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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ㅣ 고전맛집 1
배봉기 지음, 이부록 그림 / 사계절 / 2016년 12월
평점 :

열하일기가 시대를 흔드는 기폭제가 되었다. 열하일기에 쓰인 박지원의 생각이 시대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글은 기존 사람들이 쓰는 글과 남달랐다. 아니 당시 권력자들의 사고방식과 결을 달리했다. 대부분의 주류는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했다. 기득권을 지키고 낡은 관습에 빠져나오지 못했다. 오래된 글들을 답습하고 베껴 쓰는 데에 치중했다. 서민들의 바람과 요구를 읽지 못했다. 자기만족에만 급급했다. 반면 일개 무명에 불과했던 박지원은 그가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솔직하게 글로 표현했다. 그게 열하일기다.
글에는 정신과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다. 글쓴이의 글쓰기 태도는 곧 그의 삶의 지향점이다. 칼보다 붓이 힘이 세다고 하지 않나. 당시 세계를 호령하던 청나라를 직접 다녀온 뒤 쓴 그의 일기에는 앞으로 조선이라는 나라의 국정 방향을 서술한 것이고 어떻게 보면 국정 책임자를 후회적으로 비판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열하일기 속에 담겨 있는 양반전과 호질의 이야기만 보더라도 그의 비판정신이 얼마나 적나라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겉으로는 권력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일반 백성들이다. 총칼이 무력적으로 세다고 볼 수 있겠지만 진작 강력한 힘은 글에서 시작된다. 정신이 물질보다 강하다. 올바른 사고방식으로 무장된 비판 정신은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다. 사면초가에 빠졌더라도 정신이 차리면 살아남는 것처럼 사람의 정신을 모으게 하는 글의 힘은 시대를 변화시키고 오랫동안 이어간다. 연암 박지원의 글이 그러했다. 오죽했으면 정조 임금마저도 문체반정이라는 포고령을 통해 박지원이 쓴 글이 유포되지 않도록 단단히 일렀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