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이미경 지음 / 남해의봄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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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지인 서재에 모임을 갖다가 멋진 책이 있다며 소개받은 적이 있습니다. 모인 사람들 모두 입을 쩍 벌릴 만큼 감탄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오늘 도서관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20년 동안 작가가 직접 펜으로 그림입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동네 구멍가게도 있고 사라질 위기에 놓인 구멍가게도 있습니다. 하나같이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입니다. 자식들도 모두 도시로 떠나고 홀로 우두커니 동네를 지키며 근근이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동네 구멍가게에는 거의 모두 다 아름드리나무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구멍가게 모습을 그려내기도 했습니다. 봄에는 잎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나무 사이로 구멍가게가 다시 한 해를 시작하기 위해 기지개를 켜는 듯합니다. 여름이 가까워질수록 꽃이 만발하며 한 편의 영화 드라마 장소를 보는 듯합니다. 오래된 함석지붕, 빛바랜 간판에 적혀 있는 ~슈퍼 글씨가 먼 옛날의 분위기를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대형마트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유인하고 동네 골목골목에도 편의점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전성시대인 양 브랜드마다 경쟁하듯 입점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눈을 크고 뜨고 찾아보면 구멍가게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담한 사이즈에 인적이 그리 많지 않은 곳에 슈퍼라는 상호를 달고 있는 동네 구멍가게를 찾아냈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던 곳인데 오늘 이미경 작가의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를 읽다가 다시 찾아가 보았습니다. 구멍가게 앞은 동네 어르신들이 쉬었다 갈 수 있도록 간이 의사를 놓아두었습니다. 편의점 앞에 반듯하게 놓인 테이블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엉성해 보이지만 사람 냄새나는 쪽은 구멍가게 앞 의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1970년대부터 슈퍼라는 이름을 달고 동네의 크고 작은 소비들을 책임졌던 구멍가게들이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어 아쉬움이 큽니다. 때로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오래된 구멍가게 외형의 모습은 훼손하지 않은 채 내부만 현대식 진열대를 갖다 놓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오래된 기억을 상기시키는 드라마틱한 장소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를 통해 어떤 분들은 일부러 오래된 동네 구멍가게를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림책 한 권의 힘이 어마어마합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보존할 가치가 있는 오랜 된 구멍가게를 관광 자원으로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40년 전 어린 꼬꼬마 시절로 행복하게 돌아가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진보다 펜화가 전해주는 느낌이 좀 더 편안합니다. 아마도 구멍가게는 강렬한 색상의 사진보다 옅은 색상의 펜화로 그려지는 것이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속도로 따지자면 느릿느릿 한 걸음걸이가 구멍가게에 어울릴법한 걸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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