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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and Lyrics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 O.S.T.
Various Artists 노래 / 워너뮤직(WEA)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좋은 OST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되는 것, 영화가 내 일상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라고 전에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를 보지 않고 영화음악을 듣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음반은 예외였다. 영화를 꼭 보고 싶었는데 놓치는 바람에 영화음악을 먼저 듣게 된 것이다. 나는 휴 그랜트의 목소리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그가 부른 노래마저 놓칠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영화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대략적인 구도, 그리고 휴 그랜트가 맡은 역할이 80년대 인기그룹의 3인자라는 것 정도였다. 휴 그랜트는 원래 노래를 그다지 잘 하는 편이 아닌데 이 영화 때문에 연습을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렇다면 그의 시도는 매우 성공적이다. 노래를 썩 잘 해서가 아니라, ‘3인자였던’이답게 조금 허술하게 그러나 진심으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Pop! Goes my Heart>>나 <<Meaningless Kiss>> 같은 노래들을 듣고 있자면 슬며시 웃음이 난다. 어쩜 이렇게 그 옛날 노래들의 공통된 특징을 잘도 잡아서 보일 듯 말 듯 개성을 덧붙였을까, 분명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일 거야,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복고가 아니다. 마치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80년대의 유행가를 듣는 듯하다. 광고에 많이 쓰여서 귀에 익은 <<Way into Love>>는 역시 데모 버전이 좋다. 휴 그랜트와 드류 배리모어의 소곤거림과 웃음소리가 들어간 이 곡의 데모버전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나 역시 사랑을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어진다. 그런가 하면 신나는 ‘요즘 곡’들도 함께 실려 있어서 음반 한 장 다 듣기가 지루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휴그랜트의 바로 그 목소리를 느낄 수 있는 마지막 곡 <<Love Autopsy>>가 끝나면 아쉽기까지 하다.
아예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표방하고 있거나, 유난히 아름다운 삽입곡들이 많아서 “OST로 기억되는 영화”들이 있다. 아직 보지 못한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그런 영화는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이 OST는 나에게 소박한 감동을 주기에는 충분하였다. 80년대의 화려한 팝을 사랑했던 이들의 소박한 마음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감동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영화를 못 보았다고 해서 묻어 두기엔 너무나 아까운 앨범이다. DVD의 출시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