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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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삼아 남는다!

 

마치 앞으로 세계적 펜데믹이 일어나면 지난 코로나19보다 더 강력한 재앙이 일어날 것만 같은 예측을 하게 만드는 단편이다. 원인 모를 질병에 감염될 경우 죽을 때까지 직진 보행만 해야하는 듣도보도못한 질병 유형. 주인공이 가까스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감염된 도시를 탈출해야 하는데 일말의 양심 조차도 작동하지 않는 감염병 시기에 운전 가능한 자동차라면 무조건 탈취하여 이동해야만 하는 상황이 과연 소설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인지 의심이 된다. 

 

도끼로 살아있으나 감염된 이들을 쳐야만 하는 악몽같은 세상에 오직 운전하며 탈출해야 하는 세상에 직면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의 기준은 무엇일까? 죽음과 같은 세상에서 작동되는 것은 오직 생명 유지라고 저자는 말하는 것 같다. 평소에는 윤리적 높음과 일말의 양심으로 사회적 규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인척 하지만 결국은 극단적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모든 이들이 동일한 삶의 형태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한나와 클레어

 

자본이 우세한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누구든지 사용자와 피고용인의 위치가 하루에도 몇 번 씩 바뀔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친구 덕에 고급스런 호텔에 묻게 되는 한나는 사실 그녀 또한 피고용인의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날만큼은 사용자인 것처럼 마인드 변신을 통해 호텔 피고용인에게 매몰차게 자신의 기분과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결국은 자신도 그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클레어의 위치에 놓이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에 작동하는 두 가지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심리 분석이 참 예리하다.

 

이 밖에도 저자는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도 거침없이 지면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독자들의 반응을 끌어낸다. 이 부분은 독자들의 해석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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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 - 뇌과학과 정신의학을 통해 예민함을 나만의 능력으로
전홍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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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의 결과로 나타나는 증상은 불안, 우울, 트라우마, 분노라고 저자는 구분한다. 소위 보통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조차도 어떤 상황에 맞딱뜨리게 되었을 경우 나타나는 현상은 아마도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불안과 우울, 트라우마와 분노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스크래치가 남는 것 같다. 성격의 차이, 일하는 방식의 차이, 삶의 다양한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의 골을 깊게 파이게 만들고 나아가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저자의 사례를 비추어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상대방의 예민함을 끝까지 참아내는 것도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게 되기에 적극적인 상담과 필요할 시 치료까지 병행해야 한다. 

 

매우 정상적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생각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서로에게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까이 지내는 관계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이해할 영역일 수 있겠지만 전문가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다보니 나에게 해당되는 경우도 발견하게 된다. 불안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직장인이라면 늘 내재되어 있다. 일어나지 않을 일까지 염려하며 불안의 늪에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 다만 저자의 임상시험처럼 예민함이 마냥 부정적인 것으로 귀결되는 것만은 아니다. 책의 부제가 말해 주는 것처럼 예민함을 나만의 능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저자의 꼼꼼히 지도를 책을 통해 한 번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다. 

 

여러 처방전이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실천 방법 중에 하나가 저자가 말하는 나만의 '안전기지'를 만들어 놓으라는 점이다. 안전기지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이해해 주고 나를 품어 줄 수 있는 안식처를 말한다. 안전기지가 있는 사람고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여러분의 안전기지는 누구인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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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터러시 - 혐중을 넘어 보편의 중국을 읽는 힘
김유익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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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중국과의 외교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리터러시'의 부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랫동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오랜 역사동안 함께 해 온 나라이기에 더더욱 갈등의 골이 깊지 않나 싶다. 이웃나라일수록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냉각기로 흐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앞으로 서로 간의 관계 재정립을 위해 서로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이 무엇인지, 서로가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막상 뚜껑을 펼쳐보면 서로의 이해도가 부족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들이 꼼꼼히 집어 주고 있다. 방대한 분량과 영역을 다루고 있어 자칫 독자들이 읽어나가는 부분에 있어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또한 중국을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반증이 아닌가 생각해 볼 부분이다.

 

저자는 한국인으로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아내가 중국인) 양 국가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처지에 있는 위치에 있다. 저자가 분석하고 있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중국 리터러시를 읽고 이해할 수만 있다면 누군가에 의해 편승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중국 리터러시의 출발점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읽어 내려가면 서서히 이해의 폭이 넓어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이 국토, 민족성, 문화, 경제적 패권, 외교 부문인 것 같다. 국토로 따지자보면 우리나라도 예외가 없다. 늘 일본과 갈등의 골을 좁힐 수 없는 영역이 국토다. 독도 관련하여 일본의 거침없는 주장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처럼 중국도 중국인의 눈으로 바라보면 홍콩 문제, 대만 문제, 신장 위구르 문제, 소수 민족 문제등이 결국 국토 분쟁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가령 예를 들면 이렇다. 우리나라를 보고 북한은 엄연히 다른 국가이며 대한민국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하면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국 보고 대만은 중국과는 다른 나라이기에 관심을 뚝 끊으라고 하면 중국을 제대로 리터러시 하지 못한 경우가 된다. 중국은 중화민족이라는 단일대오를 갖추기를 원한다. 적은 면적의 국토이지만 대만, 홍콩과 같은 단일대오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국가를 적으로 취급한다. 독도가 우리 땅인 것처럼 중국에게는 대만과 홍콩은 자기네 땅이지 타협할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수 민족의 문제도 맥을 같이 한다. 

 

중국의 문화가 미국의 선진 문화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경제적인 부분은 점점 대등한 위치에 다다랐지만 문화만큼은 질적인 면에서 근접할 수 없다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중국을 제대로 리터러시한다면 그런 시선에서 바라보는 이면의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문화와 결이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폄하하거나 혐오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중국을 리터러시하는 부분은 차선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당장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와도 같은 것이다.

 

정치인을 비롯한 많은 한국인들이 인접 국가를 이해하기 위한 문해력들을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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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있나요?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2
김혜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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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힘들게 이어온 행복식당을 두 남매가 사명감으로 억척스럽게 유지해 가는 이야기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 글을 쓰게 된 인연에 대해 잠깐 설명한다.

 

이야기가 나에게로 찾아왔다!

 

보통 작가가 이야기를 찾는 법인데 마치 발이 달린 것처럼 이야기가 자신에게 찾아왔다고 고백하는 작가는 이국 땅 에서 잠깐 생활할 때 부모님처럼 따듯한 집 밥을 대접 받은 기억을 더듬어 슬프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청년 남매가 운영하는 식당 이야기를 글로 쓰게 되었다.

 

섬 머슴아처럼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스무살 청년 누나와 한창 성장기에 있는 남동생이 대출금으로 잔뜩 이자 폭탄을 맞고 있는 건물을 유지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닭볶음탕 행복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한다. 돌아가신 어머니 손 맛을 잃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지만 손님은 갈수록 줄어들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방송의 힘을 빌리고자 선택한 촬영 광고는 예상치 못하게 사기를 당하고, 어머니의 교통사고 보험금 천만원도 날리게 된 두 남매는 긴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듯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가는 두 남매를 위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지인들을 통해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닐지언정 도약을 위한 전진을 하게 된다. 

 

방송을 잘 보지 않지만 가끔 유명 식당을 찾아가 연예인들이 맛집을 탐방하는 프로그램들이 유행했던 시기가 있었다. 방송에 나간 식당들은 마치 광고 효과를 통해 특수를 누려야 하는 것처럼 방송에 나왔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식당 전면에 현수막을 걸고 손님들의 발길을 잡고자 무진장 애쓰는 모습을 보곤 한다. 특별히 나는 예전부터 그런 광고를 허위라고 생각하고 그다지 찾아가지 않았다. 이 책에서도 맛집 광고의 실상을 폭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출연자들은 누가 뺏어먹는 것도 아닌데, 며칠 굶은 사람들처럼 아주 재빠르게 쩝쩝 소리를 내며 음식을 먹었다" _134쪽

 

여전히 지금도 선량한 서민들을 속여 등쳐 먹는 사람들이 있다. 힘겹게 식당을 이어가는 두 남매에게도 사기꾼들은 놓치지 않고 접근한다. 

 

책의 제목인 '잘 먹고 있나요?' 의 뜻을 잘 헤아릴 수 없었다. 먹는 것과 사는 것이 밀접한 관계가 있긴 하지만 소설의 제목으로 과연 적당할까? 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식당을 운영하는 청년 두 남매의 정직하고 솔직한 삶을 살아가는 방향을 나타내는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돈을 먹기 위한 식당 운영이 아니라, 건강한 밥상을 선물하듯이 대접해 주고 싶은 두 남매의 마음이 책 제목에서 고스란히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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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가는 기분 창비청소년문학 75
박영란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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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저자는 편의점에 방문하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관찰하듯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것도 평범한 날이 아니라 추운 겨울 심야에 편의점에 방문하는 이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해 주고 있다. 이들은 모두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사람들이다. 추운 겨울 오갈데 없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 찜질방, 편의점이다. 굶주린 허기를 채우기 위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 끼를 떼우고 칼바람처럼 추운 바람을 피하기 위해 안면몰수하고 오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그다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지나가는 행인이겠거니 하며 살아간다. 다들 뭐가 바쁜지 앞만 보고 달려가며 살아간다. 길고양이가 죽을까봐 먹이를 갖다 주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정상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사람을 미친 사람처럼 취급하며 상종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하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도시 경관을 위해서라도 없어져야 할 존재로 취급한다.

 

따듯한 인간성을 소유한 사람이 그리운 세상이다. 학교를 중퇴한 학생은 왠지 불량한 시선을 본다. 편의점을 지키며 살아가는 중퇴생 '나'는 단지 학교를 잠깐 멈춘 것 뿐이지 사실상 어느 누구보다도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다. 자신의 곁을 내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누추한 차림으로 편의점 방문하는 모녀가 걱정이 되어 얼음장처럼 차가운 원룸에도 찾아가기도 하고 있을법한 장소인 공항도 찾아가보기도 하고.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다. 소설 속 주인공이긴 하지만 분명 우리 곁에 소리 소문없이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거라 확신한다.

 

책을 읽으면서 프렌차이즈 장사가 참 어려운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 하듯이 그야말로 중간 노예 상인에 불과하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장사의 위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것은 들어오는 돈을 그가 온전히 가져 볼 틈이 없다는 것이었다. 손써 볼 새도 없이 돈은 여러 명목으로 프랜차이즈 본사에 빨려 들어갔다. 편리함과 안전으로 포장된 프랜차이즈 장사란 그런 거였다" _200쪽

 

소설 속에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소녀와 그 엄마 가족도 한 때에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며 장미빛 청사진을 꿈꿔왔던 사람들이다. 잘못 선택한 프랜차이즈 장사 때문에 평생 아끼면서 모아 온 재산을 날리며 엄청난 손해로 상처 투성이만 남게 되었다. 누구의 잘못일까? 잘못 선택한 사람의 잘못일까?

 

편의점을 지나가면서 알바하는 청년들을 종종 본다. 오래 할 일은 못되는 것 같다. 낮과 밤이 바뀌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경력을 인정 받지 못하니 정말 잠시 잠깐 일해야 하는 영역이 아닐까 싶다. 요즘에는 인건비가 비싸다보니 점주가 직접 많은 시간 점포를 지키는 경우도 자주 본다.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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