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가는 기분 창비청소년문학 75
박영란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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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저자는 편의점에 방문하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관찰하듯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것도 평범한 날이 아니라 추운 겨울 심야에 편의점에 방문하는 이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해 주고 있다. 이들은 모두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사람들이다. 추운 겨울 오갈데 없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 찜질방, 편의점이다. 굶주린 허기를 채우기 위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 끼를 떼우고 칼바람처럼 추운 바람을 피하기 위해 안면몰수하고 오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그다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지나가는 행인이겠거니 하며 살아간다. 다들 뭐가 바쁜지 앞만 보고 달려가며 살아간다. 길고양이가 죽을까봐 먹이를 갖다 주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정상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사람을 미친 사람처럼 취급하며 상종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하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도시 경관을 위해서라도 없어져야 할 존재로 취급한다.

 

따듯한 인간성을 소유한 사람이 그리운 세상이다. 학교를 중퇴한 학생은 왠지 불량한 시선을 본다. 편의점을 지키며 살아가는 중퇴생 '나'는 단지 학교를 잠깐 멈춘 것 뿐이지 사실상 어느 누구보다도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다. 자신의 곁을 내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누추한 차림으로 편의점 방문하는 모녀가 걱정이 되어 얼음장처럼 차가운 원룸에도 찾아가기도 하고 있을법한 장소인 공항도 찾아가보기도 하고.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다. 소설 속 주인공이긴 하지만 분명 우리 곁에 소리 소문없이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거라 확신한다.

 

책을 읽으면서 프렌차이즈 장사가 참 어려운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 하듯이 그야말로 중간 노예 상인에 불과하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장사의 위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것은 들어오는 돈을 그가 온전히 가져 볼 틈이 없다는 것이었다. 손써 볼 새도 없이 돈은 여러 명목으로 프랜차이즈 본사에 빨려 들어갔다. 편리함과 안전으로 포장된 프랜차이즈 장사란 그런 거였다" _200쪽

 

소설 속에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소녀와 그 엄마 가족도 한 때에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며 장미빛 청사진을 꿈꿔왔던 사람들이다. 잘못 선택한 프랜차이즈 장사 때문에 평생 아끼면서 모아 온 재산을 날리며 엄청난 손해로 상처 투성이만 남게 되었다. 누구의 잘못일까? 잘못 선택한 사람의 잘못일까?

 

편의점을 지나가면서 알바하는 청년들을 종종 본다. 오래 할 일은 못되는 것 같다. 낮과 밤이 바뀌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경력을 인정 받지 못하니 정말 잠시 잠깐 일해야 하는 영역이 아닐까 싶다. 요즘에는 인건비가 비싸다보니 점주가 직접 많은 시간 점포를 지키는 경우도 자주 본다.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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