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뒤의 세상 - ‘후퇴’에서 찾은 생존법
우치다 타츠루 외 지음, 박우현 옮김 / 이숲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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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타츠루는 거리의 사상가로 유명하다. 나는 정철희 선생님의 책을 읽다가 그를 알게 되었다. 우치다 타츠루는 누구도 말하길 껄끄러워하는 일본의 현 상황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 현재 일본은 붕괴 직전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성장을 말할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후퇴를 고민해야 한다고 한다.

"후퇴는 도망하고 다르다. 후퇴는 전술이자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_108쪽

우치다 타츠루는 후퇴라는 주제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의 입장과 생각을 정리했다. 정치인, 의료인, 소상공인, 예술인 등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했다. 공통점은 앞으로 일본은 후퇴를 공식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국내의 사정도 사정이지만 글로벌 세계가 놓인 상황도 만만치 않다. 저출산 고령화, 기후 이상, 우경화, 전쟁, 난민 등 줄기차게 성장이라는 가치만 붙잡고 살아온 세계가 이제는 퇴로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 헤매는 형국이다. 특히 일본은 앞으로 1억 2천만 명의 인구가 2100년에는 4천만 명 미만으로 급격히 감소하여 국가 생존을 위협한다고 진단한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정치인들의 말에만 의존할 수 없다. 멀리 내다봐야 한다. 오히려 이때는 우리들 곁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그들의 전환된 삶의 양식을 보고 깨우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인류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후퇴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저하지 않고 강조한다. 도시에서 문명을 누리는 사람들도 이제는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것과 거리를 두고 잠시라도 그런 것에 가치를 두지 않는 생활을 생각해야 하며 다른 사람의 요구를 신경 쓰지 않는 삶의 태도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세계에서 가장 첨단을 달리는 화려한 대도시 생활을 버리고 과소 지역으로 지정된 작은 시골 마을로 거점을 옮기는 사례, 현대 사회의 주류의 가치관에 저항하는 삶의 방향, 순환하고 회귀하는 자연의 시간에 따라 살아가는 삶의 태도가 필요한 때다.

문명의 시간에서 자연의 시간으로 후퇴하는 길만이 인간의 생존을 연장할 유일한 방법으로 제시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과거의 발효 기술로 빵을 만들고 과거의 제작 방식으로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살아가는 삶이 더할 나위 없는 가치가 스며 있는 삶이 아니겠냐고 글쓴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이 사실이다. 올해 여름처럼 더운 날씨는 처음인 것 같다. 이게 시작이라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대로 살아온 방식을 고수한다면 함께 추락할게 뻔하다. 지속 가능한 삶은 천천히 후퇴하는 삶이다. 뒷걸음치는 이유는 함께 살기 위한 전략이다. 불편에 익숙해져야 한다. 결핍을 학습해야 한다. 용기가 필요하다. 다 함께 살기 위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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