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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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오래된 책을 폈다.

문학동네에서 1996년에 발간한 책인데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은 2003년에 인쇄된 제2판이다. 20년도 더 된 책이다. 세월 따라 종이도 빛바래질 터인데 아직도 멀쩡하다. 인쇄된 글자는 요즘 책 보다 크기가 작은 편이다. 마치 신간을 펴듯이 설레는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뚝딱 읽어버렸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쓰여 있다. 맞는 말이다. 어른일수록 동화와 친숙해져야 한다.

안도현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대상으로 글을 맛깔스럽게 잘 쓰셨던 것 같다. 이번 책 연어도 마찬가지다. 강물을 힘차게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를 우리의 인생에 빗대어 의미를 잘 전달한 것 같다. 인생의 의미가 뭐냐고 많이들 묻고 생각한다. 연어에게 인생은 알을 낳는 일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인데 작가는 더 깊숙이 들어간다. 알을 낳는 행위보다 알을 낳기 위해 바다를 지나 강물로 회귀하는 과정, 알을 낳기 위해 목숨을 건 움직임이 인생의 참 의미라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연어를 품고 있는 강물 또한 연어의 인생을 더 값지게 하는 배경과도 같은 존재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누구든지 주인공으로 살고 싶지만 주인공이 있기까지는 누군가는 그의 뒷바라지, 배경이 되어주어야 한다. 연어가 다시 연어로 태어나기까지 그들의 알을 품어주고 자라게 해 주는 강물이 진정한 의미에서 참 인생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연어나 강물이나 공통점은 모두 잊히는 존재라는 점이다. 흘러가야 새로운 물이 흐르고 죽어야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듯이 잊히지 않는 존재는 새로움을 잉태할 수 없음을 자연을 통해 깨닫게 된다. 울긋불긋 예쁜 단풍도 잊혀야 새로운 잎이 태어나듯이 말이다. 인생은 영원하지 않다. 지금 살아가는 이 순간도 흐르는 물처럼 지나가지만 그래야지만 새로운 시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처럼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 없다고 아쉬워하기보다 새로움을 위한 물러섬에 익숙해져야 할 때를 잊지 말아야겠다.

오래된 책은 숙성된 발효식품처럼 읽기만 해도 인생의 진한 향기가 전해온다. 갓 담은 김치도 신선한 맛이 일품이지만 오래된 김치일수록 진한 국물을 우려낼 수 있다. 오래된 책이 그렇다. 진한 인생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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