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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편지 - 다산 정약용, 편지로 가르친 아버지의 사랑
정약용 지음, 한문희 엮음, 홍금희 그림 / 함께읽는책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다산 정약용 선생님처럼 독서를 강조한 사람이 있을까 싶다. 18년 유배 기간 동안 노심초사 집안 걱정, 자녀 걱정을 하면서 집안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독서밖에 없다는 사실을 매 편지마다 주지 시켰던 아버지의 심정이 담긴 편지를 읽으면서 그가 어려운 시기를 이겨냈던 것도 순전히 독서의 힘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지금도 그렇지만 부모가 자녀에게 자신의 뜻을 편지나 다른 방법으로 일관되게 가르침을 전수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임에 틀림이 없다. 가르침을 전하는 부모 자신이 먼저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고 오랜 시간 흐트러짐 없이 주기적으로 가르침을 전달해야 하는 성실함도 몸에 배어 있어야 하기에 자녀 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부모의 역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참 어려운 일이다. 특히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진심 어린 충고와 조언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나 자신의 뜻을 올곧게 전달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정약용 선생님이시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학연과 학유 두 아들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독서였다. 독서라 함은 공부의 시작점이며 독서할 때는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한다. 집안이 풍비박산이 되고 언제 어떻게 또 다른 어려움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하늘의 운명을 따르되 끝까지 붙잡고 정진해야 할 것은 독서라고 말한다.
독서는 한가할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절박할 때 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여유로울 때 취미 생활의 한 편으로 쉬엄쉬엄 읽는 것이 독서가 아니라 뜻을 세우기 위해 시간의 우선순위에서 독서를 상단에 배치하고 없는 시간 쪼개어 배움의 열의로 뚫어지게 한 줄 한 줄을 집어삼키듯 읽는 것이 독서임을 다시 상기해 본다.
독서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매해에 새로운 마음으로 계획을 세우듯이 독서도 그러해야 한다. 대충 되는대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독서를 해야 된다는 삶의 목표가 독서 계획에 포함되어야 한다. '나중에 시간 될 때 그때 가서 읽으면 되지 바쁜데 무슨 수로 읽지'라고 합리화하기보다 '나중은 없다. 이때가 아니면 읽을 수 없다. 어떻게든 읽어야지'라는 단호한 결심이 꾸준한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고 믿는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AI 인공지능 시대에 책은 무슨. 인공지능이 다 알아서 해 줄 건데. 차라리 그 시간에 인공지능 도구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좋지'라고 나름 현명한 방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나는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는 AI 인공지능에 기대가 싶지 않다. 옳은 길이 아니라고 본다. 지식을 얻는데 대가 없이 취득한다면 과연 그 지식이 값지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싶다. 차라리 힘은 들지언정 내가 노력해서 땀 흘리는 운동선수처럼 생각의 근육을 단단히 만들어간다는 심정으로 독서를 통해 지식을 담금질하고 싶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독서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시간은 어떻게든 만들어 볼 수 있다. 내 정성이 문제지 여건을 탓할 수 없다. 시력이 더 침침해지기 전에 한 권이라도 더 읽는다는 심정으로 지금도 작은 글씨에 눈을 비비며 눈을 크게 뜬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자신의 힘으로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