마 중독 해피엔딩을 기다리는 가벼움으로

다 읽은 나머지,

기억나는 몇 줄이 별로 없다.

그래도, 별 세개 정도는 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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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그 사람 마음이 보일 때가 있다.

그사람이 보이려고 해서가 아니라,

무작정 내가 보게 될 때가.

 

그럴 때 나는 외면했던가보다,

 

그럴 때 나는 아플 지도 몰라서 걱정했나보다,

 

비겁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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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7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5-10-28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예. ^-^ 이 글을 쓸 당시보다는 훨씬 릴랙스 된 편이구요...
사는건, 맨날 맑음과 흐림의 반복이죠. 케케
 

그런 사람들이 있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힘이 든다는 식의 표현을 일삼는 사람들.

(요즘은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이들에게 예전보다 더욱 방대하고 용이한 배설의 장을 열어주었다)

내가 오랫동안 그런 이들에게 품어온 생각은,

절대로 불쌍하다라는 측은지심이 아닌,

비열하다와 가까운 무시였다.

갓 태어난 아기조차도 머리통을 어떻게든 빼보려고 안간힘을 쓴 직후에, 가쁜 숨을 몰아쉬기 위해 엉덩이를 맞아야 하고, 게다가(!) 먹고 살기 위해 엄마 젖을 그야말로 있는 힘을 다해 빨아야 하는 게 세상이다.

그토록 절절하게 힘이 든 세상에 태어난 주제에,

어떻게 남보다 내가 더 힘이 든다고 아무때나 주장한단 말인가.

집에서 디스커버리 같은 채널 1시간만 봐도, 이 세상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란 없다'를 수시로 보여주고, 아프고 힘든 사람은 널렸다는걸 빤히 알게 되는데,

그런데도 왜!

그들을 볼 때마다 , 왜일까, 나도 저럴까, 윽 싫다 이런 생각을 줄곧 해왔는데,

이제 왜 인가를 조금 알 것 같다.

그리고 왜 나도 그러는지도, 알 것 같다.

 

우는 애 떡 하나 더 주니까 그렇다.

침묵은 - 많은 경우에 -  금이 아닌 세상이니까 그렇다.

이제, 울 때는 실컷 울어제끼고 살아보자. 크응. 잘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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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0-1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시는 걸 보니 잘 안 될 것 같은데요?ㅎㅎ
(sudan님 엽서의 댓글 보고 왔어요.^^)

sudan 2005-10-17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요? 크크.
치니님. 엄살 좀 떨어도 돼요. 뭐 어때요. 안 그래요?
(하지만, 결국 우는 소리 못 하신다에 한 표. ^^ )

2005-10-17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5-10-18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 아, ^-^ 반갑습니다. 여기저기 즐찾 해놓은 곳에서 로드무비님 많이 뵈었어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sudan / ^-^;; 엄살 좀 떨어보려구요. 잘 안될거라는 평이 지배적이긴해도... 글 자주 올려주세요. 작살로 딱 정수를 치는 듯한 글귀가 얼마나 마음에 쏙 드는지요.
속삭이신 / 아훗, 엄살이 심하시던가요? 글쎄, 그렇담 저도 인가보네요. 거기 가서 동병상린 많이 느꼈는데..후후.
잘 지냅니다....라고 하고 싶어요 ㅠㅠ

2005-10-18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5-10-19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속삭이신 님, 감사합니다. 무조건적인 위로는 사양하지만, 눈짓 하나로 오가는 위로는 큰 위안이 되죠.
네이버 계정 있어요. 찾아보아야겠네요

치니 2005-10-19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움, 속삭이신님... 찾아보았는데 , 이러언...너무 어렵군요.. 주소를 살짜쿵 컨닝하도록 해달라고 하면, 너무 뻔뻔할까요.^^;;

2005-10-19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