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수의 탄생 일공일삼 91
유은실 지음,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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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실 작가의 책이다. 아주 유명한 책이라서 그런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에 손 때가 많이 묻어 있다. 그래서 더 정겹다. 백일수라는 아이의 일생을 이야기한 책이다. 읽는 내내 웃음보가 터졌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의미심장한 질문을 내게 던지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어른이 시키는 대로 자라는 고분고분한 아이가 있다. 키우기 쉬울 것 같다. 우리 아이는 사춘기를 모르고 지나왔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부러운 마음이 든다. 아이를 키우면서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릴 때 속에서 울화통이 올라온다.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고 온 사방을 돌아다니는 자녀를 보면 늘 노심초사다. '일수'처럼 시키는 대로 자라는 아이가 있다면 부모의 바람대로 조용히 자라는 아이가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다들 생각할 수 있다.

일수는 부부에게 아주 귀한 아들이다. 뒤늦게 어렵게 얻은 아들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들이다. 일수 엄마는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야겠다는 일념으로 세종대왕을 롤 모델로 삼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일수는 엄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훌쩍 떠나버린다.

'일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그렇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과연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누구의 아빠, 직장에서의 불리는 직함, 소속된 공동체에서 불리는 여러 가지 이름들은 사실 타인이 나를 겉에서 바라본 껍데기일 뿐이다. 나는 누구인가?

이번 초등학교 1~2학년 교과서는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2년 동안 여러 교과를 통해 배운다. 아주 추상적인 듯 하나 실제적으로 자신의 삶을 발견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설계되어 있다. 아주 중요하다. 어른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삶은 진짜 나의 삶이 아니다. 나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중년을 살아가는 나도 마찬가지다. 자녀는 키우고 나면 떠나보내야 하는 존재다. 누구의 아빠로 살아가는 일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직장에서 직함은 퇴직하면 그만이다. 직장을 떠나면 평범한 동네 아저씨일 뿐이다. 공동체도 그렇다. 결국 내가 누구인지 나의 존재는 내 안에서 찾아내야 한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남이 평가해 주는 인정이나 판단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평가할 때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보는 책일 것 같은데 참 철학적이고 깊이가 있는 책이다. 일수의 탄생을 통해 인간의 탄생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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