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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10장을 쓰는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루비박스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20년이 된 책이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쓰는 힘'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잘 설명해 놓은 책이다. 인공지능 도구가 점점 진화하면서 과연 사람이 쓸 필요가 있을까 회의감마저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챗 GPT의 쓰기 능력은 웬만한 사람보다도 낫다는 평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다. 연속해서 질문에 질문을 던지면 결국 자신도 감탄할 만한 글이 뚝딱 제시된다. 도깨비방망이가 따로 필요 없다. 방대한 분량의 논문이나 보고서, 심지어 유튜브 동영상까지 텍스트로 요약해 주는 인공지능 도구가 있음에도 '쓰는 힘'을 길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은 긴 글을 자신의 스타일로 대로 일관된 논리성을 유지한 체 읽는 대상에게 쉬우면서도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쓰기 힘이다. 간단한 메모나 짧은 글은 적은 노력으로도 충분히 글쓰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원고지 20장 이상의 긴 글은 단순한 느낌과 요약만으로 글의 매력을 느끼게 할 수 없다. 긴 글을 쓰기 위한 힘은 곧 생각하는 힘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생각하는 힘이라는 사실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다. 창의성과 독창성은 생각하는 힘에서 비롯된다. 인공지능도 결국 사람들이 생각한 수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으로 글을 쓰는 힘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쓰는 힘은 사람마다 다르다. 마라톤 경기에 글 쓰기에 비유하곤 한다. 많은 책을 읽는 것은 마라톤 경기를 뛰기 위한 기초 근력을 키우는 일이다. 마라톤처럼 긴 거리를 일정한 속도로 뛰기 위해서는 힘을 잘 안배해야 한다. 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문장 구성력, 자신만의 문체, 글을 읽을 대상에 대한 자신의 포지션을 일관되게 가지고 가야 한다. 한 번에 긴 거리를 뛰는 것은 무리다. 평소에 뛰는 거리를 늘여가야 한다. 쓰기도 마찬가지다. 원고지 10장, 20장, 30장 분량으로 늘려 가는 훈련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힘도 하루아침에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쓰는 힘에 비례한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힘은 인공지능이 대신해 주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해 보신 분은 알겠지만 인공지능 도구만의 글의 스타일이 틀에 박혀 있다. 생각하는 힘을 스스로 키워낸 사람의 쓰기 스타일은 인공지능이 흉내 낼 수 없다. 글의 매력이 남다르다. 독자들은 현명하다. 귀신같이 안다. 사람이 쓴 것인지 아닌지 말이다. 물론 많은 분량의 보고서와 기획서를 작성할 때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은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생각이 배제된 결과물은 독특한 창의성을 기대할 수 없다.
근육도 계속 써야 유지되고 강해진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의 편리함에 취해버리면 글쓰기 근육은 빈약해 질 수밖에 없다. 뼈대에 가죽만 붙어 있는 팔다리보다 햇빛에 그을린 땀이 밴 근육이 자연스럽고 보기에 좋다. 글쓰기 근육을 키우기 위해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나만의 독특한 근육은 읽고 쓰는 훈련에서 비롯된다. 남이 대신해 주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대신해 주는 가짜다. 오래가지 못한다. 진짜는 나중에 드러난다. 나만의 글을 쓰기로 결단하자. 쓰는 힘이 앞으로 진로를 확장시켜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