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연말 결산을 보면서

지난 주의 무한도전은 '무한 EXPRESS' 라는 에피소드로, 무한도전 멤버들이 한 해동안의 감사를 담아 달력을 손수 배달하는 내용이었다.

택배 하나 때문에 시간을 세어가며 기다려 본 사람들, 택배 하나 때문에 온 동네를 휘저으며 '고객님' 찾아 헤매고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욕까지 먹으며 하루 10시간 이상 고단한 생활을 하는 기사님들 모두에게 공감 200배였던 에피소드. 달력을 받고 환하게 웃음짓던 사람들의 얼굴만 봐도 저절로 내 맘까지 푸근해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 사람 사는 게 이런 거지, 달력 하나 받고 이렇게나 좋아하는 우리들이지, 아, 역시 무한도전 ~ ! 사랑해요, 무한도전. 


난데없는 무도빠 고백으로 서두를 시작하는 이유는, 웬디 님의 한 해 결산 페이퍼를 보고서야 '앗, 이런 서비스가 있었지' 새삼 깨닫고 나도 해보았기 때문. 해보면서 다시 한번 우리집 3층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한 모든 택배 기사님들께 새삼 고마웠기 때문.


*


어떤 친구가 내게 물은 적이 있다.

"내 글은 재미가 없나 봐. 왜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지?"

나는 대답했다.

"아, 네 글은 정말 재미있어. 그런데 선뜻 댓글을 달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뿐야."

음, 그런데 난감한 것이, 그 어려운 부분이 어떤 점인지 나 또한 세세하게 말할 수 없었다.

세세하게 말할 수 없기는 하지만 어렴풋하게 알 수는 있다.

거칠게 구분하자면 세상에는 약 네 가지 정도의 글이 있다.

1. 글이 정말 좋은데, 추천은 마구 누르고 싶지만 차마 댓글이 안 써지는 글.

2. 글이 좋고 댓글도 막 쓰고 싶은, 그러니까 함께 수다를 떨고 싶은 글.

3. 글은 그냥 그렇지만, 댓글을 쓰며 함께 놀고 싶은 글.

4. 글이 별로라서 추천도 댓글도 안 하게 되는 글.

으음, 쓰고 보니 내가 4번의 글을 많이 썼겠구나 - 아흑.

아무튼지간에 1번의 유형은 댓글 수에 연연하지 않으셔도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벅찬 감동을 댓글로 어지럽히기 싫은 독자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그런 게 있다는 말씀.


내 통계를 보면, 올해 알라딘 생활을 열렬하게 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럭저럭 책을 읽었지만 전보다 리뷰를 많이 쓰게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땡스 투나 추천도, 리뷰보다는 간단한 소감을 적은 100자 평이나 페이퍼 쪽에 더 많은 점수가 나왔다. 아마도 점점, 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일이 조심스러워지는 모양이다.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 관련 페이퍼에 가장 많은 분이 땡스 투를 눌러주셨고, 조지오웰의 '위건부두로 가는 길'에 대한 리뷰에 가장 많은 분이 댓글을 달아주신 걸 보면, 내 진심은 어느 정도 통한 것 같아 기쁘다.


댓글을 가장 많이 올려 주신 분은 '네오' 님이다! 그런데 네오님, 요즘 어디 가셨어요? ㅠ 돌아오세요 ~

다음은 역시 우리의 다락방 님! 다락방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 왜 대단한지는 비밀, 나중에 알려드릴 기회가 있음 알려드리죠. 하지만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겁니다. 헤헤.

3위는 비밀, 4위는 굿바이님, 5위는 에디님!

올해 알라딘에서 개인적으로 위의 2번에 해당하는 글을 제일 많이 써주셨다 생각하는 분이 굿바이 님인데, 내게도 댓글을 많이 달아주셔서 역시 참 기쁘다.

그리고 오, 에디님, 제게 이렇게 은근히 댓글 많이 달아주셨다는 걸 잊고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근데 요즘 바쁘신가 봐요. 엉엉, 페이퍼 좀 자주 써주시지. 에디 님의 그, 묘하게 냉담한 듯 다정한 듯 경계를 넘나드는 글이 그립다고요.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글은 '우린 될 거야(제발)' 이라는 제목으로 쓴 페이퍼 - 그러니까 10.26 서울 시장 선거 전날 쓴 글이다. 올 한 해 가장 마음 졸였던 날로 기억한다. 원래 모든 세상사에 무디고 무심하기 짝이 없는 내가, 이토록 마음을 졸였으니 명박 정권 정말 대단하달 밖에.


내년엔 또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계속 책을 사고 읽고 쓰고 또 다른 서재의 글에 댓글을 달 것이라는 사실. 그 사실이 분명하다는 점에, 갑자기 가슴이 뻐근해 온다.


'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1-12-29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댓글 안달고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웬디님과 치니님께는 엄청 달았는가보네요. ㅎㅎ 그런데 제가 왜 대단해요? 네? 네?

그나저나 저는 저한테 댓글 단 순위권안에 에디님이 없어서 지금 뾰로퉁해있어요. 흥!!

치니 2011-12-29 13:14   좋아요 0 | URL
아니 아니, 다락방님, 상대 평가라는 게 있잖아요. ㅎㅎㅎ
저는 워낙 전체 댓글이 적으니까 에디 님도 5위하신 거여요.
에디님이, 모르긴 몰라도 저에게보다 다락방님에게 더 많은 댓글을 달았겠으나, 다락방님께 댓글 다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밀린 거죠. ㅎㅎㅎ

다락방 2011-12-29 13:1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더 열심히 달아서 1등했었어야죠!! 왜 밀립니까, 밀리기는!!
(치니님 서재에서 에디님한테 화내기 ㅎㅎㅎㅎㅎ)

치니 2011-12-29 13:16   좋아요 0 | URL
하나, 힌트를 드리자면, 제가 이래서 다락방님이 대단하다는 거임. ㅋㅋㅋ
(물론 다른 이유도 더 있지만요)

다락방 2011-12-29 13:18   좋아요 0 | URL
대체 뭐가 뭔지..음..실시간 댓글? ㅋㅋㅋㅋㅋ
저 오늘 식욕이 미친듯이 솟아서(평소보다 더!!)아침부터 계속 여태까지 먹었더니 에너지가 넘쳐나요. ㅋㅋㅋㅋㅋ 일 해야 되는데 일에 집중이 안되네요. 할 일 열나 많아서 책상이 서류로 넘쳐나는데...

레와 2011-12-2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한도전, 정말 최고죠?!
요즘은 하이킥도 감동의 쓰나미에요. 어제 에피도 너무 좋았어요!! 까오!

치니 2011-12-29 13:4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레와 님, 댓글 아이폰으로 달았나 부다. 세 번 연속 빵빵 ~
(나 이거 그대로 남겨둬야지. 힛)

근데 어제 하이킥, 그게 정확히 고백 된 거에요? 저는 박하선 표정이 아리까리 해서, 맹순이처럼 못 알아먹는 것 같던데.
(근데요, 레와 님, 빠담빠담도 감동의 쓰나미에요. ㅠ 나홀로 보느라 안타까움)

치니 2011-12-29 13:49   좋아요 0 | URL
앗, 제가 댓글 다는 사이에 세 번 연속이 수정되었군요. 빠르다, 레와 님. ㅋㅋ

다락방 2011-12-29 14:03   좋아요 0 | URL
어제 하이킥 좋았어요. 그런데 박하선은 못알아먹는 분위기. 사실 우리는 서지석이 그렇게 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지만 박하선으로서는 뜬금없긴 하죠. 다음부턴 안늦을게요, 라니. 뭔소린가 싶을테고. 맹순이는 확실히 맹순이임.
어제 크리스탈 좋았어요. 히히히히히

치니 2011-12-29 14:30   좋아요 0 | URL
그쳐? 못 알아먹었던 듯. 근데 저는 실제로도 박하선 같이 못 알아먹는 여자가 많을까, 그건 항상 의심스러워요. 지금까지 서지석이 한 것들만 봐도, 아무래도 저 사람이 날 좋아하나 생각은 드는데...암튼, `다음부턴 절대 안 늦을게요` 이건 백퍼 공감. 사랑은 머뭇거려서도, 또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도 알아주길 바라서도, 안 되는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쏘쿨 크리스탈 의견에 동감!

레와 2011-12-30 15:20   좋아요 0 | URL
치니님치니님!!!
빠담빠담, 종편이라..ㅠ_ㅠ
영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정우성이 한지민이 얼마나 이쁜지 저 안단말이에요.
엉엉..ㅠ_ㅠ 작년 여름 잠깐 들렀던 통영에서 빠담빠담 촬영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다렸는데.. 종편이라니..ㅠ_ㅠ

치니 2011-12-30 15:50   좋아요 0 | URL
종편 채널이 영 꺼림직하시면, 뭐 그게 그거긴 하지만요, Q TV에서도 자주 재방해주니 그걸로라도...ㅠ

라로 2011-12-29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내가 댓글 단 5 위 안에 안 들었어?? 그나마 댓글 많이 단 서재라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그런데 왜 내가 배신감이 느껴지지? 다시 생각을 가다듬어보니 일년에 6 개월은 댓글을 안 달아서 그럴수도 있겠다~~ㅠㅠ 그래도 나 몇 등인지 알고 싶어~~~~ㅎㅎㅎㅎㅎㅎ

치니 2011-12-29 17:08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맞아요, 자주 달아주셨는데도 공백이 좀 길어서 그랬을 거에요. 근데 아쉽게도 5위 이하는 알 수 없는 것 같은데요? ^-^;;

라로 2011-12-29 20:19   좋아요 0 | URL
아이폰으로 댓글 달았더니 난리도 아니구만,,,^^;;
나도 내년엔 치니님의 댓글 리스트 5위안에 들도록 완전 분발해야지~~~.ㅎㅎㅎㅎ

근데 에디님은 누구???왜 난 그분의 댓글을 못 봤지??ㅎㅎ

치니 2011-12-30 14:38   좋아요 0 | URL
ㅎㅎㅎ, 넵 분발하세요 ~!

에디님은, 음, http://blog.aladin.co.kr/koolaid 이렇게 서재를 운영하고 계시지만 좀 드문드문하세요. 저는 그분의 드라이하면서도 다정한 묘한 기운을 풍기는 글을 좋아해요. :)

굿바이 2011-12-29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런 영광을 제가??????
게을러서 혹은 밥벌이에 치여서 뭘 제대로 한 것이 없는데 이 글을 읽고 엄청 신나고 힘나요 ^-------^ 내년에는 완전 분발할래요!!!!!

치니 2011-12-30 14:39   좋아요 0 | URL
헤헤헤, 굿바이 님 이름이 보여서 얼마나 좋았다구요 ~ !

웽스북스 2011-12-29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가 아니라 에디라니. 충격!

치니 2011-12-30 14: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모두들 에디님이 5위라는 것에 충격을 받는 와중에, 이분은 정작 나타나지 않으시고...ㅋㅋ

웽스북스 2011-12-31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치니님. 나 2011년에는 알게 모르게 치니님의 영향을 참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새해에도 그러고 싶어요!

제가 늘 고마워하고 있는 거 아실랑가 모르겠어요.
치니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제가 치니님을 좀 더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것도요. 헤헵!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치니 2011-12-31 17:46   좋아요 0 | URL
저도요. 웬디님의 건강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모습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
내가 웬디님 나이 때 웬디님 만큼 가열차게 많은 것들을 고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느꼈지만, 그저 바라만 보는 걸로도 힘이 나기도 했어요.
고맙고, 우리 내년에 복 왕창 받자요 ~ 헤.

2012-01-02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2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데어 2012-01-10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4번만 아니었음 좋겠군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4번일듯_-;;;)

치니님의 글은 2번입니다. 아주아주 가끔 1번일때도 있지만요 ㅎㅎ.

치니 2012-01-10 12:39   좋아요 0 | URL
어이쿠 무슨 말씀을. 저야말로 주로 4번.

근데 블로그에 대한 의미가 각자 다르긴 해도, 제 생각엔 역시 '수다'가 주 목적이 되는 편이 좋은 거 같아요. 글 잘 쓰는 분들은 세상에 정말 많고, 그걸 읽어주는 저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할 테니, 쓸 때는 주로 저런 거 신경 안 쓰고 막 써요. ㅋㅋ 그런데도 읽어주시는 데어 님 같은 분 있어서 늘 감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