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바꾸는 위대한 질문 하브루타 - 안 된다고 하기 전에 왜 그런지 이유를 묻는 바른 교육 시리즈 25
민혜영(하브루타 민쌤) 지음 / 서사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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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공감해 주는 대화, 하브루타식 대화법

 

저자는 평범한 엄마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전국으로 돌아다니며 지혜롭게 자녀와 대화를 나누는 방법에 대해 강의하는 유명한 강사가 된 것 같다. 자녀를 키워 본 이들은 다 알겠지만 뱃 속에서 난 내 자녀이지만 부모 뜻대로 안 되는 게 자식이다. 자녀를 하나같이 훌륭하게 키워 보고자 하는 욕심이 없는 부모가 어디에 있겠느냐마는 결코 자식 농사 짓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진리 중의 진리다. 

 

저자는 워킹맘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일을 하면서도 어쩜 그렇게 자녀를 자기주도성이 강한 아이로 잘 키워냈는지 부러움을 한 몸에 살 것 같다. 어려운 점이 없이 자녀들을 키워 낸 것은 아닌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자녀를 키워 가고 있는 엄마라면, 아니 아빠들도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는 부분이 대부분이다. 구구절절 가정에서 있을법한 이야기들이 책에 담겨 있다. 부모라면 모두가 공통된 경험치를 가지고 있을 내용들이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쉽게 읽히면서도 모두가 공감하는 듯 싶다. 불과 1쇄를 찍어낸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한달 여만에 5쇄를 찍을 정도니 독자들이 얼마나 많이 공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의 조언이 단지 형식적으로 자랑하기 위한 말들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통해 쏟아내는 이야기들이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일상의 사례를 쉽게 풀어냈다. 등교 준비시키랴 출근 준비하랴 정신없이 바쁜 아침의 일상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노심초사 걱정하는 학부모의 입장을 잘 풀어냈다. 학교를 일찍 마치고 학원을 순례해야 하는 워킹맘의 걱정을 잘 담아냈다. 저자는 남들처럼 자녀들을 학원으로 뺑뺑이 시키지 않고 방목해서 키워낸 것이 자기주도적인 아이로 자라는 데 조금의 영향을 끼쳤다고 이야기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히 성실표 엄마로 살아가는 부모 밑에 자라는 아이들은 작은 것 하나까지 부모의 잔소리를 들으며 지시와 명령에 따라 움직여가는 로봇처럼 지내야 한다. 반면 약간 불안하기는 하지만 어디에서 놀며 언제까지 집에 돌아와야하는지 자녀와 약속을 정해 놓고 자녀를 믿는 심정으로 키운 가정의 분위기는 좀 더 허용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자녀를 바라본다는 점이다. 

 

물론 저자도 여전히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 시절을 지나는 대목에서는 가슴 졸이며 지내야 했을 때가 많았을 것이다. 이제 좀 더 크면 더 큰 걱정과 염려로 지내야 할 시기도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자녀 양육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부분은 바로 '가정에서의 자녀와의 끊임없는 대화'에 있다. 자녀와 대화를 단절하지 않기 위해 저녁 식사 시간만큼은 가족의 동의를 얻어 최대한 함께 한다는 점이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잔소리 대신에 자녀에게 공감하는 질문을 던지고 경청하는 자세로 듣는 것이 일반 가정과 다른 점이다. 저자는 이것을 '가정식 하브루타'라고 이야기한다. 하브루타는 짝과 함께 어떤 문제에 대해 형식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토론식 대화법을 말한다. 유대인 가정에서 시작되었고 유대인 자녀들의 성공담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익히 알려진 대화법이기도 하다. 

 

자녀가 커 갈수록 대화가 점점 줄어가는 이유는 부모에게 큰 책임이 있다. 자녀가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질문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자녀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 자녀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경청하려는 자세로 질문을 던지고 허용적인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정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질문의 내용은 각각 다를 것이다. 다만 한국에서 주로 하는 질문인 학업과 취업에 대해서는 최대한 부모의 생각을 주입하기 보다는 자녀의 생각을 존중해 주어야 대화가 단절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싶은 책 속 문장을 정리해 본다.

 

13쪽

"마음으로 공감하지 않으면 절대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46쪽

"나는 원치 않는데 상대가 나에게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도움을 준다면 그것을 결코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77쪽

"수직 관계에서는 지시와 명령의 언어가 나오지만 수평 관계에서는 존중과 권유의 언어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83쪽

"학습보다도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것이 먼저라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우리는 늘 잊고 있습니다" 

 

85쪽

"마음을 묻는 질문이 아이의 마음을 움직인 것입니다"

 

158쪽

"아이의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고 안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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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령 2
전형진 지음 / 비욘드오리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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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의 죽음을 다시 시선으로 바라보다!

 

비운의 세자였던 사도 세자.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다양한 책에서도 사도 세자는 다양한 측면에서 소환되었다. 『금주령2』에서도 어김없이 스토리의 중심은 사도 세자였다. 

 

탕평책을 펼 수 밖에 없었던 영조는 평생 그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 그의 출신 배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수리의 소생으로 태어나 왕위에 오르게 된 배경을 『금주령2』에서는 노론의 절대적 영향이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사색당파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왕권 보다 신하의 힘이 점점 커져가는 모양새로 바뀌고 있었다. 여기서 신하라고 함은 '사림'을 말한다. 사림은 동인, 서인, 남인, 북인으로 당파를 이루고 있었고, 『금주령2』에서 왕실을 뛰어넘는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노론은 서인의 한 줄기다. 서인은 소론과 노론으로 나뉘어 있었고 영조의 선왕이었던 경종은 소론이 밀고 있었던 왕이었다. 경종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노론은 기회를 다시 찾게 자신들이 밀고 있었던 당시 연잉군을 왕으로 옹립시킬 수 있었다. 

 

영조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노론을 견제하기 위해 『금주령2』 에서는 '금주령'을 선포한다. 장안의 술 유통을 제한하며 돈 줄을 쥐고 있는 노론 신하들을 위축시키기 위해 특단의 어명을 전국에 내린다. 그런데 문제는 노론의 뒷배를 밀고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 '검계' 조직이었다. 오늘날에도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유흥업소 뒤에는 검은 조직들이 한 패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듯이 조선 시대에도 예외가 아니었을 것이다. 금주령은 곧 영조가 왕권을 강화하고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회심의 카드였지만 결국 부메랑을 돌아와 영조의 목줄을 쥐어 온 것도 금주령이었다. 『금주령2』에서는 영조의 금주령이라는 정책적 실패의 책임을 사도 세자가 짊어지고 뒤주에서 죽었다고 말하고 있다. 작가의 상상력이기는 하나 죽음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지목되는 것은 복잡한 권력 투쟁이 아니었을까 싶다. 작가는 복잡한 권력 투쟁 안에 희생자로 사도 세자를 등장시킨다. 

 

『금주령2』 에서 가장 드라미틱한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철경'의 마지막 죽음 장면을 말하고 싶다. 

 

이인좌의 란으로 알려진 역모 사건에 함께 했던 함경도 병마절도사였던 이사성은 끝끝내 복권되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는 이사성의 동생으로 '이철경'을 작품 속에 허구적 인물로 등장시킨다. 형의 억울한 죽음을 회복시키고자 검은 조직 '검계'에 들어와 대표 그룹에 올랐으나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마지막 죽음을 노론 신하들의 거두였던 좌의정 김판중과 그를 따르는 신하들에게 독성이 남아 있는 산곡주를 대접하며 사진도 함께 죽음을 함께 한다. 마치 성경 속에 삼손을 연상케 한다. 자신의 행동을 뒤늦게 회개하며 마지막 순간에 그를 조롱했던 블레셋 사람들과 함께 장렬한 죽음을 선택한 장면이 떠오른다. 

 

작품의 마지막은 장붕익 대장의 손자 장기륭과 백선당 산곡주의 당주 양일엽의 손녀 양숙영의 재회로 끝을 맺는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울산(도호부, 태화강), 철원(호명산), 남양주(묘적사)도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 앞으로 TV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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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숨
김혜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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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여행을 가더라도 허투루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낯선 인물을 만나더라도 작품 속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이야기의 주요한 배경으로 설정시킨다. 작가의 일상 속 경험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니라 소설 속 등장인물의 취미가 되고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깊은숨』에는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한 편 한 편이 마치 작가의 삶인가? 라고 착각할 정도로 푹 빠져든다. 작가의 프로필을 보니 요가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작품 속 화자도 요가를 즐겨하거나 요가를 더 공부하고 싶어 인도로 떠나는 장면들이 작품에 등장한다. 

 

『깊은숨』 이라는 책 제목은 우리에게 결코 가볍지 않을 내용들을 전개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도 남는다. 보통 '깊은숨'은 복식 호흡을 할 때 쓰는 방법이다. 요가를 할 때 '깊은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책 제목을 보더라도 작품 속 화자들이 '요가'를 매개로 서사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도 있겠다 싶다. 요가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복식 호흡법의 '깊은숨' 말고도 고독, 안도 등과 같은 뭔가 고민거리를 끌어안고 풀리지 않는 숙제를 어렵게 해결하고 나서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감정의 표현도 될 수 있겠다 싶다. 깊은숨을 내뱉을 정도로 풀리지 않는 숙제들이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게이, 레즈비언, 호모섹슈얼과 같은 성소수자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작품 속에 등장시킨다. 특히 마지막 단편소설인 「코너스툴」에서는 주인공이 소설가로 등장한다. 본인이 레즈비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체성을 밝히길 꺼려한다. 출판업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순간 모든 밥벌이가 막힐 것을 알기에 가슴앓이하며 스스로 분노를 삭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반전을 꾀한다. 젊은 신인 작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써달라고 부탁한다. 그 젊은 신인작가는 다름아닌 자신이 유일하게 이성으로 편한하게 대했던 책방집 남자 주인의 딸이기도 하다. 이처럼 작가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노골적으로 성소수자들의 고뇌와 불편한 사회적 시선을 드러낸다. 

 

또한 그동안 금기 시 되어 왔던 '해외입양'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해외에 입양아를 보내는 국가 중에 최고라는 자료를 본 적이 있다.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찾아오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자료가 남아 있으면 그나마 육체적 부모를 찾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반사라고 한다. 해외로 입양 보낼 정도면 얼마나 기구한 사연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자료가 변변치 않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다. 

 

소설가 김혜나님의 7편의 단편소설을 모아 놓은 『깊은숨』을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았다. 아버지를 찾기 위한 작품 속 화자의 이야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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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 - 2022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라자니 라로카 지음, 김난령 옮김 / 밝은미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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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작가의 자서전적 성향의 이야기인 듯 싶었다. 작품 속 주인공의 어머니가 백혈병으로 안타까운 죽음에 이른다는 이야기만 빼고 작가의 삶과 거의 비슷한 것 같았다. 인도계 출신으로 낯선 이방 땅 미국으로 건너와 자수성가한 이민자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이민자들이 하나같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있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는 점. 작가도 성인이 될 때까지 사춘기 소녀가 겪어야했을 남 모를 아픔을 많이 겪었을 것이다. 작품 속 주인공 레하를 통해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달하는 듯 싶었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미국이나 인도나 한국이나 어쩜 이렇게 비슷할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라면 부모의 우려는 안중에도 없다. 그 당시에는. 어른들이 우려하는 댄스파티에도 어떻게 해서든 가고야 만다. 이미 그곳에는 친구들이 있고 친구들과 하나가 되어야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땅에서 하나가 되기 위해 문화를 쫓아가야 하는 작품 속 인도 소녀의 고민은 곧 작가의 고민이었고 우리의 고민이 될 수도 있겠다.

 

이민자들은 가족과 함께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몸은 떠나 있으나 그들의 정신적 가치관은 견고하게 남아 현재 살아가는 땅에서의 가치관과 충돌하고 때로는 수용하여 변화된다. 알아주는 이가 없기에 더더욱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찾게 된다. 낯선 곳에서 아프기라도 하면 고향을 생각하게 되고 나와 함께 피를 나눈 가족들을 더 그리워하게 된다. 작품 속 레하의 어머니는 예고없이 갑자기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레하는 어머니의 암투병 과정 속에서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진하게 느끼게 된다. 나을 듯 나을 듯 치료하는 과정속에서 일말의 희망을 가져본다. 그러나 끝내 죽음의 강을 피하지 못한다. 가족 중 아픔을 겪고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남 얘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로 읽혀질 것 같다.

 

작품 속에서는 독자들이 생소하게 느껴질법한 다양한 인도 고유 문화가 소개되고 있다. 인도라는 나라에도 각 지방별로 언어가 제각각이라는 점이 과연 우리로써 이해가 될까 싶다. 다른 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문지방'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네 이야기와 아주 흡사하다.

 

인도에서 전해오는 문지방에 관한 이야기는 이렇다. 우리처럼 문지방을 밟고 서 있지 말라는 이야기다. 문지방에 마귀(귀신)가 깃들어 있다고 한다.

"마귀는 문지방에서 사는 거래, 엄마 말로는 그건 은유래. "

"뭐든 어중간하게 하지 말라는 의미래"

 

독자들이 보기에 책 제목을 특이하게 생각할 것 같다.

『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

빨강은 인도에서 좋은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사람들이결혼식과 같은 경사로운 일에 빨간색 옷을 입는다고 한다. 인도 여자들이 종교적 의미에서 이마 한 가운데 점을 찍는 빈디도 빨간색인 것도 주목할만하다. 반면 하양은 인도에서 장례식 때 입는 옷 색깔이라고 한다. 미국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처럼 인도 사람과 미국 사람은 빨강과 하양의 의미를 다르게 생각하나 결국 '모두가 하나', '완전한 하나'라는 의미를 담아 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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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령 1
전형진 지음 / 비욘드오리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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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영조 임금 때 '금주령'이 선포되었다고 한다. '금주령' 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작가는 허구의 인물들을 불러내어 당시 조선 영조 시기 권력의 지형을 그려내고 있다. 권력의 정점에는 오늘날도 마찬가지게지만 '돈'이 자리잡고 있다. 술을 빚어내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돈'이 움직이게 되고 그 돈은 검은 손으로 들어가게 된다. 막대한 돈을 거머쥔 권력자들은 자신의 수하에 많은 사람들을 두게 되고 임금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한다. 드러내지 않고 숨은 곳에서 검은 돈을 모으는 일들은 지금의 조폭을 방불케 하는 검은 조직이 도맡아하게 된다. 

 

『금주령』은 검은 돈과 검은 조직을 밝혀내기 위한 영조 임금의 전력이며 어명과 국법을 신조로 삼은 소수의 정의로운 신하들이 바위에 계란 치듯 고전분투하는 장면을 그려내고 있다. 아마도 이 작품은 조만간 드라마로도 제작된다고 하니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다. 

 

늘 그렇지만 재물과 권력을 탐하는 자들은 작품 속에서 그들이 내뱉는 언행들이 가볍기 마련이다. 반면 자신의 신조를 지키며 불의에 항복하지 않고 목숨조차 아까지 않는 의인들은 말이 곧 성품이며 성품에서 빚어낸 언행을 통해 독자들에게 감명깊게 자리 매김할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울산도호부 지역에서 산곡주라는 모두가 인정하는 술을 빚어내는 양일엽이라는 산곡주의 당주이며 또 한 부류의 인물들은 영조 임금의 총애를 입고 검은 조직을 일망타진하려는 장붕익 판서와 그와 함께 하는 금란방 의인들(강찬룡,나경환, 박영준, 이학송, 이규상)이다. 

 

독자들은 소설 속 인물들에 늘 반하기 마련이다. 혼탁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고결한 인품을 유지하며 희생이 뒤따른다하더라도 대의를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치는 인물들에게 자신을 감정을 이입하며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으나 앞으로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투영하게 만든다. 영화 속에서는 늘 주인공이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건지고 최후의 승자가 되는데 위에서 말한 산곡주의 당주 양일엽과 금란방의 대표격인 장붕익은 비참한 죽음을 당한 다는 것이 여느 소설, 영화와 큰 차이점이 있다. 악당, 권력에 빌붙어 지내는 간신배들은 역시나 소설 속에서도 떵떵거리며 산다.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요리조리 법들을 잘 피해 다니며 자신들의 부를 채워가는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소설 속 분위기나 오늘날 아니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이와 다를 바가 없을 것 같다.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권력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묘하게 법들을 이용하며 사람들을 자신의 밑에 두어 이용한다. 소설이 우리에게 유익한 것은 역사 이래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늘 욕심과 탐욕에 치우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금주령』 1권은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산곡주의 당주 양일엽은 끝까지 술을 빚는 비기를 감추었기에 비참한 죽음을 당해야헸고 자신이 일군 평생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겨야 했다. 금란방의 대표격인 장붕익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믿었던 사람에게 발등을 찍힘으로 또한 비참한 죽음을 당한다. 검은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모인 금란방 조직은 바람 앞에 등불처럼 나약하기 짝이 없게 된다. 그나마 양일엽의 아들 양상규와 그의 처가 깊은 산속으로 피신하게 되고 금란방의 이학송과 이규상은 목숨을 건지며 앞으로 어떤 반전이 일어나게 될까 단서를 남겨둔다. 

 

『금주령』 2권을 다 읽어봐야겠지만 검은 조직과 싸우는 일은 늘 힘든 일이며 권력과 재물을 탐하지 않고 소신껏 살아가는 이들은 어느 시대나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연 영조 임금의 금주령이 결실을 맺을까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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