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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말고 당당하게 - 하종강이 만난 여인들 ㅣ 우리 시대 우리 삶 1
하종강 지음, 장차현실 그림 / 이숲 / 2010년 5월
평점 :

하종강이 만난 여인들 『울지 말고 당당하게』를 만났다. 아파트 폐지 버리는 곳에서 책 뭉치를 발견했다. 빨간색 노끈으로 정갈하게 묶은 뭉치다. 대여섯 권씩 두 뭉치가 가지런히 놓여 있길래 뭔가 싶어 자세히 보니 오래된 책이었다. 맨 위에는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책도 있었다. 왠지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마침 운동 나가던 참에 눈에 띈 거라 돌아오는 길에 다시 살펴봐야겠다 싶어 일단은 그냥 지나쳤다. 운동하는 내내 책 욕심이 났다.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아마도 책 뭉치를 내다 버린 분은 약간 연세가 드신 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 또래 그 위가 아닐까 싶다.
기어코 책 뭉치를 들고 집에 들어왔다. 그중에 한 권이 하종강이 만난 여인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노동 분야에서 꽤나 유명하신 분이신 것 같다. 15년도 더 된 책이지만 그가 소개하고 있는 여인들은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다가 억울하게 부당 해고를 당하거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다수의 힘없는 분들이었다. 참고로 여인(女人)이라는 단어에만 사람인(人) 자를 쓴다고 한다. 대부분 여자를 표현하는 한자에는 낮게 깔보는 표현을 쓴다.
노동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노동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난 뒤에 드는 생각은 늘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한다. 나 또한 그렇다. 특히 공무원으로 오랫동안 생활하고 있는 나로서는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깊게 살펴보는 경우가 드물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노동의 현장을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나머지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넘어가는 처지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문제점을 고쳐 더 좋은 사회로 만들어 가는 올바른 수단을 제공하는 노동조합의 역사만 하더라도 200년이 넘는다고 하는데 큰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직장 안에서 나와 같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말 한마디에 힘을 주고 은근히 서열 관계를 드러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같은 공간 안에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대개 그 사람의 위치는 남들보다 결정권자의 역할에 있음이 분명하다. 말 한마디에도 보이지 않는 힘의 위치 관계가 있듯이 우리가 생활하는 곳곳에는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눌러보려는 못된 습성이 작동될 수 있다. 늘 조심하고 스스로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사회는 자본이 유독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목소리의 크기도 달라진다. 예전에는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는데 지금은 돈의 힘이 곧 권력의 세기와 비례한다. 노동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부당한 피해를 받는 경우도 결국 자본을 가진 몇몇 사람들의 비뚤어진 생각 때문이다. 힘은 가질수록 고개를 숙여야 하고 돈은 많아질수록 베풀어야 약자와 동행할 수 있다. 공정한 사회는 출발선만큼은 같아야 한다. 평평한 운동장에서 뛸 수 있어야 한다. 자본이 자본을 낳는 사회다. 무더운 날씨에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에게도 고르게 복지 혜택이 갔으면 한다.
힘없는 여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울지 말고 당당하게』를 만나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