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즐거운 것이 그곳의 개와 고양이를 만나는 것.

전주 한옥마을, 한옥스테이하는 집의 순한 개. 손님들이 만져도 성가신 표정 한번 짓지 않던 개. 입을 열면 전라도 사투리를 할 것 같았다.

담양 펜션에서 만난 털뭉치 강아지들. (알아보실 수 있겠어요?) 얼굴은 꼬질꼬질한 주제에 생긴 건 얼마나 귀여운지. 아하하하. 생각해도 웃음이 나네. 약간 바보 같은 강아지들이었어요. 못생겨가지고. 하하하하하.

그에 비해 같은 펜션에 사는 이 롱다리 개는 꽤 컸다. 아마 저 위 강아지 한 마리가 이 개 얼굴만했을 거다. 우리가 곁에 가도, 강아지들이 알짱거려도 짖지도 않고 무료하게 시선을 돌리던 하얀 개. 얘도 아마 사투리를 쓸 듯.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아침 일찍 식사로 팬케익을 준비하는 동거녀(내 동거녀는 이런 사람이다)의 마음을 빼앗아, 팬케익가루+우유+달걀 반죽 그릇을 통째로 차지한....

....고양이!!!!
쫓아다니면서 귀찮게 하는 강아지들을 피해 어디 잡아보란 듯이 절벽으로만 사뿐사뿐 뛰어다니던 까만 아기 고양이. 저렇게 고개를 박고 반죽을 먹은 탓에 나중에 고개를 들었을 땐 얼굴이 온통 반죽 범벅이 되었던(여러분 상상에 맡기겠어요!)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아기 고양이. 아무도 모르게 반짝 집어서 배낭에 넣어올까도 생각했지만, 논밭 절벽을 누비던 통큰 영혼을 어떻게 아파트에 가둘까 싶어서 겨우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