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걸음 - 세계는 왜 뒷걸음질 치는가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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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올해에는 최장 10일간의 명절 연휴라서 가족 간의 여행, 쉼, 여유가 가득할 것 같다. 열흘 전부터 조금씩 읽기 시작한 움베르토 에코 『가재걸음 』을 꾸역꾸역 읽다 보다니 드디어 마지막 장을 덮었다. 20여 년 전의 글이라 시대성이나 현실감이 약간 떨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꽤 상당한 분량(453쪽)의 글을 놓치지 않고 읽어간 이유는 아마도 움베르토 에코의 명성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정치, 경제, 종교, 예술 등 다방면에 걸쳐 글을 쓰는 움베르토 에코의 식견에 그의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의 상황을 토대로 유럽 나아가 전 세계의 이슈들을 다룬 『가재걸음 』은 2025년 지금 세계가 놓인 상황과도 흡사할 정도로 세계는 계속해서 뒷걸음질 치고 있음을 본 게 된다. 전쟁은 말할 것도 없다. 경제도 그렇고 심지어 인종 차별을 넘어 혐오 그리고 근거 없는 가짜 뉴스까지 20여 년 전의 모습이나 2025년 지금의 모습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특히 출처가 불분명한 이야기들을 사실로 믿고 유포하는 과정을 통해 분열의 양상은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자 그대로 옮겨가면서 모방' 하고 '허구로 이루어진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잇대며 '출처의 허구성이 금방 드러나는 모순투성이' 글을 퍼서 나르는 정보 오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마치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요, 케플러 이후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는 내용의 교과서를 계속해서 발행하는 것'과 같다.

분명한 증거를 두고도 끊임없이 부정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뿌리를 가진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하고 선 혹은 악으로만 판단'하려는 것 때문일 게다. 다양성을 말로만 이야기하지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잘못된 이름을 선택하는 것은 잘못된 해결책을 선택하게 이른다'라고 움베르토 에코는 이야기한다. 무엇이든 답을 미리 정해 놓고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는 불신을 넘어 적대적 관계로만 남게 된다.

읽고 싶은 것만 읽고, 보고 싶은 장면만 본다면 불평등을 해결할 방법은 요원하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주장과 논리 속으로 들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노력을 보여야 한다. 무작정 자기 편의 이야기만 듣고 공격한다면 그 피해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올 추석부터 여론전이 치열하다. 추석 밥상에 올릴 정치적 이슈거리 찾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으로 모두를 포용하는 자세를 먼저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움베르토 에코에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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