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데 산책하던 개들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였다. 주인이 알면 싫어할 수도 있고 그렇다고 양해를 구하자니 내가 좀 이상한 여자로 보일 것 같아서 이럴 땐 어지간하면 사진을 찍지 않는다. 그런데 아... 세 마리...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중형견... 짧은 순간 갈등했지만 결국 몰래 사진을 찍기로 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흩어진 낙엽을 찍는 척했다.
다가온다.
다가온다!
다가온다!!!!
... 그러나 이쯤에서는 주인이 의심할까 봐, 오히려 개들을 피해서 찍는 척 잠시 연기를 하면서 개들을 보내주었다...
..... 텅 빈 거리.
소용없는 것이다, 개가 없는 풍경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