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최승자

 

생각은 마음에 머물지 않고

마음은 몸에 깃들이지 않고

몸은 집에 거하지 않고

집은 항상 길 떠나니.

 

생각이 마음을 짊어지고

마음이 몸을 짊어지고

몸이 집을 짊어지고,

그러나 집 짊어진 몸으로

무릉도원 찾아 길 떠나니,

그 마음이 어떻게 천국을 찾을까.

 

무게 있는 것들만 데불고,

보이는 것들만 보면서,

시야에 빽빽한 그 형상들과

그것들의 빽빽한 중력 사이에

어떻게 길 잃지 않고 허방에 빠지지 않고

귀향할 수 있을까.

 

제가 몸인 줄로만 아는 생각이

어떻게 제 출처였던

마음으로 귀향할 수 있을까.

 

*

밥을 먹으면서 시집을 읽는다.

밥을 먹으면서 시집을 읽게 된 이유는,

나의 속독 습관 때문에 시집이 너무 빨리 읽혀지면 곤란하니까 그렇다.

그래서 효과는?

있다. 우물거리면서 읽느라 읽은데 또 읽고 또 읽고 하니까 아무래도 천천히 본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자꾸만 입안의 음식이 튀고 서툰 젓가락질에 김칫국물도 튄다.

책에 , 말이다.

최승자 시인 얼굴을 한번 본다.

김칫국물 정도는 용서해줄까 싶은데, 아닌 것도 같고. 흐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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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6-02-03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 책이지 내 책이냐' 하고 신경 안 쓸 것 같아 ^^

Fox in the snow 2006-02-03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멀티태스킹이 도저히 안되는 인간이라서, 한꺼번에 두가지 일을 하는 사람 보면 신기합니다. 밥을 먹으면서 TV보는 정도야 저도 할 수 있는 재주지만 시집은 시도해본 적이 없네요.시집은 꼭 소리내서 읽는 촌스런 버릇이라 놔서리..^^

치니 2006-02-0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 / 오,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ㅎㅎ
endo / 아핫, [연인들]이라는 시집인데, 제가 endo님 소장함에서 보고 보관했다가 산건데요 ~~
rainy / ㅋㅋ 나도 그럴거 같긴 함.
Fox in the snow / 저는 뭐든 거의 멀티로 주로 하는 편이라 ... (산만한건지 ㅋㅋ), 학교 다닐 때 음악 들으면서 공부하는 애 치고 잘하는 애 없다는 소리, 저더러 하는 소리, 맞아요. 에헤.
시집을 소리 내어 읽는다... 멋지겠는데요? 언제 한번 들어보고 싶어집니다.

치니 2006-02-08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엔도님, 저도 자주 쓰는 말이에요, 왜 ! 슬픈 예감은 꼭 틀리질 않는지..으흑.

치니 2006-02-09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에헤 제가 틀렸으리라 나중에 생각했습니다. 한자를 제대로 알기나 해야 말이죠.
너무도 익숙한 인간형이라... 아.저도 그랬는데.
용건에 대한 것은, 물론 의향 있습죠 ! 무한 감사히 받겠습니다, 넙죽히.

푸하 2006-03-14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로운 시네요...^-^(이 이모티콘 배웠어요....^^;-제가 잘 사용하는 이모티콘 너무 흔함- 앞으로 많이 사용해도 돼죠?

치니 2006-03-15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시를 읽고 되게 뜨끔했는데,
푸하님은 자유롭다고 느끼셨군요...
^-^ 이 이모티콘이 뭐 제것도 아닌걸요. 얼마든지 사용 하셔도 되죠 ~

푸하 2006-03-15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 . 죽음 함석헌


삶은 얼마나 줄거운 일인가?

펴져 나가는 가지 같이 그칠 줄 모르는 삶의 음악을

손에, 발에, 소리에, 얼굴에 넘쳐 흐르게 하는 일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러나

한맘을 묶어 정성껏 바친 한 사람을 위해

맘껏 일하다가 힘껏 싸워 죽을 수 있다면

그는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보다도

흘러가는 세상 물결 속에 흐르지 않는 사업을 쌓아

바위 위에 서서 죽는 등대지기 같이 그 위에 서서

죽는다면

그것은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그러나 그보다도 또

영원히 실현될 길 없는 이상의 맑은 불꽃을 안고

새파란 날개째 불나비 되어 그 안에 뛰어들어 타 죽고

만다면 그것은 그것은 얼마나 눈물나는 일인가?




줄거움, 아름다움, 행복, 영광을 다 모르고



누에 2007-10-30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뒹굴~ 풉~ 흐응..

치니 2007-10-31 08:49   좋아요 0 | URL
아, 누에님, 이토록 오래된 글에까지 오시다니, 메르씨보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