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같지 않은 시 3
김용락
도법 스님이 이끄는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이 경북 안동 조탑리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의 댓평 오두막에 막 도착했다
들판에 벼 낟가리가 쌓이고
조선무의 흰 잔등이 무청을
늦가을 푸른 하늘로 밀어올리며
턱턱 갈라진 흙 사이로 힘있게 솟구치는
어느날이었다
권선생님 왈
“사진 찍고 이칼라면 오지 마라 안 카디껴!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다니면 농사는 누가 짓니껴?
이 많은 사람들이 산이나 들을 마구 짓밟고 다니면
작은 생명들이 발에 밟혀 죽니더
인간들에게 생명평화인지 몰라도
미물에게는 뭐가 될리껴?
차라리 집 안에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되레 생명평화 위하는 길 아이니껴?”
스님, 순례단원, 지역 시인, 카메라를 맨 기자는
묵묵부답 잠시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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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어제 오후에 소식을 듣고도, 뉴스가 나올 때까진 설마 하고, 잠자코 있었다.
애국자가 없다면 세상이 평화로워질 거라고 하셨던 선생님.
언제나 소박한 동화로 가장 깊은 곳을 울리셨던 선생님.
5월은 선생님이 떠나시기에 가장 좋은 달이었을지 모른다.
그래도 나 역시, 잠시 말을 잃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