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 살아 있는 고전을 남기다 - 2022 아침독서신문 선정도서 천개의 지식 18
김수경 지음, 이갑규 그림, 권순긍 감수 / 천개의바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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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를 다녀오면서 글을 쓴 이유가 무엇일까? 여행 자체가 고단했을 터인데 말이다. 여행의 우선순위가 기록하고 생각한 것을 글로 남겨 오겠다는 각오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편함을 멀리하고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담아 오겠다는 집념이 앞섰던 것 같다. 목표가 있는 여행은 그렇지 않은 여행길보다 발걸음이 가벼울 수 있다. 불편함도 목표를 이길 수 없다. 목적은 목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실학자인 연암은 사람들의 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한 고민을 담고 있었고 당시 우리보다 잘 살았던 청나라의 모습을 조선에 적용하고 싶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글로 담아 오는 것이었다. 

 

연암 박지원의 글을 보면 글 쓰는 비법을 알 수 있다. 연암은 자신만의 생각을 글로 썼다. 남의 글을 옮겨 쓰지 않았다. 여행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것을 글로 적었다. 호기심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 모든 것들을 글로 적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자신이 쓴 글을 읽을 독자들과의 소통을 하기 위함이었다. 글쓰기의 최종 목적은 소통이다

 

소통은 일방적이지 않다. 자신 안에만 가두지 않는다. 흘러가게 한다. 쌍방향이다. 자기 생각을 고집하지 않는다. 연암 박지원은 언어가 다른 청나라 사람들과 필담으로 소통을 했다. 배울 것을 배우고 적용해야 할 점을 기록으로 남겼다. 당시 사대부들이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과 전혀 달랐다. 오랑캐 취급하며 고집을 내세웠던 사람들과 전혀 다른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연암의 글쓰기가 당시 주류들의 글쓰기와 전혀 다른 방식이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쓰기는 자랑이 아니다. 글쓰기는 남을 돕고 세상에 보탬이 되기 위함이어야 한다. 살아 있는 글은 전파력이 강하다. 유익이 되기 때문이다. 힘이 실려 있다. 사람을 살리는 힘이다. 기죽이게 만드는 글이 아니다. 연암은 글 쓰는 방법을 모방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글을 흉내 내지 않았다. 쓰다 보니 자기만의 글이 되어 버렸다. 자주 쓰면 자기 글이 된다. 글쓰기 비법은 따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만들어야 한다. 남 따라 하면 내 글이 아니라 남의 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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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요괴의 수염 - 김동식 주니어소설, 2025 문학나눔 선정도서 학교도서관저널 주니어소설
김동식 지음, 조성흠 그림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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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작가는 기묘함의 이야기를 만드는 이야기꾼이다. 전설의 코딱지, 108 요괴의 수염처럼 어른들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소재를 가지고 기똥차게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코딱지를 파내는 일을 더럽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코딱지를 신비의 도구로 삼고 7개를 모으면 바라던 일들을 이룰 수 있다는 기묘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의 힘이 소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귀담아듣고 응원해 준다면 제2의 김동식 작가가 나타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상상의 힘은 기묘함의 힘이다. 세상에 이런 이야기가 있을 수 있구나라고 감탄하게 만드는 힘이다. 참신한 이야기는 인공지능도 넘볼 수 없다. 인간만이 독자적으로 펼쳐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고유한 능력이 아닐까 싶다. 

 

나이가 들수록 현실적이 되어 버린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 전까지 그때가 무한 상상으로 이야기를 창조해 낼 수 있는 최적기인 것 같다. 보잘 것 없는 도구, 사물 하나하나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디딤돌이 된다. 혼자서 이야기를 구성하고 스토리를 이어간다. 머릿 속으로 모든 이야기의 흐름을 구성해 낸다.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이야기다. 어린 아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 쯤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춤추며 놀았으리라. 

 

비현실적인 것이 창작의 모티브가 된다. 비현실이 현실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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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찰을 전하는 아이 푸른숲 역사 동화 1
한윤섭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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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_111쪽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아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이 가야 할 길임을 아는 사람은 행복에 아주 가까운 사람이다. 행복의 기준은 소유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행복은 상대적인 가치다. 비교 의식에 젖어 있을수록 행복은 요원하다. 자족할 줄 안다면 불행하지 않다. 목적의식이 있다면 험난한 길이라도 걸어간다. 걸어가는 동안 행복을 찾게 된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것이 곧 삶의 목적이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살아가는 이유가 다르다. 이유가 있다면 그것이 곧 행복의 시작점이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는 목적지가 분명하다. 삶의 조건은 누가 보더라도 최악이다. 행복의 배경이 되는 것은 전무하다. 하루 저녁 자야 할 곳도 마땅하지 않다. 자신을 돌볼 보호자가 없다. 다만 유언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걸어간다. 목숨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안다. 돕는 사람들을 만난다. 하늘이 열어준 길이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를 통해 내가 가야 할 길을 다시 생각해 본다. 

 

딱딱하게 전달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을 재미를 더해 다양한 상황을 상상하며 읽을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한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다. 역사는 읽혀야 한다. 읽히기 위해서는 해석이 필요하다. 오늘날에 맞게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데 무미 건조한 언어가 아닌 살아 있는 말로 표현되어야 한다. 읽히지 않는 역사는 고인 물과 같다. 물이 흘러야 새로운 물로 가득 차는 것처럼 역사도 흘러넘쳐야 한다. 상상력이 작동될 수 있도록 여백이 만들어야 한다. 여백은 다양한 가정으로 덧붙여질 수 있다. 역사에 살을 불일 수 있다. 

 

녹두장군 전봉준은 세월이 흐르더라도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인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당시에는 실패한 삶이요 비참한 생을 산 것처럼 여겨졌지만 훗날 많은 사람들의 평가는 개혁가요 실천가이며 용기 있는 사람으로 전해질 것이다. 삶은 현재가 아닌 미래의 보며 살아가야 한다. 보이지 않는 이상이 뜬구름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불가능한 것을 시도해 보고 도전하는 것은 위대한 길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행복한 사람은 꿈을 꾼다. 현실에 머무르지 않는다. 불평하기보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다. 

 

꿈꾸는 사람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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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탐구 생활 - 제1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55
김선정 지음, 김민준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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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왜소화는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_ 198쪽

 

편리함은 상대적으로 왜소화를 앞당긴다. 불편함은 상상력을 작동케 한다. 편리함을 거부하고 불편함을 찾을 때 문화적 창조력을 품을 수 있다. 경험의 왜소화는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에 적극 공감한다. 어른이 어른인 이유는 경험치가 높기 때문이다. 선생이 선생님으로 불리는 이유도 시행착오의 경험이 남보다 많기 때문이다. 상상력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에 비례한다. 창조력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은 자발적 필요에 의해서다.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창조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교육을 통해 지향하는 바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다. 불편한 경험을 통해 상상력을 꿈꾸게 만들며 창조의 희열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안전만 강조하면 과감한 시도를 주저하게 만든다. 안전 불감증도 문제지만 안전 만능화도 바랄 바가 아니다. 시도하지 않으면 위험한 일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모험을 하지 않으면 위험을 가까이하지 않아도 된다. 모험하지 않는 삶은 역동적이지 않다. 새로운 것을 꿈꿀 수 없다. 아이들은 꿈 너머 꿈을 꾸어야 한다. 그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도 더 변화무쌍한 시대다. 모험을 통해 상상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진정한 공부는 앉아서 하는 학습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경험하고 걸으면서 체험하는 것이다. 자연은 위대한 학습터다. 자연을 통해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갈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 체험학습이 가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정비되어야 할 부분도 있지만 교육의 목적을 생각할 진대 선생님들부터 경험의 왜소화를 극복해 가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교사의 경험은 곧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 다양한 교육적 시도를 통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모험일 수가 있고 당연히 위험이 동반된다. 경험의 범주가 넓어질수록 교육 또한 풍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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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반짝 - 제1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64
김수빈 지음, 김정은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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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잊을 수 없는 것은 연약한 것들이다." _194쪽

작가는 약한 것의 강한 힘을 아는 사람이다. 작가는 세상의 작고 연약한 것들을 발굴하여 사람들에게 알리는 사람이다. 작가는 소박하지만 감동의 울림이 큰 작은 이야기들을 소멸하지 않도록 힘을 불어넣는 사람이다. 작가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을 솔직 담백한 언어로 풀어내 읽는 이로 하여금 용기와 소망을 품게 하는 사람이다.

삶을 살아오면서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것들은 어찌 보면 커다랗고 놀라운 사건이 아니라 저 멀리 귀퉁이에서 잊힐만한 아주 작은 덩어리의 기억들이다. 짝사랑의 기억도 그렇고 친구네 집에 놀러 갔는데 다른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평범한 장면이 어느 날 문득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을 경험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삶을 구성해 온 것들은 강하고 강렬한 사건이 아니라 약하고 연약한 것임을 증명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가슴 아파하며 오랜 세월 보내온 사람들은 그 사람이 남긴 작은 손수건 하나조차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아주 커다란 선물보다 작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소중한 것들이 오랫동안 버리지 않고 간직하게 만든다. 기억의 덩어리는 이렇게 아주 작게 파편들이 모여 커다란 의미를 구성하는 것 같다.

동화는 아이들의 삶을 다루는 이야기들이다. 책 속 너머 어른이 된 독자들의 어린 시절을 반추하는 책이기도 하다. 까마득하게 잊었던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들을 다시 끄집어 내게 만드는 책이다. 동화를 통해 동심을 다시 찾게 되고 약한 것들과 연약한 모습들을 그리워하게 한다. 지금은 예전보다 더 많이 소유하게 되고 더 큰 힘을 갖고 있지만 행복의 크기가 점점 반비례하는 이유는 연약한 지금의 모습을 무언가로 포장하고 감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우리 모두 약해질 때다. 연약함을 인정할 때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음을 인정할 때다. '여름이 반짝' 하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러하니 겸손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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