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꿈을 아주 많이 꾼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실제 생활의 연장선에서. 그래서 꿈 속에서 평소에 먹고 싶었던 걸 먹기도 하고, 여행도 간다. 까맣게 잊고 있던 약속이 꿈에서 생각 난 덕에 난처한 상황을 피한 적도 있다. 이렇다 보니 부끄럽게도 어떨 땐 아침에 일어나서 그게 꿈 속의 일이었는지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헷갈릴 때도 많다. 부끄럽지만 이 나이에도 그렇다. 그런 게 너무 피곤해서 한약을 지어 먹은 적도 있다.
재밌는 일도 많지만(사실 먹고 싶은 걸 꿈에서 먹는 건 참 흥미롭고 경제적인 일이다)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그중 제일 힘든 건, 실연 뒤에 헤어진 애인을 꿈에서 만날 때다. 언젠가는 매정하게 날 버리고 간 남자가 꿈에 나타나 가만히 내 볼을 만졌는데, 울면서 깨서는 일어나 앉아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꿈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날 찾아온다는 게 참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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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꿈 속에서 나는 TV 뉴스를 보고 있었다. 노짱이 비밀리에 가망없는 치료를 받다가 극적으로 깨어나 건강을 어느정도 회복했다는 속보가 나왔다. TV에 비친 그의 얼굴은 조금 수척했고 상처도 나 있었지만 말도 하고 걷기도 하고 심지어 카메라를 향해 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멋쩍게 웃었다. 봉화마을 그의 집 대문 앞이었다. 그의 죽음에 슬퍼하던 그 많은 사람들이 머쓱해했다. 앵커도 그런 눈치였다. 나도 물론 그랬다. 어휴, 슬퍼하던 사람들은 참 이거, 잘 된 일이긴 한데 그것 참, 서로 얼굴 보기 무안하게 됐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