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최승자
생각은 마음에 머물지 않고
마음은 몸에 깃들이지 않고
몸은 집에 거하지 않고
집은 항상 길 떠나니.
생각이 마음을 짊어지고
마음이 몸을 짊어지고
몸이 집을 짊어지고,
그러나 집 짊어진 몸으로
무릉도원 찾아 길 떠나니,
그 마음이 어떻게 천국을 찾을까.
무게 있는 것들만 데불고,
보이는 것들만 보면서,
시야에 빽빽한 그 형상들과
그것들의 빽빽한 중력 사이에
어떻게 길 잃지 않고 허방에 빠지지 않고
귀향할 수 있을까.
제가 몸인 줄로만 아는 생각이
어떻게 제 출처였던
마음으로 귀향할 수 있을까.
*
밥을 먹으면서 시집을 읽는다.
밥을 먹으면서 시집을 읽게 된 이유는,
나의 속독 습관 때문에 시집이 너무 빨리 읽혀지면 곤란하니까 그렇다.
그래서 효과는?
있다. 우물거리면서 읽느라 읽은데 또 읽고 또 읽고 하니까 아무래도 천천히 본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자꾸만 입안의 음식이 튀고 서툰 젓가락질에 김칫국물도 튄다.
책에 , 말이다.
최승자 시인 얼굴을 한번 본다.
김칫국물 정도는 용서해줄까 싶은데, 아닌 것도 같고. 흐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