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 빈의 동네 책방 이야기
페트라 하르틀리프 지음, 류동수 옮김 / 솔빛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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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동네 책방 이야기다. 저자는 독일 출신의 남편과 함께 경매 매물로 나온 허름한 책방을 낙찰받는다. 치밀한 계획 없이 마음이 끌리는 대로 일단 저지른 일이 그만 덜컥 되고 말았다. 돈도 준비해야 되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서점도 다시 깔끔하게 정리해야 된다. 아는 사람 없는 동네에서 서점을 인수하고 당장 은행 빚을 갚기 위해서는 서둘러서 영업을 시작해야 했다. 아직 유럽은 크리스마스 기간이 대목인가 보다. 그 기간이 1년 동안 중 제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간이라고 한다. 나머지 열한 달 수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너희들 미쳤구나" _ 14쪽

독일에서 멀쩡하게 안정된 직장인을 관두고 이웃나라 오스트리아로 가서 책방을 시작하겠다고 하는 아들 며느리의 이야기를 듣고 어른들의 반응은 당연했다. 너희들 미쳤구나.

'서점 사업이 비록 수십 년은 아니라고 해도 수년째 죽은 분야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오스트리아 빈에 동네 책방을 연다. '잘 되어야 한다', '우리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다'라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절박한 심정으로 올인하고 만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은 다시 돌아갈 곳이 없다는 뜻이다. 절박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법이다. 이웃들을 알아가며 꾸역꾸역 책방의 틀을 만들어간다.

정리가 안 된 책방, 수북이 쌓여만 가는 책들을 보며 아침마다 책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저 아래 갱도로 내려간다'라고 고백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갱도로 내려가는 심정이었을까. 책들 사이를 찾아다니며 찾아온 손님들에게 책을 건네줄 때 힘들었던 순간은 금방 잊는다고 한다. '일종의 중독'인 셈이다. 동네 책방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가야 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돈 주고 사야 한다는 데 대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책 위에 포도주 잔을 올려놓기도 한다.

서점 일에 능숙해지기 위해 시간이 약이다. 저녁이 되면 두 다리가 묵직해지는 기간을 넘어야 한다. 모든 시간을 가게에서 보내지만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방을 속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거절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서점 주인 역할도 만만치 않다. 다양한 손님들을 상대하고 기호에 맞게 맞춘다는 일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특진 환자'라고 불리는 특별한 손님도 맞이해야 한다. 서점 주인에게 있어 서점 판매대는 공연을 펼치는 무대와도 같다. 집이 창고처럼 변해도 투덜거리지 않아야 한다. 책을 쌓아 둘 곳이 없으면 집에라도 가지고 와야 한다.

오스트리아에서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된 저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작은 서점 주인들은 책으로 부자가 될 수 없음을 처음부터 알고 있다. 다만 책을 파는 사람은 어쨌든 성장 지상주의와 이익 중독으로 대변되는 우리 시대에 결코 부합하지 않는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서점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은 기운을 내고 날마다 문을 열고 책을 권한다. 서점 주인은 업무 분장에도 신경 써야 한다. '각자 자기가 잘하는 것을 하도록' 직원들의 업무 분장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서점은 사람들로 꽉 차야 한다. 책으로, 사람으로, 그리고 열정적인 직원들로 꽉!" _247쪽

비록 버는 돈은 적어도 동네 서점이 살아남는 법은 사람들로 북적거려야 한다. 사람들이 있어야 재미있다. 서점이 아름다워진다. 텅 빈 곳은 죽은 곳과 같다. 서점만 그럴까. 무엇보다 열정적인 직원들로 꽉 차야 한다. '사람은 백사장에서 모래 구하듯 그리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열정적인 직원들은 더.

동네 서점이 살아남아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교하게 짠 계획 덕분이다.

"우리의 성공 비결은 우리 서점에서는 모든 게 옛날과 똑같다는 것을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있다. 좁은 공간에 있는 수많은 책들, 천장 아래까지 서가가 꽉 차 있는 책, 쉬는 시간에도 책 읽기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열정적인 직원들" _272쪽

서점뿐만 아니라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도 '본질'이 탄탄할 때 지속 가능하다. 서점은 옛날처럼 책으로 승부할 때 손님들이 다시 찾는다. 책이 없는 서점은 상상할 수 없다. 서점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열정이 서점을 더 찾게 만든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옛날처럼 교육으로 승부할 때 학부모님들이 다시 찾는다. 선생님과 교직원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학교를 찾는다.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교학상장. 가르침과 배움에서 스승과 제자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학교가 보일 때 학교는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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