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를 오래간만에(..뭣이?) 읽었다.  

황선미 <바다로 가는 은빛 그물> 

좀 지난 시절 이야기인지 오늘날 이야기인지 조금 헷갈리는데(대놓고 과거 이야기였으면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 이야기가 재미있고 문장에 탄력이 있어서 좋았다. 좋은 작가는 역시 서사와 인물, 작가가 꼭 하고 싶은 말을 꽉 장악하고 있구나. 명하가 처음 잡은 실뱀장어를 과자와 바꾸어 먹고 집에 가는 길, "달콤한 맛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 없어지고 뼈가 시릴 정도의 추위만 남았다" 이런 담백하고도 효율적인 문장이 나는 좋다.  

 

 신수현 <빨강 연필> _황금도깨비상 수상작

'글쓰기'를 너무 신성시(?)한 건 아닌지 조금 갸웃하게 되고, 중간 이후 어느 부분부턴가 시점이 좀 헷갈리고(민호만 보다가, 엄마도 보다가, 민호만 보다가, 재규가 보다가 하는 듯하던데), 개연성에 약간 의문을(애들끼리 싸웠는데 그렇게까지 다칠까...?) 갖기도 했지만,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어쨌든 '억눌린 마음을 풀어주는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집중력이 좋아 보였다. 상 받으셔서 좋으시겠다.  

   

한윤섭 <해리엇> _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가 두 번째 작품.

<봉주르, 뚜르>를 퍽 좋게 읽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어떤 분이 좋게 말씀하셔서 읽어봤는데, 이번 작품에는 나로선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좀 있었다. 동물들끼리 말하는 것 말고는 전체적으로 사실동화인데 너구리 올드의 능력(죽음의 냄새를 맡아서 간단한 치유를 할 수 있다)은 비현실적이다. 175년을 산 거북이 해리엇,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은 원숭이 찰리 등 동물들이 다소 이상적으로 그려진 것도 아쉬웠다. 동물을 잡아 가둔 사람들의 (일방적인) 입장, 동물원에 갇힌 동물의 입장(어떻게든 나가자 Vs 여기서라도 잘 살자), 이 일련의 사태를 보는 작가의 입장이 헷갈렸다. 아이들이 어떻게 읽어낼지 궁금하다. ("생명의 소중함을 느꼈다"는 식의 독후감 말고. ㅠ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요즘 작품들에 괜히 짜게 굴었는지 모르겠다. 그랬다면 그건 내가 이런 클래식들(!!!)에 빠져 있기 때문일 거다. 아, 네꼬 씨의 가슴 뛰는 동화 읽기가 다시 시작됐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1-07-19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에겐 조카가 있으니까 이런 페이퍼는 별찜해야지!

음, 그런데 네꼬님의 이 페이퍼를 읽으니깐 말이죠, 뜬금없이, 네꼬님은 영화 [인 어 베러 월드]를 본다면 엄청 울겠구나, 싶어졌어요.

네꼬 2011-07-19 19:11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 다락님, 타미가 이거 읽을 땐 우린 40대 중반예요 아하하하하하....라고 쓰고 보니 내가 무슨 소릴 한 거야..? ㅠㅠ 제길.

moonnight 2011-07-19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조카가 읽기에는 좀 이르지만 미리 찜해놓을래요. 역시 고전이 고전인 이유가 있나봐요. ^^

네꼬 2011-07-19 20:09   좋아요 0 | URL
제목을 하도 들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던 게 후회도 되고(아 진작 읽을걸!) 다행이기도 해요(앗 아껴놓길 잘했다!). 호첸플로츠 시리즈 넘 재밌어요. 자려고 누워도 생각 나요. (^^)

2011-07-19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2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1-07-20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편애작가 황선미 작품 중 저렇게 이쁜 제목이 있었네요.
바다로 가는 은빛 그물.^^

네꼬 2011-07-22 09:14   좋아요 0 | URL
'편애작가' ㅎㅎ 어쩐지 프레이야님의 진심이 와닿아요! (^^) 저는 이번 동화가, 이야기도 재미있고 주제도 뚜렷해서 좋았어요. 오래간만에 개운한 작품을 읽은 느낌이었어요. 읽은 뒤에는 더 저 제목이 좋아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