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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민이는 초등학교 입학식 도중에 코피를 쏟고 말았다. “정말 너무너무 긴장해서” 그랬단다. 사람 많은 데서 실수하면 어떡하나, 공부가 어려우면 어떡하나, 어떤 애들을 만날까 걱정이 되어서. 엄마와 함께 학교에 와 본 적은 있지만, 건물에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너무 커서 그것도 놀랐단다. 일곱 살 많은 형이 있어서 학교가 어떤 곳인지 짐작은 했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또 달랐던 모양이다.

 

 

 

 

 

 

 

 

 

『우리 선생님은 괴물』(마이크 탈러 글, 자레드 리 그림, 보물창고)은 학교 첫날 선생님이 괴물이라는 소문 때문에 악몽을 꾸는 아이의 이야기다. 꿈속에서 선생님은 손톱으로 칠판을 긁고 불을 뿜고 엄청 어려운 숙제를 내고 심지어 학생을 꿀꺽 삼키기도 한다. 깨고 보니 선생님은 (꼬리도 없고) 친절하고 예쁜 분. 규민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자 어떻게 선생님한테 꼬리가 있겠느냐고 깔깔대면서도 문득,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근데 진짜 무서운 선생님 걸릴까 봐요, 제일 걱정됐어요.”

“그랬더니 어떤 선생님이 오셨어?”

“진짜 좀 무서운 선생님이요. 저희 선생님이 6학년 선생님이었거든요.”

“응? 6학년 선생님이면 무서워?”

“네. 6학년 형아들이 무섭잖아요.”

 

덩치 큰 6학년 형들이 무서우니까 6학년 선생님도 무섭다는 이상한 논리가 1학년에게는 통한다.

 

“그리고 우리 선생님은 자꾸 다른 반에 뭘 갖다 주라고 시키는데요, 찾기가 힘들어서 딴 반에 갖다 준 적도 있어요.”

“선생님도 1학년 때 화장실 갔다가 남의 반에 잘못 들어간 적 있어. 괜찮아. 다들 그래.”

“알아요. 그래서 이제는요, 선생님이 뭐 갖다 주라고 하면 거기가 어디냐고 자세히 물어보고 가요. 인성이랑 같이 갈 때도 있어요.”

“인성이가 누군데?”

“제 절친요! 저 코피 났을 때 걔가 옆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첫날부터 친구가 됐어요.”

 

‘학교 가면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 탓에 아이들은 선생님을 기본적으로 ‘통제하는 사람’으로 여긴다. 그러니 엄격한 선생님을 만나면 학교생활이 두 배로 어려워지고, 재미있는 선생님을 만나면 ‘살았다!’가 된다. 규민이는 선생님은 엄하시지만 좋은 친구가 생겼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우리 선생님이 최고야!』(케빈 헹크스 글·그림, 비룡소)는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단계에서 아이가 선생님과 관계 맺는 과정을 구체적이면서도 긍정적으로 그린 책이다. 슬링어 선생님은 멋쟁이에다 친절하고 아이들에게 맞장구도 잘 쳐주는 분이다. 릴리는 그런 선생님에게 푹 빠져 있는데, 새로 산 손가방을 그만 선생님에게 압수당하는 일이 생긴다. 릴리는 선생님을 비난하는 그림을 그려 제출하는 것으로 분풀이를 하지만, 다정한 편지와 함께 가방을 돌려받고는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지섭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니 곧장 제 담임선생님 자랑을 늘어놓는다.

 

“우리 선생님은 너무 웃겨서 수업시간 동안 <개그 콘서트>를 보는 것 같아요. 다른 반 애들이 다 부러워해요. 일기도 일주일에 한 번만 쓰면 되고요!”

 

또 발표를 잘 하거나 약속을 지키면 조그만 초콜릿을 하나씩 주는데, 그게 슬링어 선생님이 주는 치즈 과자보다 맛있는 거란다. 사실 지섭이 어머니는 내게 담임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하는데, 아이 앞에서는 절대 내색하지 않는다. 지섭이가 선생님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지섭이에게는 담임선생님이 슬링어 선생님을 제치고 “최고”가 되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무서운 규민이도, 선생님이 최고라는 지섭이도 학교에 가는 건 싫단다. 학교 안 가도 되면 얼마 동안 안 가고 싶은지 물으니 약속이나 한 듯 “안 가도 되는 만큼 계속” 안 가고 싶단다. 학교생활의 좋은 점은 하나도 없는지 다시 물어보았다. 규민이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린이집보다 일찍 끝나는 거, 끝나고 인성이랑 노는 거”란다. 지섭이는 “쉬는 시간 있는 거, 방학 있는 거”란다.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나도 학교 가기 싫어』(송하완 글·그림, 리틀씨앤톡)를 읽어 주었다. 학교 가기 싫어서 날마다 몸부림치며 방학만을 기다리는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다.

 

 

 

 

 

 

 

 

 

 

* 비룡소 북클럽 부모님 소식지 <비버맘> 1학년  / 2014년 겨울에 쓴 것  

* 물론 가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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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7-17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 글이다. 예쁜 글이에요. 좋다 좋아.
이로써 아이들 책을 또 장바구니에 주섬주섬 담아봅니다.
타미가 벌써 여섯살이거든요.

네꼬 2015-07-17 16:13   좋아요 0 | URL
저 방금 뭐 좌절한 일 있었는데, 다락방님의 `좋다 좋아`에 약간 기운 얻음.

으헝. 타미가 왜 벌써 여섯살이야. ㅠㅠ

희망찬샘 2015-07-18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학년 아이들 걱정이 무서운 선생님 걸리지 마라! 였어요. 저도 추천해 주신 책들 찾아 읽어 봐야겠어요.

네꼬 2015-07-21 15:10   좋아요 0 | URL
희망찬샘님은 안 읽으셔도 될 것 같은데...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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