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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전 외 : 양반전, 돈만 있으면 신분도 살 수 있지 ㅣ 생생고전 7
손주현 지음, 경자 그림 / 천개의바람 / 2025년 5월
평점 :

열아홉 살 청년이 쓴 소설 마장전. 그 옛날 말을 사고팔 때 중간에서 둘을 이어 주고 수수료를 받는 오늘날로 말하면 중개인 역할을 했던 사람이 마장이다. 마장은 말 거래를 위해 말을 잘해야 했다. 상대가 원하는 가격대를 알고 적절히 조율하고 양쪽이 마음 문을 열고 거래가 성사되도록 잔기술을 보여야 했다. 마장을 소설의 제목으로 삼고 당시 사회상을 비판한 청년이 바로 양반전과 허생전을 쓴 열하일기의 저자 연암 박지원이다.
연암 박지원의 문체는 독특했다. 당시 문인들이 쓰는 고상하고 원리적인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가려운 등을 긁어 주듯 시원하면서 파격적인 소재를 글에다 끌어왔다. 오래된 소설 중에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의미를 더해 주는 글을 일으켜 '고전'이라고 한다. 세월이 흘러도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재미와 함께 깊은 의미를 더해 준다. 박지원의 글이 그렇다.
마장전에서 사람 사귀는 법을 알려준다. 양반들은 의리를 강조하지만 실상 의리는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돈 앞에서 의리는 쓰레기 조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차라리 좋은 친구를 사귀려면 '틈'을 유지하라고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친구 관계도 너무 가까우면 부담스러운 법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친구도 돈이 있어야 친구다. 박지원이 말하는 틈을 유지하라는 말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안부 정도 물어보며 지내는 정도다. 실제적인 조언이다.
양반전은 양반의 민낯을 보여주고 허생전은 의외로 책 읽는 사람의 진가를 보여준다. 학생이라는 말은 책 읽는 사람을 말한다. 늘 배움에 목마르며 책을 읽어내는 사람 즉 벼슬에 나가지 못할지언정 학문에 진심인 사람을 학생이라고 부른다. 허생전의 허생이 그러했다. 허울뿐인 체면은 과감히 던져 버리라고 말한다. 자고로 사람은 명예와 힘과 이익을 좇는 법이다. 아첨을 하는 이유도 이것들을 얻기 위함이다. 진정한 아첨은 명예와 힘과 이익에는 관심 없는 척을 하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쫓는 사람은 하수 중에 하수라고 이야기한다.
고전은 고인 물이 아니라 솟는 물이다. 막 길어올린 신선한 물과 같다. 생생한 고전에서 삶의 진리를 깨닫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