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휴식의 말들 - 나를 채우는 비움의 기술 ㅣ 문장 시리즈
공백 지음 / 유유 / 2024년 1월
평점 :

직장인들에게 휴식만큼 달콤한 단어가 있을까 싶다. 휴식의 단맛은 고된 일을 마치고 만낏하는 쉼이 최고일 것 같다. 휴식을 갈망하는 이유는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범위에 이르렀을 때 자신도 모르게 바라게 된다. 학교의 선생님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런 말들을 하신다. 내 몸이 안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방학 때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몸이 저절로 눈치를 챈다고 한다. 피곤이 누적되고 정신적으로 피폐함이 몰려올 때 휴식만큼 간절한 게 무엇이 있을까.
글을 쓰는 작가에게도 쉼표는 절대적이다. 프리랜서 직군에 속하는 전업 작가에게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불문율이 있다. 허우적거리며 쉼 없이 맡겨진 일감을 처리한다. 마무리되지 않은 채 쉬는 것은 휴식도 아니다. 특히 마감 기한은 다가오는데 글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그야말로 스트레스가 최고조로 이른다. 글 쓰는 작업은 휴식 없이는 지속할 수 없는 일이다.
『휴식의 말들』은 동서양 작품 속에서 휴식과 관련된 문장들을 엄선해서 발췌했다. 저자의 일상 속 휴식의 모습을 담아냈다. 누구처럼 근사한 호텔에서 누리는 쉼도 휴식이지만 퇴근길 편의점에 들러 목을 축일 간식거리를 사 가지고 아무도 방해를 받지 않은 방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휴식이다.
나에게 휴식은 무엇일까?
오늘처럼 강원도 영동 지방에 폭설이 예고되어 있는 휴일에 베란다에서 비치는 눈 내린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휴식이다. 거기다가 도서관에서 대출받아온 책을 읽고 글로 정리하면 보람도 성취도 크다. 뭔가 좋은 곳에 가야 휴식이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내가 즐겨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휴식이다. 평소에는 깊게 읽지 못하는 책을 천천히 긴 호흡으로 읽어 내려가는 순간은 그야말로 평온한 쉼 그 자체다. 걱정거리 없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휴식 중에 하나이다.
휴식은 채우기 위해 비우는 시간이다. 비우지 않으면 채울 공간을 확보할 수 없다. 휴식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의 몸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단순해져야 한다. 일의 순서를 정돈해 보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휴식은 필수 전제 조건이다. 일의 능률은 휴식에서 비롯된다.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직장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는 척 시늉만 보이는 것이다.
일의 질은 휴식의 질과 비례한다. 휴식을 보장하는 조직 문화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