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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ㅣ 큰작가 조정래의 인물 이야기 7
조정래 지음, 이택구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평점 :

한강, 태백산맥, 아리랑의 작가 조정래 선생님이 쓰신 위인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왕성한 작품 활동 중에도 그가 위인전을 직접 쓴 이유는 친손자에게 직접 읽히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 때문이었다. 우리 민족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귀감이 될 만한 인물을 직접 쓰고 손자가 그런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책이니만큼 얼마나 정성을 다해 쓴 책일까 읽어보지 않아도 느낌이 온다.
리더라면 이순신처럼
초임 교감 때 교장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들은 적이 몇 번 있다. 그중에 하나가 교감의 역할에 관한 부분이었다. 20여 년 교사 생활을 해 온 터라 아직 몸과 마음, 생각이 교사의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을 때다. 학교의 크고 작은 일들을 조율해 가야 할 교감의 역할을 학교 관리자의 마인드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교장님이 보시기에 나의 모습이 흡족하지 않았나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리더의 모습이 아니라 아주 세세한 일 덩어리들을 붙잡고 분주하게 일하는 나의 모습이 교장님의 눈에는 아직 리더다운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나 보다. 리더란 자고로 멀리 보고 깊게 생각하며 구성원들을 이끌고 나가야 하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나는 선생님들의 일을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모든 일을 내가 처리하고 관여하려는 마인드가 컸다.
이순신은 우여곡절 끝에 무과에 급제하여 변방 초급 간부로 공직에 임했다. 부침을 거듭하여 결국은 임진왜란이라는 동아시아 최대 전쟁의 획을 긋는 명장으로 이름을 올리기까지 그의 리더십은 교과서다운 면을 보인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리더가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을 차곡차곡 쌓아갔다는 점이다. 이순신은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은 병법에 능했다. 지형지물을 활용할 줄 아는 것뿐만 아니라 미리 내다보며 전쟁을 준비하는 전략가였다. 부하들을 다룰 줄 알았으며 승리의 포인트가 무엇인지 헤아린 뒤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모든 공은 부하에게 돌리고 자신은 책임만 졌다.
리더로서 이순신이 보인 행동 중에 하나는 본인 스스로가 활쏘기와 말타기, 각종 기술에 능했지만 전투는 부하들에게 맡기고 전쟁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애를 썼다는 점이다. 우리가 아는 명언 중에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다. 리더는 각각의 나무를 보며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큰 숲을 보며 방향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
학교 관리자인 교감도 그렇다. 세세한 업무들을 시시콜콜 다 알려고 하고 직접 관여하려고 하기보다 학교의 교육 목표, 교육 방향을 그리며 공동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며 올바른 방향 궤도를 미리 앞서서 그려 나가야 한다. 리더의 실력은 일을 잘하는 것에 있지 않다. 조직이 성과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쟁에서 실패는 조직의 궤멸인 것처럼 학교가 지향해야 하는 교육과정 운영의 흔들림은 결국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에게 피해를 안길 수 있다. 리더의 두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