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해록 - 조선 선비 최부와 떠나는 뜻밖의 중국 여행 처음 만나는 고전
강창훈 지음, 허현경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사람이 남긴 메모들이 모여 기록이 되었고 역사로 남았다. 심지어 세계 3대 중국 여행기로 평가받고 있다. 바다에 표류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장장 150일 동안 떠돌며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메모한 자료들이 세계적 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더구나 당시 생활상을 엿보고 연구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기록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본다. 

 

우여곡절 끝에 명나라 남쪽 지역에서 북경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온 최부는 조선인 최초의 명나라 남부를 방문한 사람이 되었다. 공식적인 사신단을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 명나라에 있다가 돌아온 최부는 당시 임금이었던 성종에게 보고서를 올려야 했다. 어찌 보면 결과보고서 형식을 취한 공식적인 문서라고 할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임금에게 보고드릴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던 것이 필담으로 나눈 메모지였다. 기억은 오래가지 않는다.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다. 메모는 그렇지 않다.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데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표해록이 오늘날까지 전해 오게 된 이유다. 왕께 공식적으로 보고 드린 공식문서였기에 가능했다

 

표해록을 기록한 최부는 남다른 기록 정신이 있었다. 명나라의 여러 도시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함께 보고 느낀 것들을 중국 역사와 함께 병행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평소에 꾸준히 독서를 해 결과다. 중국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여행 기록이 아닌 역사적 가치로 환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인보다 더 중국 역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 관리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평소 습관이 위기 때 나타나는 법이다. 독서는 글의 수준을 높인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독서만큼 정직한 결과가 없다. 

 

최부가 함께 한 일행 모두를 무사하게 인솔해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어찌 보면 최부의 독서 리더십에서 비롯되었다. 왜구로 오인받고 첩자로 몰렸을 때 그의 상황 판단은 예리했다. 명나라 관료들에게 조선에서 표류되어 온 일행들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했다. 최부가 필담으로 나눈 메모에서 그의 수준 높은 지성을 엿보았을 것이다. 

 

자고로 리더는 책과 함께해야 한다. 책을 눈에서 떼지 말아야 한다. 위기 때 리더십이 작동된다. 평소에 책을 통해 습득한 감각이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리더의 언어는 수준이 있어야 한다. 어휘력도 남달라야 한다. 긴 말 대신 짧은 어휘가 설득을 대신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하일기 -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고전맛집 1
배봉기 지음, 이부록 그림 / 사계절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하일기가 시대를 흔드는 기폭제가 되었다. 열하일기에 쓰인 박지원의 생각이 시대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글은 기존 사람들이 쓰는 글과 남달랐다. 아니 당시 권력자들의 사고방식과 결을 달리했다. 대부분의 주류는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했다. 기득권을 지키고 낡은 관습에 빠져나오지 못했다. 오래된 글들을 답습하고 베껴 쓰는 데에 치중했다. 서민들의 바람과 요구를 읽지 못했다. 자기만족에만 급급했다. 반면 일개 무명에 불과했던 박지원은 그가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솔직하게 글로 표현했다. 그게 열하일기다.

 

글에는 정신과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다. 글쓴이의 글쓰기 태도는 곧 그의 삶의 지향점이다. 칼보다 붓이 힘이 세다고 하지 않나. 당시 세계를 호령하던 청나라를 직접 다녀온 뒤 쓴 그의 일기에는 앞으로 조선이라는 나라의 국정 방향을 서술한 것이고 어떻게 보면 국정 책임자를 후회적으로 비판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열하일기 속에 담겨 있는 양반전과 호질의 이야기만 보더라도 그의 비판정신이 얼마나 적나라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겉으로는 권력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일반 백성들이다. 총칼이 무력적으로 세다고 볼 수 있겠지만 진작 강력한 힘은 글에서 시작된다. 정신이 물질보다 강하다. 올바른 사고방식으로 무장된 비판 정신은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다. 사면초가에 빠졌더라도 정신이 차리면 살아남는 것처럼 사람의 정신을 모으게 하는 글의 힘은 시대를 변화시키고 오랫동안 이어간다. 연암 박지원의 글이 그러했다. 오죽했으면 정조 임금마저도 문체반정이라는 포고령을 통해 박지원이 쓴 글이 유포되지 않도록 단단히 일렀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오늘은 내일로 이어지지 않는다
브로니 웨어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0세를 기준으로 보면 나는 벌써 인생의 반환점을 돈 셈이다. 하지만 어떻게 백세를 살 수 있을까. 80세를 생각한다면 65%를 살아왔고 이제는 35% 남은 셈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살 날이 많지도 않다. 오랫동안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수치로 환산해서 따져보니 정신이 번쩍 든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이가 들다보니 한 달 한 달이 금방 지나간다.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가 나이에 비례한다는 얘기가 실감난다. 어릴 때에는 하루 하루도 더디게 가는 것 같았는데 말이다. 눈 깜짝하면 일주일이 지나간다. 일에 쫒기다보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르겠다. 호주에서 간병인으로 살아가는 저자 브로니 웨어는 수 많은 환자들을 만났다. 임종을 앞둔 인생 말기의 환자들을 간병하며 기록한 책이 바로 『나의 오늘은 내일로 이어지지 않는다』라는 책이다. 책의 부제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

 

『한국인,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7가지』의 저자 염창환 병원장은 암 말기 환자들이 마지막에 선택하는 곳인 호스피스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통증을 완화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곳이다. 1%의 기적을 바라며 하루하루를 절박하게 살아가는 곳이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더 살고 싶다는 바램밖에 없다. 더 좋은 음식, 더 좋은 자동차, 더 좋은 명예, 더 좋은 아파트, 더 좋은 승진 같은 것은 일도 바라지 않는다. 오직 바라는 것은 하루 더 삶을 연장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들 한 번 더 얼굴 보며 대화 나누는 것이 희망이자 꿈이다. 

 

『나의 오늘은 내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의 저자 브로니 웨어는 환자의 손을 한 번 더 잡아주고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더 좋은 치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환자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는 일에 진심이다. 환자들을 곁에서 지켜 본 바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 사실을 발견한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은 대부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지 못한 것에 가장 큰 후회를 한다. '업적이나 소유물로 자신을 증명하려는 욕망'으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야 하는 시간보다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산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더 많은 걸 얻으려고 했지만 결국 대부분의 것들은 필요한 것이 아니었음을 발견한다

 

맞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아주 단순하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닐까. 살다보니 상대방을 비난하고 이유없이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내면에 상처와 아픔이 가득하다. 행복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다. 누군가가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을 존중할 줄 안다. 그 삶을 함부로 비난하지 않는다. 타인의 삶을 자기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연민한다. 연민은 타인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죽을 때야 이 사실을 깨닫는다.  

 

나의 오늘이 내일로 이어지지 않을 날이 곧 다가온다. 누구도 예외가 없다. 살아 생전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있다면 미루지 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두 잘 지내겠지? 창비아동문고 304
김기정 지음, 백햄 그림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벚꽃이 만개한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모두가 설렘 가득하다. 봄은 생명을 움트게 하는 계절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생명이 있으면 저절로 죽음도 뒤따른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면 슬픔이 크지 않겠지만 인위적이거나 사고로 인한 죽음, 폭력에 의한 희생은 누구나 가슴이 아플 수 없다. 『모두가 잘 지내겠지?』라고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인사말처럼 보이지만 그리움에 사무친 감정이 읽힌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라고 한다. 매년 기일이 되면 추모하며 고인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기억은 아픔을 동반하지만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죽음을 소재로 한 동화가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생각해 본다. 아직 어리다고 해서 슬픔마저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족 간의 유대감을 갖기 위해서는 말 못할 아픔도 이제는 과감히 나누어야 할 때다. 아이들도 부모의 표정을 통해 생각을 읽는다. 기억 조차 하기 싫은 죽음이라도 함께 애도하며 나눌 때 남아 있는 가족들도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기독교에서도 봄이면 어김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깊게 생각하며 고난이 주는 특별한 의미를 되새긴다. 고난은 피하고 싶은 영역이긴 하지만 고난 없이는 기독교를 온전히 말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안전 미비로 인해 생기는 사고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분명히 막을 수 있는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니겠지라는 안일함이 사고를 더 키우고 있다.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소중히 여기며 지키기 위한 우리 사회의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른들의 역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푸른 사자 와니니 2 - 검은 땅의 주인 창비아동문고 305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원하는 것은 뭘까?

 

조직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리더의 지향점은 곧 조직의 분위기를 만들고 구성원들 각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리더는 결코 남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절제의 미덕을 갖춘 자만이 리더가 될 수 있다. 리더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 거저 주어지지 않는 법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다는 심정으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지독한 과정이다. 

 

푸른 사자 와니니가 검은 땅의 주인이 되기까지의 여정이 담겨 있다. 리더는 무리를 이끌어야 한다. 조직을 지켜내야 한다. 사냥감을 찾아내고 누구보다도 먼저 전략을 세워야 한다. 먼저 나서서 사냥감을 포획해야 한다. 초원에서는 그 누구도 목숨 앞에서 약한 동물이 없다. 마지막까지 발버둥을 친다. 거친 사자조차도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사냥은 늘 긴장감이 맴돈다. 리더이기에 그 모든 것을 감수한다.

 

검은 땅은 초원이 불타서 남은 것이라고는 잿더미 밖에 남지 않은 땅이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땅이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동물들이 찾아오는 곳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비롯 척박한 환경일지라도 끝내 이겨내면 기름진 땅으로 바뀔 수 있다.

 

리더는 나하나 살겠다고 구성원들을 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죽되 구성원들을 살리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다. 왜소한 몸으로 쫓겨난 푸른 사자 와니니는 그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약한 무리들을 품고 그만의 조직을 만들어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