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제구나) 친구네 집에 놀러갔는데 엘리베이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호소문이 붙어 있었다.

 

애완견을 기르고 계신 주민들께서는

취침시간에 짖지 않도록 주의시켜

공동주택 이웃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치 바랍니다.

주민 일동

 

여기까지 읽으면서 갸웃했던 부분은 "취침 시간에 짖지 않도록 주의시켜"였다.

그게 가능한가?

개를 앉혀놓고 "밤 10시부터 아침 9시까지는 절대 짖으면 안 돼! 주의해!" 라고 설명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웃음이 났지만,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할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 윗층에도 성질 까칠한 개가 한 마리 사는데, 툭하면 거의 발작에 가깝게 짖어댄다. 그 괴로움을 나는 대충 짐작한다.)

그런데 내가 무너진 것은 이 호소문에 쓰인 낙서.

"아침에 때리지 마세요"

"개 때리지 마세요, 몇 호인지 다 압니다."

아니, 개가 맞아서 짖는단 말이야? 이놈의 인간을!!!!!

또 하나의 낙서는 이거였다.

"목줄 매시오!"

그 밑에 누군가 덧붙인 말까지 다시 쓰면 이렇다.

 

목줄 매시오!

   을 따

 

...

이게 뭐지 한참 들여다봤다.

 

......

 

목을.

따시오.

 

 

같은 동물 입장에서, 사람들 참 너무한다 싶기도 했지만

주민 일동얼마나 절박한 심정인지

그만 이해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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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5-05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를 키우시는 분들의 입장과 그렇지 않는 분들의 입장을 고루고루 보는 느낌이예요. ㅋㅋㅋ 그러면서도 왜 웃음이 나올까요?

네꼬 2007-05-0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 그러게요. 개 짖는 소리 (맞아서 내는 소리니까 울부짖음에 가까웠겠죠) 때문에 잠을 설친 이웃들의 고통이 드러나는 낙서죠. 저는 개를 무척 좋아해서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어요. ^^;;;

비로그인 2007-05-05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나 자식들을 자신의 스트레스 대용으로 생각하는 쓰레기들은 맞아 죽어야 합니다.
정말, 화가 나는군요.

네꼬 2007-05-05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 어떤 주인인지 안 봐도 얼굴이 그려져요. 아아, 그런 사람들에겐 정말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antitheme 2007-05-05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생명이랑 함께 할 자격 없는 사람도 많은가봐요.

네꼬 2007-05-05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티님 / 제가 좀 과격하게 얘기하자면, 어쩌면 혼자 살 자격도 없을지 몰라요. 크르르르릉....

네꼬 2007-05-06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동물 중에 사람이 제일요. 그죠?

2007-05-07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5-0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개를 키우면서 개에게나 이웃에게나 예의가 없는 사람이 정말 문제죠. 낙서가 과격한 것도 사실이지만, 취침시간을 방해받는 괴로움이 묻어나서 마음이 좀 그랬어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