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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의 탄생

유은실 글 * 서현 그림

 

 

 

 

 

 

 

특별할 것 없는, 굳이 뜯어보자면 좀 모자란 부부 사이에서 일수는 태어났다. 사람이 모자랄 것까지야 뭐 있나 싶어서 방금 '좀 모자란 부부'라고 쓰기가 망설여졌는데, 작가가 그렇게 그렸다. 왜 모자란 사람들이냐. 서로 잘 알지 못하면서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보고 결혼한 거야 흔한 사연이니 그렇다 치고, 아들에게 건 기대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특히 엄마가 그랬다. 일수를 두고 툭하면 "언젠가 나를 돈방석에 앉게 해줄 아들"이라며 치켜세우고 동네방네 큰소리를 치고 다니는 엄마는 순박한 소시민이라기보다 아둔한 욕심꾸러기 같다. 그에 비해 일수는 어땠냐면 보통이었다. 무얼 해도 중간이었다. 학교 선생님이 특기사항 란에 적을 말이 없어서 "순한 아이입니다. 특기가 생길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 많이 관심을 기울여 주십시오."(32쪽)라고 쓸 정도로 보통이었다. 이 책은 그런 딱 보통 일수가 나고 자라 어른이 된 데까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차분하게 또 능청스럽게.

 

초등학생 일수는 우연히 서예부에 들어 그저 성실하게 글자 교본을 베끼며 연습했는데 그게 어쩌다 한번 선생님한테 관심을 받게 되고, 엄마는 그걸 또 일수에게 서예가의 기질을 인정받은 것으로 오해해(이 엄마는 언제든 오해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다. 소란이 일단락된 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공고를 갔는데 기계공포증 때문에 자격증 하나 없이 졸업) 군에서 제대하도록(군대에서 이발 기술, 조리 보조 등을 배웠으나 모두 실패) 별 특기를 찾지 못한 일수는 예상 대로 엄마가 운영하는 문구점을 어슬렁거리는 백수가 된다. 예전에 잠깐 배운 서예 덕에 '독창적으로 서투른 붓글씨'로 초등학생 가훈 쓰기 숙제를 대신 해주며 자리를 잡는가 싶던 일수는, "선생님 가훈은 뭐냐"는 한 어린이의 질문을 계기로 어릴적부터 친구인 일석(중국집 운영)과 함께 자아를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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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 이야기(어머 ㅠㅠ)이지만 대학시절, 성당 주일학교에서 어린이들을 만날 때 깨닫고 놀란 것 중 하나는 평범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것이다. 반듯한 아이들은 그게 예뻐서, 말썽쟁이들은 그게 골치 아파서 자꾸 보게 된다. 그 사이에 있는 범범한 애들은 자주 놓쳤다. 그런데 동화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일수처럼 '완벽하게 보통'인 아이가 주인공으로 내세워진 작품은 흔치 않고, 있다 해도 그건 1)'평범한 아이예요' 라는 작가의 주장에 의한 것이거나 2) 개성이 없는 아이일 때가 많다. 일수는 평범한 게 개성이다. 그런 점이 좋다. 얼마나 평번한지 실감 있게 그리기 위해 공들인 흔적이 보이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작가는 그렇지 않았던 걸까? 잘하는 것도 없어도(이 분야에서 일수는 오히려 보통 이하였다) 가훈 대필가로 그럭저럭 살아가던 일수가 돌연 자아를 찾아 떠난다는 설정이 내겐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 마음이니까!

 

덧붙여 한 가지. 일수의 부모는 물론이고 "너는 누구냐" "너의 쓸모는 누가 정하냐" 등 도사님 같은 질문을 하는 명필(서예학원장)까지도 희화화했는데, 덕분에 이 작품에서 믿을 만한 어른은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동화에 대해 내가 선입견이 굳은 탓인지 나는 주인공이, 독자가 기댈 구석이 어느 한 군데라도 있는 작품이 좋다. 멍청한 어른을 꼬집는 거야 동화의 특권이지만 이따금 냉소가 지나쳐 과연 어린이 독자들에게도 전달이 잘 될까 싶은 부분이 더러 있었다. 작가의 말 분위기로 보건대 작가는 동화의 독자 중 어른들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쓴 것 같다. 아이에게 권하기 전에 어른들이 먼저 읽으면 좋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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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4-01-22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네꼬 2014-01-28 22: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하늘바람 2014-01-2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픈 책이네요

네꼬 2014-01-28 22:57   좋아요 0 | URL
어른보다 아이들 반응이 궁금한 책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