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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맞는 책 - 한 사람을 위한 책을 고르는 책처방사의 독서법
정지혜 지음 / 유유 / 2025년 2월
평점 :

의사는 환자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하는 일을 주로 한다. 병에 맞는 약을 처방하거나 수술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게 한다. 학교에서 학생을 만나는 교사도 의사에 비유한다면 학생의 학습 상태들 진단해서 더 나은 성장을 위해 맞춤식 처방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혹시 들어보셨나 모르겠다. 책 처방사. 책을 만드는 사람, 책을 파는 사람, 책을 홍보하는 사람은 들어보셨을게다. 책 처방사라는 말을 생소할 것이다. 자신에게 꼭 맞는 책을 추천받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독자 수준에 맞는 책을 처방해 주는 사람이 책 처방사다. 나에게 꼭 맞는 책을 처방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책을 통해 위로를 얻고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 사람이 있다. 독서는 취미 생활을 넘어 삶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생활의 한 방편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무슨 책을 읽느냐는 아주 중요한 선택이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엄청 많은 책들이 출간되는 현 상황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단한 독서가라고 하더라도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 듯 인생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취향에 따라 나도 모르게 한 분야에 꽂히는 사람에게는 다른 반대편에 있는 분야의 책을 읽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서점에서 무슨 책을 골라야 하는지 망설일 때도 있다. 책 표지만 보고서 고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책 내용을 요약한 글을 보고 '이 책이구나'라고 감을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저자, 출판사를 기준 삼아 책을 선정하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한계가 있다. 누군가로부터 추천받아 읽게 된 책도 그리 탐탁지 않은 경우도 있다. 나에게 꼭 맞는 책을 추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책 처방사가 책을 의뢰하는 의뢰인에게 책을 처방하는 기준은 상당히 객관적이고 체계적이다. 사전 질문을 통해 의뢰인의 상황과 형편, 독서 수준, 욕구 등을 파악한다. 책 처방사는 의뢰인이 평소에 즐겨 있는 분야뿐만 아니라 인생 책이라고 하는 몇 권의 책들을 통해 의뢰인의 선호하는 독서 패턴을 발견한다. 진단이 끝났다면 처방을 해야 하는 단계다. 책 처방사는 본인이 읽는 책 중에 의뢰인에게 꼭 맞는 책을 처방한다. 책 처방사는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부담이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한 권의 책을 다양한 관점으로 읽으면 여러 권의 책을 읽는 효과를 뛰어넘을 수 있다. 책 처방사도 이 효과를 톡톡히 활용한다. 의뢰인에게도 많은 책을 읽으려고 욕심내기 보다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소화하라고 권면한다.
책이란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신기한 도구다. 수많은 의뢰인들에게 꼭 맞는 책을 골라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책 처방사에게 있다면 아마도 책을 처방해 주는 일을 즐겁게 해 줄 수 없을 것이다. 일반인들보다는 즐겨 책을 읽고 많은 양의 독서를 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책을 바라보는 관점, 책을 깊게 읽는 방법을 통해 다양한 의뢰인들이 의뢰하는 인생 책을 기분 좋게 처방해 준다. 책 처방사만의 독특한 독서 방법, 책 정리법, 서가 관리법 등을 『꽃 맞는 책』에서 엿볼 수 있다. 한 사람을 위한 책을 고르는 신기한 책 처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책 처방사만의 독서법, 참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다. 작가가 운영하고 있는 서점 이름도 특별하다. '사적인 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