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마녀와 빵 공주 (김녹두 글, 이지선 그림, 한겨레아이들)
거의 감동 받을 뻔했다. 은수가 방에 혼자 앉아서 엄마와 아빠와 호호아줌마와 언니 중에 누가 제일 나쁜가 헤아려보다가 자기가 제일 나쁜 것 같다고 생각하는 장면에선 울기까지 했다.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자기도 몰랐던 딸이라며 아이를 데리고 들어와도 (나름의 갈등이 있었겠지만) 의연하고 너그럽게 대처하는 호호아줌마의 캐릭터가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쿨하고 현명한 아줌마도 있을 수 있으니까. 친엄마가 새로 결혼했단 소식에 마음을 정리하려 애쓰는 은수가 안쓰럽고 기특했다. ‘그래 내 인생 내가 산다’ 하고 씩씩했으면 했다. 애꿎은 몸에 자꾸만 밴드를 붙이는 은수에게 나도 밴드를 붙여주고 싶었다. 억지로 떼려 하지 않고. 투 탑을 내세운 것에 비해 뚱뚱한 공주(이름이다) 캐릭터가 다소 부족하게 그려진 것이 안타까웠지만, 공주의 친엄마 캐릭터에 비린내나는 현실이 있어서 가슴이 먹먹했다. 그래서 거의 감동을 받을 뻔했다. 은수 엄마가 뇌종양만 아니었으면. 나오던 눈물이 그만 쏙 들어갔다. 그전까지 그토록 마음을 녹이던 서사는 어디로 갔단 말이냐. 아깝다. 아쉽다.
☆김 구천구백이 (송언 글, 최정인 그림, 파랑새어린이)
어쩌다가 친구 돈 칠천원으로 장난감을 산 주인공. 사실을 안 선생님은 어서 부모님께 솔직히 말씀 드리고 돈을 갚으라면서, '김칠천'이라는 별명을 붙여 준다. 그런데 김칠천이 말을 잘 듣지 않자 별명에 이자를 붙인다. 김칠천백. 김칠천이백. 김칠천삼백.....
양심에 걸리는 일은 어물쩍 넘어갈 게 아니라 해결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깊은 뜻은 초반에 나와 버렸고, 그다음부턴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가 문제가 되는데, 그게 결국은 엄마 아빠한테 언제 어떻게 얘기하느냐에 달려 있는 거라니, 싱겁다. (또 하필 ‘양심에 걸리는 일’의 예가 ‘돈 문제’라니 그것도 야박하다. “빌린 돈은 꼭 갚아라”아닌가!) 참을성 있고 다정하고 인간적인 선생님의 캐릭터가 좋긴 하지만, 현실감이 없었다. ‘흐물흐물’ 등 아이들의 별명도 친구들의 성격을 감지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근데 문제는 이야기를 이만큼 끌어가기도 쉽지 않다는 거. 도대체 이 일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궁금해서라도 계속 책장을 넘기게 하는 것은 작가의 내공이겠지.
☆한눈팔기대장, 지우 (백승연 글, 양경희 그림, 바람의아이들)
우선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동극 중에서도 어른이 연기하는 동극을 염두에 둔 것 같다. 대사의 내용과 양 등이 그렇다. 그래도 어린이 관객이 줄거리를 까먹지 않도록 대사를 노래처럼 반복하는 것은 적절했다. 하지만 달, 도깨비, 달맞이꽃 같은 소재는 어쩐지 안이하게 느껴졌고, ‘동식물에게 말을 걸려면 노래가 필요하다’는 대사처럼 낯부끄러운 문장이 간혹 있었다. (아이 참.) 역시 시도만으로 높은 점수를 줄 순 없다. 그래도 실제로 이 동극을 시연해본 어린이와 어른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한편으로는 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겨우 읽기나 하는 주제에 새로운 시도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잔소리만 많은 것 같아서 약 3분간 반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