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가치, 학교와 같이 - 9인 9색 전남마을교육공동체 이야기
전남마을교육공동체활동가모임 지음 / 에듀니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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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역 내 작은 학교 복합체육공간 준공식에 다녀온 적이 있다. 전교생 30명 남짓한 학교다. 준공식에 병설유치원 원아들과 초등학교 학생들, 마을 어르신, 학부모, 지역 시장, 시의장, 지역 내 학교장들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기 위해 오셨다. 이제 학교 안 공간이 학생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학교가 존재하고 있는 마을의 복합 공간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을학교와 학교 공간을 함께 쓰는 프로젝트를 복합문화공간 만들기로 추진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엄연한 주민의 일원이다. 학교와 마을이 같은 생각을 하고 함께 가야 한다. 아이들은 꿈을 꾸고 어른들은 행복을 품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건강한 학교, 건강한 지역의 밑거름이 된다. 국가적으로는 지역의 활동가들이 최소한의 생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해 주면 좋겠다. 

 

마을교육공동체는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고 학생들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마을교육을 위해 모인 공동체 안에서 협의는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가 먼저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곧 존중과 신뢰다. 

 

농어촌 소규모학교는 학교교육과정과 교과서만으로 학생들이 배움의 의미를 제대로 찾기 힘들다. 마을의 자워능로 학교의 교육과정을 실현하기 위해 마을에 대한, 마을을 통한, 마을을 위한 공동 활동이 필요하다. 따라서 마을교육공동체는 지역의 아이들이 잘 배우며 삶을 잘 누리고 주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와 마을이 협력하는 지역사회를 뜻한다. (72쪽) 마을교육과정은 우물 안 개구리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을 목표로 한다. 다만 지역주의에 갇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학부모와 지역민이 수동적일 때에는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사람간의 연결이 탄탄할 필요가 있다. 일상이 있는 연결은 교사 중심이 아니라 학부모, 지역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배움이란 관계를 맺는 방법이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주변과의 연결을 중시한다.(78쪽) 자신의 집 주변은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곳이다. 학생들과 자신들이 사는 마을을 소개하고 걷는 활동을 할 수 있겠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반영하면 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삶에서 분명히 바꾸고 싶어하는 게 있다. '학교가 문을 안 연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대부분 교사들은 마을에서 주민으로 살고 있지 않다.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 마을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교사는 날마다 자신이 만나 관계를 맺는 학생들의 삶의 토대를 알아가려고 해야 한다. 이것이 교육의 시작이다.(87쪽)

 

마을교육공동체 교육활동은 학교만이 아니라 학교 밖 마을도 교육적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교사들은 마을활동가들의 제안을 불편해 한다. 마을학교가 학교와 학생들을 본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오해한다.(88쪽) 마을교사는 학생들이 만날 수 있는 마을의 구성원으로 네트워크에 소속되어 강의, 돌봄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마을활동가들은 아이들이 마을과 함께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와 가정, 이웃을 이어주는 사람,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다.(89쪽) 삶이 모습이 다른 이들이 공통된 가치로 이어진다. 

 

마을교육공동체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늘 만나서 가치와 의미를 이야기하며 공유해야 한다. 학교 안에서도 동료 교사 간 협력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주체가 함께 연결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마을교육과정은 일회성 행사나 사업이 아닌 교육과정 편성 및 교과 교육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과의 연계, 통합을 지향한다. 학교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 교사는 교육철학과 수업을 혼자만의 틀에 가둬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사, 학부모, 마을활동가, 지역주민들과 함께 교육철학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학교는 문턱을 낮춰야 한다. 학교와 마을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발히 교류해야 한다. 학교가 다 채워줄 수 없다. 교육은 오로지 학교의 책임이 아니라 온마을이 책임진다는 공감대를 형성시켜야 한다. 혼자서 꾸는 꿈은 그치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가장 큰 힘은 사람이다. '숲이 연어를 키우고 연어는 숲을 가꾼다' 벤쿠버 원주민들의 생활 철학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한 아이가 자라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도 곧 연결이다. 마을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은 다양한 존재들이 서로 힘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채워진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 지식 위주의 배움에서 아이들의 삶터와 연결되는 교육을 학교와 마을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서로가 잘 하는 것을 중심으로 협업한다. 

 

학교 교사들은 마을교사들에게 배운 교육활동을 교과 성취기준과 연결하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계획안에 반영하며 자신의 전문성을 녹여낼 수 있다.(151쪽) 마을교육이 일회성 체험학습을 넘어서려면 학교교사와 마을교사가 협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과정을 통해 관계가 쌓이고 함께할 내용을 고민하게 되면 다른 차원의 협업이 이루어진다. 

 

과밀화의 반대말이 '과소화'는 인간이 기본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기반시설과 사회적 인프라가 붕괴 지경에 이른 상태를 말한다.(183쪽) 도시 사람들은 모여 있으나 연결되어 있지 않다. 연결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떠나가는 농촌에서 찾아오는 농촌으로 만드는데 학교는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잠재력과 가능성의 보고인 농촌의 작은 학교는 '오래된 미래'이다. 마을은 처음부터 거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안에서 태어나고 소멸한다. 마을이란 사람들이 서로의 관계망에 접속하고 그 안에서 깊게 얽혀 뿌리내리는 과정 그 자체다. 폐교는 지역 사회의 미래로 향하는 문을 완전히 닫아버리는 행위와 다름없다. 

 

학교교육의 목표는 지역시민을 키우는 교육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교육의 자주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학교 단위의 자치 권한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는 학교라야 창의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하다. 협력적인 문화가 가능하다. 마을과의 소통도 가능하다.(202쪽) 학부모들을 필요할 때 교육의 파트너로 여겨 마땅히 권한을 부여하고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을이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마을에서의 삶'이 가능해야 한다. 

 

전라남도 마을 곳곳에서 일어나는 각양각색의 마을교육공동체의 이야기들이 지역을 살려내고 학교를 살려내며 지역의 아이들이 성장하는 이야기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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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바꾸는 위대한 질문 하브루타 - 안 된다고 하기 전에 왜 그런지 이유를 묻는 바른 교육 시리즈 25
민혜영(하브루타 민쌤) 지음 / 서사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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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공감해 주는 대화, 하브루타식 대화법

 

저자는 평범한 엄마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전국으로 돌아다니며 지혜롭게 자녀와 대화를 나누는 방법에 대해 강의하는 유명한 강사가 된 것 같다. 자녀를 키워 본 이들은 다 알겠지만 뱃 속에서 난 내 자녀이지만 부모 뜻대로 안 되는 게 자식이다. 자녀를 하나같이 훌륭하게 키워 보고자 하는 욕심이 없는 부모가 어디에 있겠느냐마는 결코 자식 농사 짓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진리 중의 진리다. 

 

저자는 워킹맘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일을 하면서도 어쩜 그렇게 자녀를 자기주도성이 강한 아이로 잘 키워냈는지 부러움을 한 몸에 살 것 같다. 어려운 점이 없이 자녀들을 키워 낸 것은 아닌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자녀를 키워 가고 있는 엄마라면, 아니 아빠들도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는 부분이 대부분이다. 구구절절 가정에서 있을법한 이야기들이 책에 담겨 있다. 부모라면 모두가 공통된 경험치를 가지고 있을 내용들이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쉽게 읽히면서도 모두가 공감하는 듯 싶다. 불과 1쇄를 찍어낸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한달 여만에 5쇄를 찍을 정도니 독자들이 얼마나 많이 공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의 조언이 단지 형식적으로 자랑하기 위한 말들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통해 쏟아내는 이야기들이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일상의 사례를 쉽게 풀어냈다. 등교 준비시키랴 출근 준비하랴 정신없이 바쁜 아침의 일상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노심초사 걱정하는 학부모의 입장을 잘 풀어냈다. 학교를 일찍 마치고 학원을 순례해야 하는 워킹맘의 걱정을 잘 담아냈다. 저자는 남들처럼 자녀들을 학원으로 뺑뺑이 시키지 않고 방목해서 키워낸 것이 자기주도적인 아이로 자라는 데 조금의 영향을 끼쳤다고 이야기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히 성실표 엄마로 살아가는 부모 밑에 자라는 아이들은 작은 것 하나까지 부모의 잔소리를 들으며 지시와 명령에 따라 움직여가는 로봇처럼 지내야 한다. 반면 약간 불안하기는 하지만 어디에서 놀며 언제까지 집에 돌아와야하는지 자녀와 약속을 정해 놓고 자녀를 믿는 심정으로 키운 가정의 분위기는 좀 더 허용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자녀를 바라본다는 점이다. 

 

물론 저자도 여전히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 시절을 지나는 대목에서는 가슴 졸이며 지내야 했을 때가 많았을 것이다. 이제 좀 더 크면 더 큰 걱정과 염려로 지내야 할 시기도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자녀 양육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부분은 바로 '가정에서의 자녀와의 끊임없는 대화'에 있다. 자녀와 대화를 단절하지 않기 위해 저녁 식사 시간만큼은 가족의 동의를 얻어 최대한 함께 한다는 점이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잔소리 대신에 자녀에게 공감하는 질문을 던지고 경청하는 자세로 듣는 것이 일반 가정과 다른 점이다. 저자는 이것을 '가정식 하브루타'라고 이야기한다. 하브루타는 짝과 함께 어떤 문제에 대해 형식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토론식 대화법을 말한다. 유대인 가정에서 시작되었고 유대인 자녀들의 성공담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익히 알려진 대화법이기도 하다. 

 

자녀가 커 갈수록 대화가 점점 줄어가는 이유는 부모에게 큰 책임이 있다. 자녀가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질문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자녀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 자녀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경청하려는 자세로 질문을 던지고 허용적인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정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질문의 내용은 각각 다를 것이다. 다만 한국에서 주로 하는 질문인 학업과 취업에 대해서는 최대한 부모의 생각을 주입하기 보다는 자녀의 생각을 존중해 주어야 대화가 단절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싶은 책 속 문장을 정리해 본다.

 

13쪽

"마음으로 공감하지 않으면 절대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46쪽

"나는 원치 않는데 상대가 나에게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도움을 준다면 그것을 결코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77쪽

"수직 관계에서는 지시와 명령의 언어가 나오지만 수평 관계에서는 존중과 권유의 언어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83쪽

"학습보다도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것이 먼저라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우리는 늘 잊고 있습니다" 

 

85쪽

"마음을 묻는 질문이 아이의 마음을 움직인 것입니다"

 

158쪽

"아이의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고 안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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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령 2
전형진 지음 / 비욘드오리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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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의 죽음을 다시 시선으로 바라보다!

 

비운의 세자였던 사도 세자.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다양한 책에서도 사도 세자는 다양한 측면에서 소환되었다. 『금주령2』에서도 어김없이 스토리의 중심은 사도 세자였다. 

 

탕평책을 펼 수 밖에 없었던 영조는 평생 그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 그의 출신 배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수리의 소생으로 태어나 왕위에 오르게 된 배경을 『금주령2』에서는 노론의 절대적 영향이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사색당파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왕권 보다 신하의 힘이 점점 커져가는 모양새로 바뀌고 있었다. 여기서 신하라고 함은 '사림'을 말한다. 사림은 동인, 서인, 남인, 북인으로 당파를 이루고 있었고, 『금주령2』에서 왕실을 뛰어넘는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노론은 서인의 한 줄기다. 서인은 소론과 노론으로 나뉘어 있었고 영조의 선왕이었던 경종은 소론이 밀고 있었던 왕이었다. 경종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노론은 기회를 다시 찾게 자신들이 밀고 있었던 당시 연잉군을 왕으로 옹립시킬 수 있었다. 

 

영조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노론을 견제하기 위해 『금주령2』 에서는 '금주령'을 선포한다. 장안의 술 유통을 제한하며 돈 줄을 쥐고 있는 노론 신하들을 위축시키기 위해 특단의 어명을 전국에 내린다. 그런데 문제는 노론의 뒷배를 밀고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 '검계' 조직이었다. 오늘날에도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유흥업소 뒤에는 검은 조직들이 한 패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듯이 조선 시대에도 예외가 아니었을 것이다. 금주령은 곧 영조가 왕권을 강화하고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회심의 카드였지만 결국 부메랑을 돌아와 영조의 목줄을 쥐어 온 것도 금주령이었다. 『금주령2』에서는 영조의 금주령이라는 정책적 실패의 책임을 사도 세자가 짊어지고 뒤주에서 죽었다고 말하고 있다. 작가의 상상력이기는 하나 죽음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지목되는 것은 복잡한 권력 투쟁이 아니었을까 싶다. 작가는 복잡한 권력 투쟁 안에 희생자로 사도 세자를 등장시킨다. 

 

『금주령2』 에서 가장 드라미틱한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철경'의 마지막 죽음 장면을 말하고 싶다. 

 

이인좌의 란으로 알려진 역모 사건에 함께 했던 함경도 병마절도사였던 이사성은 끝끝내 복권되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는 이사성의 동생으로 '이철경'을 작품 속에 허구적 인물로 등장시킨다. 형의 억울한 죽음을 회복시키고자 검은 조직 '검계'에 들어와 대표 그룹에 올랐으나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마지막 죽음을 노론 신하들의 거두였던 좌의정 김판중과 그를 따르는 신하들에게 독성이 남아 있는 산곡주를 대접하며 사진도 함께 죽음을 함께 한다. 마치 성경 속에 삼손을 연상케 한다. 자신의 행동을 뒤늦게 회개하며 마지막 순간에 그를 조롱했던 블레셋 사람들과 함께 장렬한 죽음을 선택한 장면이 떠오른다. 

 

작품의 마지막은 장붕익 대장의 손자 장기륭과 백선당 산곡주의 당주 양일엽의 손녀 양숙영의 재회로 끝을 맺는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울산(도호부, 태화강), 철원(호명산), 남양주(묘적사)도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 앞으로 TV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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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숨
김혜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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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여행을 가더라도 허투루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낯선 인물을 만나더라도 작품 속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이야기의 주요한 배경으로 설정시킨다. 작가의 일상 속 경험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니라 소설 속 등장인물의 취미가 되고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깊은숨』에는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한 편 한 편이 마치 작가의 삶인가? 라고 착각할 정도로 푹 빠져든다. 작가의 프로필을 보니 요가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작품 속 화자도 요가를 즐겨하거나 요가를 더 공부하고 싶어 인도로 떠나는 장면들이 작품에 등장한다. 

 

『깊은숨』 이라는 책 제목은 우리에게 결코 가볍지 않을 내용들을 전개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도 남는다. 보통 '깊은숨'은 복식 호흡을 할 때 쓰는 방법이다. 요가를 할 때 '깊은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책 제목을 보더라도 작품 속 화자들이 '요가'를 매개로 서사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도 있겠다 싶다. 요가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복식 호흡법의 '깊은숨' 말고도 고독, 안도 등과 같은 뭔가 고민거리를 끌어안고 풀리지 않는 숙제를 어렵게 해결하고 나서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감정의 표현도 될 수 있겠다 싶다. 깊은숨을 내뱉을 정도로 풀리지 않는 숙제들이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게이, 레즈비언, 호모섹슈얼과 같은 성소수자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작품 속에 등장시킨다. 특히 마지막 단편소설인 「코너스툴」에서는 주인공이 소설가로 등장한다. 본인이 레즈비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체성을 밝히길 꺼려한다. 출판업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순간 모든 밥벌이가 막힐 것을 알기에 가슴앓이하며 스스로 분노를 삭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반전을 꾀한다. 젊은 신인 작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써달라고 부탁한다. 그 젊은 신인작가는 다름아닌 자신이 유일하게 이성으로 편한하게 대했던 책방집 남자 주인의 딸이기도 하다. 이처럼 작가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노골적으로 성소수자들의 고뇌와 불편한 사회적 시선을 드러낸다. 

 

또한 그동안 금기 시 되어 왔던 '해외입양'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해외에 입양아를 보내는 국가 중에 최고라는 자료를 본 적이 있다.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찾아오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자료가 남아 있으면 그나마 육체적 부모를 찾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반사라고 한다. 해외로 입양 보낼 정도면 얼마나 기구한 사연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자료가 변변치 않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다. 

 

소설가 김혜나님의 7편의 단편소설을 모아 놓은 『깊은숨』을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았다. 아버지를 찾기 위한 작품 속 화자의 이야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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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 - 2022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라자니 라로카 지음, 김난령 옮김 / 밝은미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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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작가의 자서전적 성향의 이야기인 듯 싶었다. 작품 속 주인공의 어머니가 백혈병으로 안타까운 죽음에 이른다는 이야기만 빼고 작가의 삶과 거의 비슷한 것 같았다. 인도계 출신으로 낯선 이방 땅 미국으로 건너와 자수성가한 이민자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이민자들이 하나같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있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는 점. 작가도 성인이 될 때까지 사춘기 소녀가 겪어야했을 남 모를 아픔을 많이 겪었을 것이다. 작품 속 주인공 레하를 통해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달하는 듯 싶었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미국이나 인도나 한국이나 어쩜 이렇게 비슷할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라면 부모의 우려는 안중에도 없다. 그 당시에는. 어른들이 우려하는 댄스파티에도 어떻게 해서든 가고야 만다. 이미 그곳에는 친구들이 있고 친구들과 하나가 되어야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땅에서 하나가 되기 위해 문화를 쫓아가야 하는 작품 속 인도 소녀의 고민은 곧 작가의 고민이었고 우리의 고민이 될 수도 있겠다.

 

이민자들은 가족과 함께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몸은 떠나 있으나 그들의 정신적 가치관은 견고하게 남아 현재 살아가는 땅에서의 가치관과 충돌하고 때로는 수용하여 변화된다. 알아주는 이가 없기에 더더욱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찾게 된다. 낯선 곳에서 아프기라도 하면 고향을 생각하게 되고 나와 함께 피를 나눈 가족들을 더 그리워하게 된다. 작품 속 레하의 어머니는 예고없이 갑자기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레하는 어머니의 암투병 과정 속에서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진하게 느끼게 된다. 나을 듯 나을 듯 치료하는 과정속에서 일말의 희망을 가져본다. 그러나 끝내 죽음의 강을 피하지 못한다. 가족 중 아픔을 겪고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남 얘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로 읽혀질 것 같다.

 

작품 속에서는 독자들이 생소하게 느껴질법한 다양한 인도 고유 문화가 소개되고 있다. 인도라는 나라에도 각 지방별로 언어가 제각각이라는 점이 과연 우리로써 이해가 될까 싶다. 다른 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문지방'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네 이야기와 아주 흡사하다.

 

인도에서 전해오는 문지방에 관한 이야기는 이렇다. 우리처럼 문지방을 밟고 서 있지 말라는 이야기다. 문지방에 마귀(귀신)가 깃들어 있다고 한다.

"마귀는 문지방에서 사는 거래, 엄마 말로는 그건 은유래. "

"뭐든 어중간하게 하지 말라는 의미래"

 

독자들이 보기에 책 제목을 특이하게 생각할 것 같다.

『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

빨강은 인도에서 좋은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사람들이결혼식과 같은 경사로운 일에 빨간색 옷을 입는다고 한다. 인도 여자들이 종교적 의미에서 이마 한 가운데 점을 찍는 빈디도 빨간색인 것도 주목할만하다. 반면 하양은 인도에서 장례식 때 입는 옷 색깔이라고 한다. 미국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처럼 인도 사람과 미국 사람은 빨강과 하양의 의미를 다르게 생각하나 결국 '모두가 하나', '완전한 하나'라는 의미를 담아 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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