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데 산책하던 개들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였다. 주인이 알면 싫어할 수도 있고 그렇다고 양해를 구하자니 내가 좀 이상한 여자로 보일 것 같아서 이럴 땐 어지간하면 사진을 찍지 않는다. 그런데 아... 세 마리...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중형견... 짧은 순간 갈등했지만 결국 몰래 사진을 찍기로 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흩어진 낙엽을 찍는 척했다.

 

 

 

 

다가온다.

 

 

 

 

 

 

 

 

 다가온다!

 

 

 

 

 

 

 

다가온다!!!!

 

 

 

 

... 그러나 이쯤에서는 주인이 의심할까 봐, 오히려 개들을 피해서 찍는 척 잠시 연기를 하면서 개들을 보내주었다...

 

 

 

 

..... 텅 빈 거리.

 

 

소용없는 것이다, 개가 없는 풍경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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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3-11-1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노노 ~ 제가 견주 입장에서 보건대, 웬만한 분들은 자신의 강아지를 이뻐해서 사진 찍는다면 싫기는커녕 기쁠 거에요. 무, 물론 개에게도 초상권이 있다, 이런 분도 간혹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선 개를 산책시키면 똥 쌀까 봐 눈을 흘기는 분들이 이뻐하는 분들보다 많기 때문에 ㅠ 서러움을 훅 날려주는 네꼬 님 같은 분에게 오히려 고마울 걸요.
저도 저번에 신호등 대기하고 섰는데 옆에 임산부가 서 계셔서 혹시라도 두리가 냄새 맡고 접근하면 싫어할까 봐 잔뜩 쫄았다가, 그분이 두리더러 착하다며 예뻐하고 웃음 지으니 얼마나 마음이 놓였는지 몰라요.

네꼬 2013-11-10 20:05   좋아요 0 | URL
아아 그런가요! 저는 왠지 싫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을 못 붙였어요. 음, 그리고 아마 저 같은 주인이라면 엄청 뻐길 텐데 그러면 너무 얄미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담 주인 없이 있는 개는 찍어도 되냐! 네, 저도 물론 개의 초상권에 대해 생각해봤는데요, 어차피 된다 / 안 된다 우리한테 말해줄 순 없으니까 그냥 저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하하하하;;;;;

신호등 대기하고 서 있는 두리를 보면 누구라도 그럴걸요. 으왕, 만지고 싶다, 두리!

moonnight 2013-11-1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워라 네꼬님. >.<
제 생각에도 예뻐서 사진 찍으면 주인분들도 좋아할 것 같은데요. ^^

네꼬 2013-11-10 20:06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나는 문나잇님이 이러시면 이상하게 산적처럼 웃게 돼요. 껄껄껄...
(전 사실, 주인이 너무 잘난척할까 봐도 좀 망설여져요. 저란 여자.)

프레이야 2013-11-10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개가 없는 거리에 낙엽만 뎅그러니ᆞᆢ 낙엽 찍는 척하며 두근두근 하셨을 귀여운 네꼬님^^

네꼬 2013-11-10 20:08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ㅠㅠ 네 진짜 두근두근 했어요. 주인이 째려볼까 봐요. 오히려 약간 촬영에 방해된다는 듯 비켜 섰는데 왠지 서러움 -_-;; 아 언제까지 이렇게 도촬해야 할까요. ㅠㅠ

BRINY 2013-11-1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가 있는 거리 좋아요~
유기견 두마리가 사이좋게 붙어서 지나가면 한마리가 지나갈 때보다 더 찌잉해요.

네꼬 2013-11-17 23:09   좋아요 0 | URL
ㅠㅠ 붙어 다니는 유기견 두 마리라니. ㅠㅠ 어쨌든 개들은 여럿이 같이 있을 때 더 마음을 흔드는 것 같아요. 좋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