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들은 일기에 무얼 썼을까? - 선조들의 일기를 통해 본 조선 시대 생활사
이향숙 엮음, 김지연 그림 / 예림당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개인이 쓴 일기는 일상을 담아낸 글이다. 평범한 하루하루의 삶에서 글의 재료가 되는 금감을 찾아내고 자신의 생각과 함께 잊히기 쉬운 사실들을 솔직 담백하게 적어 내려간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다.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쏟아내는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기도 하지만 환희와 기쁨을 오래 간직하기 위한 추억의 앨범이 되기도 한다. 기억을 의존할 수 없는 때가 다가오기 전에 부지런히 써 내려간 일기는 과거의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기도 미래를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지만 소중하게 주어진 시간들을 값지게 쓰기 위한 미래의 계획서이기도 하다.

일기는 아주 사적인 글이면서 훗날 나를 드러내는 가장 객관적인 글이기도 하다. 일기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 500년, 600년도 더 된 일기장을 마주하며 일기의 가치를 다시 깨닫게 된다.

『조상님들은 일기에 무얼 썼을까?』는 아주 오래전 소소한 개인의 일상을 적은 일기부터 시작해서 임진왜란과 같은 당시 동아시아 일대의 가장 큰 전란이었던 큰 사건을 경험하며 보고 들은 전쟁의 현장을 개인의 시각으로 사실적으로 적어 간 역사 일기가 담겨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자녀를 향한 부모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 특히 자녀 교육을 오로지 감당했던 조선 시대 아버지의 역할은 새삼 놀라움을 안겨 준다. 치맛바람과 같은 지금의 교육 풍속과는 달리 과거에는 교육의 본을 아버지가 도맡았다는 사실을 개인의 일기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순신이 쓴 난중일기나 유성룡의 징비록과 같은 유명 인사들이 쓴 전쟁 기록도 큰 의미가 있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와 같은 소시민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바라본 전쟁 기록에서 일반 백성들의 아픔과 원성들을 여과 없이 들을 수 있다. 당시의 전쟁 참상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는 기록들 중에 일기만큼 사실적인 것이 없는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가장 객관적일 수 있음을 보게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하다. 일상의 면면은 각자 다양하지만 일상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기록이다. 종잇장에 써 내려간 일상의 기록은 하루의 삶을 기록한 일기이지만 시간이 더해져 시대의 살아 있는 역사를 이루는 귀중한 머릿돌이 되리라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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