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꿈을 아주 많이 꾼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실제 생활의 연장선에서. 그래서 꿈 속에서 평소에 먹고 싶었던 걸 먹기도 하고, 여행도 간다. 까맣게 잊고 있던 약속이 꿈에서 생각 난 덕에 난처한 상황을 피한 적도 있다. 이렇다 보니 부끄럽게도 어떨 땐 아침에 일어나서 그게 꿈 속의 일이었는지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헷갈릴 때도 많다. 부끄럽지만 이 나이에도 그렇다. 그런 게 너무 피곤해서 한약을 지어 먹은 적도 있다.  

재밌는 일도 많지만(사실 먹고 싶은 걸 꿈에서 먹는 건 참 흥미롭고 경제적인 일이다)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그중 제일 힘든 건, 실연 뒤에 헤어진 애인을 꿈에서 만날 때다. 언젠가는 매정하게 날 버리고 간 남자가 꿈에 나타나 가만히 내 볼을 만졌는데, 울면서 깨서는 일어나 앉아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꿈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날 찾아온다는 게 참 난감하다.  

지난밤, 꿈 속에서 나는 TV 뉴스를 보고 있었다. 노짱이 비밀리에 가망없는 치료를 받다가 극적으로 깨어나 건강을 어느정도 회복했다는 속보가 나왔다. TV에 비친 그의 얼굴은 조금 수척했고 상처도 나 있었지만 말도 하고 걷기도 하고 심지어 카메라를 향해 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멋쩍게 웃었다. 봉화마을 그의 집 대문 앞이었다. 그의 죽음에 슬퍼하던 그 많은 사람들이 머쓱해했다. 앵커도 그런 눈치였다. 나도 물론 그랬다. 어휴, 슬퍼하던 사람들은 참 이거, 잘 된 일이긴 한데 그것 참, 서로 얼굴 보기 무안하게 됐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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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9-06-2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은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창구지요.
네꼬님, 토닥토닥.

네꼬 2009-06-25 00:04   좋아요 0 | URL
늦은 밤에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오늘 밤은 별 꿈 안 꾸면 좋겠어요. 보석님, 안녕히 주무세요.

프레이야 2009-06-24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새 꿈을 안 꿔요. 별로 좋은 현상은 아닌건가요? ㅎㅎ
노짱이 나왔군요... 꾸욱!

네꼬 2009-06-25 00:05   좋아요 0 | URL
저도 꿈 좀 안 꾸고 맘 편히 자고 깨면 좋겠어요.
제가 은근 예민한 것 같아요;;;

2009-06-24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5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9-06-24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최근에 꾸었던 노짱 꿈들은 다 서글픈 것들이었어요. 네꼬님 꿈 이야기에 눈물이 나요. 우리 모두 토닥토닥이에요...

네꼬 2009-06-25 00:08   좋아요 0 | URL
저도 이따금 꾸긴 했지만 어제 꿈은 참 진짜 같았어요. 깨어서는 얼마나 마음이 황량했는지 몰라요. 이렇게 함께 울어줄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6-25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엔 극과 극이 있나봐요..
전 잠을 너무 깊게 자서 거의 거의 꿈을 안꿔요..
도닥도닥

네꼬 2009-06-25 00:10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깊은 잠이 늘 평안하시길 빌어요. 우리 잘 자고 잘 지내기로 합시다. 이 주책맞은 꿈 일기에 도닥여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순오기 2009-06-25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의 꿈이 현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ㅜㅜ
오늘 똑똑한 고양이라는 책을 보면서 네꼬님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람이 생각하는 '똑똑한 고양이'와 냥이들이 생각하는 것과 차이가 있어요.^^
사진 리뷰로 올려볼게요.

네꼬 2009-07-05 22:1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제가 답이 너무 늦었지요. 죄송합니다. ;;
그 먼 댓글도 지금 곧 보러 갈게요. (똑똑의 반대라서 제가 생각나신 건 아니지요? 땀 뻘뻘)

도넛공주 2009-06-25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눈물난다.........

네꼬 2009-07-05 22:12   좋아요 0 | URL
공주님, 그나저나 그 일은...? 잘하고 있죠?

쟈니 2009-06-29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저두 눈물납니다... 시간이 지나도 보고싶은 맘이 가시질 않네요..

네꼬 2009-07-05 22:13   좋아요 0 | URL
이쯤 되면 잠잠해질 만도 한데. 지금도 양치질하다 말도 문득, 길 걷다 문득 그렇게 떠올라요. 앞으로도 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