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일을 즐겁게 하면 된다" _ 305쪽
전직 MBC 아나운서 및 앵커이자 지금은 방송인, 책방지기로 살아가는 김소영 님의 에세이다.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책을 의지했던 그가 도쿄 책방 여행을 통해 즐거운 일을 찾아내고 자신에게 가장 행복한 일인 책방지기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낸 일상의 삶을 담아낸 책이다.
우리는 가장 어려울 때 무엇을 의지하는가?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자신이 원하고 갈망했던 일들을 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한 결과가 결실을 맺을 때 어떤 느낌일까? 이제 평탄한 길만 걸어가겠지라는 부푼 꿈을 꾸며 지내지 않을까. 인생이라는 것이 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오랜 세월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직감적으로 안다. 저자도 자신의 삶 앞에 생각지도 못한 억울한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직 기다리는 일뿐. 사내 도서관에서 읽고, 읽어내고, 읽어야만 했던 시간들. 더 책으로 파고들 수밖에 없었던 그때. 그 속에서 떠난 여행길에서 자신도 모르게 책방을 둘러보게 되고 제2의 인생을 책방과 함께 살아가게 될 줄이야 예상이라도 했겠는가.
『진작 할 걸 그랬어』를 통해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서성거리고 싶고 만나고 싶은 도쿄 서점가를 저자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아직도 일본이 저력이 있는 것은 서점을 사랑하고 오랜 서점들이 자리를 지키며 책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와 산업들이 건재하는 사실이다. 도쿄에만 300여 곳의 고서점이 모여 있다. 그래서 일본이 두렵다. 저자가 소개하는 도쿄 책방들에는 하나하나 개성을 넘어 책의 힘이 녹아있다.
책방 여행가였던 그의 발걸음을 쫓아 일본의 숨은 저력들을 탐방해 보면 어느새 도쿄 구석구석을 둘러본 간섭 여행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저자가 소개해 주는 맛집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책의 장점이다. 일본만의 카레 맛집, 샌드위치, 가정식 백반, 말차 전문점 등을 잘 메모해 두었다가 도쿄 여행에 참고하면 후회 없으리.
현재(2018년 오픈) 그는 책방 '당안리 책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진작 할 걸 그랬어』에 의하면 일본은 독서와 즐거움을 결합한 '리딩 엔터테인먼트'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다양한 서점이 등장하고 문화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동네 서점의 특징은 간판이 없거나 있어도 매우 작다.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콘셉트로 '하나의 방, 한 권의 책'만 전시하는 모리오카 서점은 오직 한 종의 책만 파는 서점이며 술 파는 책방 '비앤비', 점심 식사하기 좋은 서점 '브루클린 팔러 신주쿠',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산요도 서점',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긴자 츠타야 서점', 가정식 백반 식당이면서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이 있는 밥 짓는 식당 '사진집 식당 메구타마', 은행 안 도서관 '디라보', 한국 도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점 '책거리' 외에도 많은 곳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 제4대 책방 거리인 뉴욕 스트랜드 서점,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런던 채링크로스 로드, 도쿄 진보초를 목적지로 다녀보는 책방 여행도 좋을 듯싶다. 방송인이자 책방지기로 책방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더 나은 북큐레이터로 살아가고자 애쓰는 모습이 참 인간적이고 정겹게 느껴진다.
'타인의 값진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북큐레이터의 역할이라고 하는데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가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욕 얻어먹을 일이 없을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