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있나요?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2
김혜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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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힘들게 이어온 행복식당을 두 남매가 사명감으로 억척스럽게 유지해 가는 이야기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 글을 쓰게 된 인연에 대해 잠깐 설명한다.

 

이야기가 나에게로 찾아왔다!

 

보통 작가가 이야기를 찾는 법인데 마치 발이 달린 것처럼 이야기가 자신에게 찾아왔다고 고백하는 작가는 이국 땅 에서 잠깐 생활할 때 부모님처럼 따듯한 집 밥을 대접 받은 기억을 더듬어 슬프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청년 남매가 운영하는 식당 이야기를 글로 쓰게 되었다.

 

섬 머슴아처럼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스무살 청년 누나와 한창 성장기에 있는 남동생이 대출금으로 잔뜩 이자 폭탄을 맞고 있는 건물을 유지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닭볶음탕 행복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한다. 돌아가신 어머니 손 맛을 잃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지만 손님은 갈수록 줄어들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방송의 힘을 빌리고자 선택한 촬영 광고는 예상치 못하게 사기를 당하고, 어머니의 교통사고 보험금 천만원도 날리게 된 두 남매는 긴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듯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가는 두 남매를 위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지인들을 통해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닐지언정 도약을 위한 전진을 하게 된다. 

 

방송을 잘 보지 않지만 가끔 유명 식당을 찾아가 연예인들이 맛집을 탐방하는 프로그램들이 유행했던 시기가 있었다. 방송에 나간 식당들은 마치 광고 효과를 통해 특수를 누려야 하는 것처럼 방송에 나왔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식당 전면에 현수막을 걸고 손님들의 발길을 잡고자 무진장 애쓰는 모습을 보곤 한다. 특별히 나는 예전부터 그런 광고를 허위라고 생각하고 그다지 찾아가지 않았다. 이 책에서도 맛집 광고의 실상을 폭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출연자들은 누가 뺏어먹는 것도 아닌데, 며칠 굶은 사람들처럼 아주 재빠르게 쩝쩝 소리를 내며 음식을 먹었다" _134쪽

 

여전히 지금도 선량한 서민들을 속여 등쳐 먹는 사람들이 있다. 힘겹게 식당을 이어가는 두 남매에게도 사기꾼들은 놓치지 않고 접근한다. 

 

책의 제목인 '잘 먹고 있나요?' 의 뜻을 잘 헤아릴 수 없었다. 먹는 것과 사는 것이 밀접한 관계가 있긴 하지만 소설의 제목으로 과연 적당할까? 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식당을 운영하는 청년 두 남매의 정직하고 솔직한 삶을 살아가는 방향을 나타내는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돈을 먹기 위한 식당 운영이 아니라, 건강한 밥상을 선물하듯이 대접해 주고 싶은 두 남매의 마음이 책 제목에서 고스란히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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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가는 기분 창비청소년문학 75
박영란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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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저자는 편의점에 방문하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관찰하듯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것도 평범한 날이 아니라 추운 겨울 심야에 편의점에 방문하는 이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해 주고 있다. 이들은 모두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사람들이다. 추운 겨울 오갈데 없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 찜질방, 편의점이다. 굶주린 허기를 채우기 위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 끼를 떼우고 칼바람처럼 추운 바람을 피하기 위해 안면몰수하고 오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그다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지나가는 행인이겠거니 하며 살아간다. 다들 뭐가 바쁜지 앞만 보고 달려가며 살아간다. 길고양이가 죽을까봐 먹이를 갖다 주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정상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사람을 미친 사람처럼 취급하며 상종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하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도시 경관을 위해서라도 없어져야 할 존재로 취급한다.

 

따듯한 인간성을 소유한 사람이 그리운 세상이다. 학교를 중퇴한 학생은 왠지 불량한 시선을 본다. 편의점을 지키며 살아가는 중퇴생 '나'는 단지 학교를 잠깐 멈춘 것 뿐이지 사실상 어느 누구보다도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다. 자신의 곁을 내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누추한 차림으로 편의점 방문하는 모녀가 걱정이 되어 얼음장처럼 차가운 원룸에도 찾아가기도 하고 있을법한 장소인 공항도 찾아가보기도 하고.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다. 소설 속 주인공이긴 하지만 분명 우리 곁에 소리 소문없이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거라 확신한다.

 

책을 읽으면서 프렌차이즈 장사가 참 어려운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 하듯이 그야말로 중간 노예 상인에 불과하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장사의 위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것은 들어오는 돈을 그가 온전히 가져 볼 틈이 없다는 것이었다. 손써 볼 새도 없이 돈은 여러 명목으로 프랜차이즈 본사에 빨려 들어갔다. 편리함과 안전으로 포장된 프랜차이즈 장사란 그런 거였다" _200쪽

 

소설 속에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소녀와 그 엄마 가족도 한 때에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며 장미빛 청사진을 꿈꿔왔던 사람들이다. 잘못 선택한 프랜차이즈 장사 때문에 평생 아끼면서 모아 온 재산을 날리며 엄청난 손해로 상처 투성이만 남게 되었다. 누구의 잘못일까? 잘못 선택한 사람의 잘못일까?

 

편의점을 지나가면서 알바하는 청년들을 종종 본다. 오래 할 일은 못되는 것 같다. 낮과 밤이 바뀌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경력을 인정 받지 못하니 정말 잠시 잠깐 일해야 하는 영역이 아닐까 싶다. 요즘에는 인건비가 비싸다보니 점주가 직접 많은 시간 점포를 지키는 경우도 자주 본다.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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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릉빈가 청소년 권장 도서 시리즈 5
김희숙 지음, 유시연 그림 / 틴틴북스(가문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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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대왕 신종에 얽힌 이야기다.

 

맑고 깨끗한 천상의 울림이 있는 종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어린 생명을 뜨거운 쇳물에 넣어야 했던 슬픈 이야기다. 종소리가 에밀레~하고 울린다고 해서 에밀레 종으로도 불리우는 성덕대왕 신종에는 인신공양과 같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불교가 국교였던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이야기이지만 참 슬프고 애절한 이야기다. 자녀(빈가)를 잃어야 했던 아비(가릉)의 심정과 그 아비 또한 자녀처럼 생을 마감해야 했던 이야기를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먼저, 당시 종을 만드는 사람들의 신분이 천민이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

 

종을 만들어 팔아야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조선시대 깊은 산골에서 숯을 만들어 운영했던 사람들처럼 고된 육체적 노동과 함께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이 이야기에서 독자들은 사람들의 애환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같으면 장인으로 남다른 대우를 받으며 윤택한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적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었겠지만 신라시대에는 그러지 못했다. 

 

국가와 종교가 일체였던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 속에 국가적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종교의 힘이 필요했다.  어지러운 국가를 향한 사람들의 불안한 시선을 종교의 힘으로 모으기 위해서 누군가의 희생양이 필요로 했던 시기에 성덕대왕 신종이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나 싶다. 아쉬운 점은 어렵고 힘든 사람들보다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고통을 분담하는 내용으로 전해져 내려왔다면 더욱 감동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는 슬픔의 서사가 아니라 영웅의 서사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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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 나만의 걸작을 만드는 컬러링북
데이비드 존스.데이지 실 지음, 경규림 옮김 / 씨네21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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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북이라는 책은 나에게 좀 생소하다. 옛날 생각하면 색칠하기 책인데 말이다. 요즘은 컬러링북이라고 한다. 알폰스 무하라는 체코 태생의 작가는 이 분야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화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대 일러스트 미술의 선구자라는 칭호로 불리운다. 그렇다면 이 컬러링북은 애호가들에는 단순한 그림 색칠책이 아니라 소장하고 싶은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트 테라피는 미술치료의 한 영역이라고 한다. 미술을 통해 심리적인 치유 효과를 얻는 것이 아트 테라피의 목적인 것 같다. 결국 아트 테라피가 심리학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심리학의 범주 안에 미술 치료가 포함되고 미술 치료의 범주 안에 아트 테라피가 있는 셈이다.

 

컬러링 아트 테라피는 색을 색칠하면서 색이 가지고 있는 치유 효과를 경험하는 치료법이다. 색상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개개인이 직접 색칠하면서 가랑비에 옷이 젖듯 심리적인 치유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른들 사이에서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컬러링 아트 테라피는 알폰스 무하와 같은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색칠을 입히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는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미술 분야에는 문외한인 나에게 있어 주변 사람들이 색칠하기라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화를 이끌어내고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게 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면서도 그 효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특히 어린이들에게도 컬러링 아트 테라피라는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최근에 만다라북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상담을 전개해 가는 방법들을 지켜보면서 미술 치료의 한 영역을 새롭게 보게 된다. 

 

알폰스 무하의 컬러잉 북을 직접 그려보면서 소장하기도 하고 선물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선물을 받는 입장에서 오랜 정성과 땀으로 색칠된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색으로 이루어진 무늬를 보며 어떤 느낌을 갖게 될 지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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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 사건의 재구성 사계절 1318 문고 96
정은숙 지음 / 사계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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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없는 일주일> 을 통해 정은숙 작가의 독특한 이야기 구성을 보며 감탄했었다. 연속해서 찾아 읽었던 정은숙 작가의 책 <정글북 사건의 재구성> 또한 어쩜 이렇게 이야기를 구성해갈 수 있을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 책도 <용기없는 일주일>처럼 사건을 중심으로 주인공 각자의 시선과 심리를 마치 그 주인공 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묘사했다.

 

이야기의 중심 사건은 이렇다. 

경찰에서도 화재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용의자로 지목된 여러 학생들을 만나 대화를 해 보지만 소득이 없었다. 동아리 활동을 하기 위해 모인 여섯 명의 중3 학생들. 학교 축제(은행제)를 위해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던 동아리 회원들. 겉보기에는 그들간의 관계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실상은 서로 간의 미묘한 갈등 관계가 있었다. 그 갈등 관계는 서로의 상처를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내뱉은 말을 통해 시작된다. 

 

중학교 3학년 때의 그들의 마음 상태는 어떨까?

 

"감질나게 타오르는 불꽃보다 친구들의 놀림이 더 무서운 나이였다" (137쪽)

 

작가가 표현했듯이 중학교 3학년 때의 청소년들은 남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꽤 중요한 때인가 보다. 작은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는 나이 때다. 좋았다가도 작은 행동 하나로 관계가 틀어지는 나이 때인가 보다. 태어날 때부터 어찌할 수 없는 가정 환경은 숨기고 싶은 나이 때이고.

 

"누군가를 골리는 장난은 최소량의 악마성을 가진 십대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놀이였기 때문이다" (210쪽)

 

동아리 교실 창문 틈으로(손가락 두뼘 공간) 자신을 골리는 아이들을 놀리켜 주고 싶어서 회전 폭죽을 던진 것이 결국 친구의 죽음으로 이어지게 되고, 자신의 사소한 장난으로 생긴 이 문제를 들키지 않기 위해 점점 숨어 지내야 했던 악순환의 반복. 화재 사건에 살아 남은 다른 친구들은 영문도 모른채 일어난 폭죽 화재 사건으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뒤 죄책감으로 살았어야 했다. 

 

과연 누가 작은 빈틈으로 폭죽을 던졌을까?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궁금했을 것이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경찰서 엄 형사님도 함께 했던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불러 사건을 재구성해 보지만 단서가 쉽게 잡히지 않는다. 결국 소설의 끝부분에 가서 죄책감으로 말을 더듬게 된 한 학생의 실토로 정글북(동아리 이름) 화재 사건의 원인 규명이 밝혀지게 된다. 

 

어른들도 청소년의 시기를 거쳐왔다. 누구도 그 시기를 건너 뛴 어른은 없다. 하지만 그 시기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기를 맞이한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가상의 사건을 소재로 만든 소설이긴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다시금 청소년들이 성장하는 가운데 고민하고 어떤 어려움들을 간직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평상시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었던 말 한마디도 어떤 순간에는 깊은 상처로 남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미묘한 관계 안에서 생긴 감정의 대립이 참 오랫동안 그들 마음 속에 남아있겠구나라는 생각도 해 본다. 

 

청소년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청소년 소설 읽기를 추천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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