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 만드는 법 -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기쁨을 위하여 땅콩문고
김보희 지음 / 유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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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첫 책을 출판할 기회를 얻은 적이 있었다. 편집자님과 4~5개월 전화로, 이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책을 내고 싶다는 의욕만 앞선 나머지 1~2쪽짜리 출간 계획서만 작성한 상태였다. 쓸 내용도 무궁무진하고 이 책 정도면 시중에 잘 팔릴 것 같다는 나만의 느낌으로만 충만한 상태였다. 편집자님과 여러 차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책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점점 편집자님의 요구사항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출간할 날짜는 정해져 있었기에 마음만 급한 상태였다. 내 이름이 박힌 책이 나올 환상만 꿈꿨지 책 내용의 퀄리티를 높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마도 편집자님이 무척 고생했으리라.

당시 편집자님께서 내 원고를 보고 얼마나 답답하셨는지 참고가 될 만한 책까지 보내 주셨다. 하루아침에 글이 나아질 리가 없었다. 속으로 편집자님만 원망하며 꾸역꾸역 주문하시는 방향으로 원고를 다듬었다. 내가 보기에는 잘 쓴 원고인데 과감히 잘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실망이 컸다. 어떻게 쓴 글인데...

겨우겨우 첫 책이 나왔다. 모두 편집자님 덕분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깨닫게 되었다. 편집자님을 나를 돕는 사람으로 여겼지 파트너요 협업하는 사람으로 조언자로 생각하지 않았던 나의 모습을 발견한 것은 두 번째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할 때였다. 두 번째 원고를 다수의 출판사에 투고했지만 역시 돌아오는 답변은 동일했다. 분명한 거절이었다. 『첫 책 만드는 법』에서도 나와 있듯이 편집자와 출판사가 투고된 원고를 채택할 확률은 거의 희박하다. 출간할 일정이 미리 짜여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진행 중인 작업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이메일로 느닷없이 투고된 원고를 꼼꼼히 들여다볼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힘들게 쓴 원고를 받아줄 출판사를 찾지 못했을 때 오로지 혼자서 다시 원고를 다듬고 수정해야 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다. 만약 두 번째 책이 편집자와 협업하여 세상에 나왔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첫 책 만드는 법』은 편집자가 하는 일, 편집자의 기획 방향, 고충, 첫 책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담아냈다. 첫 책을 내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한 번쯤은 꼭 읽어보시라 추천한다. 출판사와 편집자는 지금도 늘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원고를 찾아다닌다. 시대의 흐름과 독자의 기호에 딱 맞아떨어지는 글을 책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사방에 그물을 던져 놓고 있다. 편집자의 기획 그물에 걸리는 원고를 쓰기 위해 예비 작가들의 노력도 필요할 듯싶다.

참고로 『첫 책 만드는 법』의 펴낸이(편집자)는 조성웅이다. 이제야 깨알처럼 작게 쓰인 편집자님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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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코의 질문 - 개정판, 6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3
손연자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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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격언은 우리처럼 나라를 빼앗긴 아픔을 겪은 민족에게는 금과옥조처럼 여겨야 할 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역사의 진실을 밝혀야 하는 까닭은 증오와 미움을 간직하기 위함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게 피해를 주는 똑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진실된 역사가 철저한 성찰의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진실을 왜곡하고 역사를 날조하는 행위는 후손들에게 반성이라는 회복의 기회를 빼앗는 일이다.

 

문명이 발전하고 생활이 편리해질수록 과거를 계속 기억해야 이유도 과거의 역사는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 때문이다. 든든한 기초 위에 건물을 세우는 법이다. 역사는 한 민족의 정신적인 주춧돌이 된다. 과거사를 읽는 이유도 뒤로 퇴보하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 정진하기 위함이다. 일제강점기 시대 우리 민족의 아픔을 정리한 손연자 선생님의 『마사코의 질문』은 9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참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다. 

 

일본이 남긴 잔재들이 우리 학교 안에 많이 존재했었다. 우리의 정신을 멍들게 하는 일들을 어린 학생들에게 주입시켰다. 남을 밟고서라도 서로의 잘못을 고자질하는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서로를 이간질하는 일까지 시켰다. 나라의 정체성을 철저하게 짓밟았으며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특권으로 여길 정도로 잘못된 가치관을 심었다. 나라 잊은 민족의 설움이고 힘이 약한 나라의 아픔이었다. 과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며 진실된 사과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진실을 외면하는 행위는 적대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의식이 깨어 있는 사람들이 자국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더 이상 숨기지 않도록 설득해가야 한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사라고 할지라도 후손들에게 있는 사실 그대로 나약했던 우리 민족의 모습을 알려 주어야 한다. 우리도 깨어 있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가해자의 편에서 무차별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올바른 역사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평화는 역사를 끊임없이 성찰하는 민족에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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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생각하지 않는다 - 인공지능에 관한 꼭 알아야 할 오해와 진실 좋은 습관 시리즈 51
김송규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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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인문학은 사람의 본질을 알아가는 학문이다. '하고 싶은 일은 무인인가?',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처럼 인간을 향해 질문을 던지며 고민하도록 하는 영역이 인문학이다. 소위 인문학을 향해 사람과 소통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 연결, 교류를 통해 사람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인문학이 삶의 기초가 된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문학의 영역이 넓어졌다. 문학, 역사, 철학(문사철) 뿐만 아니라 기계와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일명 기계 언어인 코딩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챗 GPT는 효율적인 도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의 대명사가 되었다. 프롬프트만 제대로 입력하면 얻고자 하는 결과물을 손쉽게 받아볼 수 있다. 그림과 동영상, PPT, 보고서, 요약 등 업무적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챗 GPT를 통해 해결 받을 수 있다. 인공지능과 소통한다는 것은 인공지능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글쎄다. 현재까지 인공지능은 누적된 데이터에 의존한다. 입력값에 의해 출력값을 말해준다. 겉으로는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심지어 특이점을 발휘하여 창의적인 생산도 가능할 것처럼 말한다. 분명한 것은 인공지능의 이면에는 집약된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라벨링을 사람이 직접 한다. 사람의 노력이 없으면 인공지능조차도 원활하게 작동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인공지능은 사람을 돕는 도구일 뿐이다.

"제대로 된 인공지능 기반의 분석 시스템을 구현하려면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필요로 하고많은 양의 학습 시간과 이를 위한 충분한 전력이 있어야 한다"_104쪽

인공지능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사람이 답을 할 수 있는 것은 생각의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쓴 글과 자료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전문적인 능력을 소유해야 한다. 유튜브, 릴스, 쇼츠로 대변되는 짧고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질 경우 사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생각하는 두뇌'를 퇴보시킬 수 있다. 매리언 울프에 의하면 사람의 뇌는 '책 읽는 뇌'가 따로 있다는 점이다. 텍스트를 읽고 생각하는 뇌를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생각의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연습을 부단히 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주의력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제시한 자료를 읽고 맞는지 틀리는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인공지능을 활용할 줄 아는 능력보다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인 능력이 사람에게 필요한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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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우리는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문경민 지음, 이소영 그림 / 우리학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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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만큼 아이들도 힘들다. 아이들도 다 안다. 부모가 왜 힘들어하는지. 다만 표현할 방법이 다를 뿐이다. 소위 사춘기를 맞이하여 껄렁한 청소년을 향해 돼 먹지 못할 놈이라고 쉽게 말한다. 버르장머리 없는 심히 장래가 걱정이 되는 놈이라고 아예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 어른들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만으로 평가한다. 어른들도 힘들면 자신도 모르게 고민을 잠시 벗어나고자 평소에 보이지 않던 행동을 하지 않는가. 아이들도 사람이다. 힘든 것을 다른 방법으로 표출하는 것뿐이다. 윤리적인 잣대로 날카롭게 보는 시선 대신에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기다려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어리다고 생각 씀씀이도 어린것이 아니다. 아이들도 어른만큼 생각이 깊다. 가족이 행복했으면 바라고 걱정 근심 없는 가정이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생각지도 못하게 어려움을 맞이하는 순간이 있다. 사람의 힘으로 버틸 수 없는 환경에 놓일 때가 있다. 아이들도 알만큼 다 안다. 가족 모두가 힘들 때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이 바로 아이들이다. 불안하고 초조해한다. 내색하지는 않지만 온통 부모 걱정이다. 이 또한 지나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금 처한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문경민 작가는 아이들의 심리를 너무나도 잘 안다. 위기에 놓인 아이들의 사정을 어른의 시각이 아닌 또래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아이들에게도 회복탄력성이 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함께 해 주는 어른이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아이들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다. 그 과정이 다소 힘들 뿐이지 잠재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어두운 그늘은 더 짙어간다. 학교 안에는 가정의 아픔으로 상처가 곪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다. 자칫 못 보고 놓칠 수 있다. 꼭꼭 숨기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 

 

『열세 살 우리는』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주지만 그 속에서 꿋꿋이 어른 못지않게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려는 아이들이 있음을 말해준다. 다양한 아픔을 겪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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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만약 너라면 삶과 사람이 아름다운 이야기 13
패트리샤 폴라코 지음, 강인경 옮김 / 베틀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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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나는 학습 장애를 겪어 따돌림을 당했어요" _작가의 말 中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만이 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따돌림을 하는 사람은 모른다. 장난이라고 말하지만 당하는 사람은 모멸감과 수치심으로 공동체에 적응할 수 없다. 따돌림의 주체는 밝혀지기 전까지 의기 앙양하게 생활한다. 근거가 없는 소문은 일파만파 확산된다. 누군가가 증거를 대고 확인 절차를 밟지 않으면 거짓 소문은 근거 없는 실체가 된다. 거짓이 진실을 덮어 버린다.

조직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 늘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장소 구분하지 않고 어느 때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조직에서 상당히 힘을 소유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과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람이다. 장난삼아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약한 사람이 보기에는 꼰대 소리로 들린다. 꼰대가 심해지면 갑질이 된다. 은근히 따돌리는 행위는 폭력이 된다.

소속감을 갖기 위해 조직의 분위기를 읽고 맞춰가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유형이다. 나에게 꼭 맞는 조직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누구든지 새로운 조직에 입문할 때에는 크고 작은 두려움이 동반된다. 아이들도 그렇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는 경우 어른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걱정을 많이 한다. 친구 관계가 학교생활의 전부를 결정한다. 힘이 센 또래 집단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을 한다. 생존 전략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인정받지 못한다. 상처로 남는다.

'그게 만약 너라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사람이 만약 너라면,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견고한 집단 안으로 들어가야 할 사람이 만약 너라면, 근거 없는 오해로 누명을 입고 있는 사람이 바로 너라면 어떻게 할지 독자에게 정중히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내 자녀가 이런 일을 당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쫓아가 해결하려고 하지 않을까. 조직 안에서 관계로 인해 힘들어하는 구성원이 없나 유심히 살펴보아야겠다. 공동체 안에서 안정감 있게 생활할 수 있도록 유해 요소들을 발견하고 원만하게 해결해 가는 일이 리더의 역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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