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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책방 천일야화
백창화 지음 / 남해의봄날 / 2021년 5월
평점 :
책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는 잠깐이지만 쉼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책 내용과 얼핏 비슷한 장소를 찾아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읽는 즐거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평안을 내게 준다. 책의 매력이다. 새소리를 들으며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피부로 느끼며 책에 몰입하다 보면 옆에 누가 지나가더라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책 읽는 나의 자세다.
충북 괴산 지역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박창화 님의 도서관 운영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마치 내가 깊은 숲 속에 자리 잡은 책방에 온 듯한 느낌이다. 가정식 책방을 차려 로컬의 중요함을 말없이 행동으로 보이며 손님이 많으나 적으나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책으로 살아내겠다는 책방 주인의 소박하지만 위대한 도전 정신에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모든 것이 아무리 빠르고 편리해진다 하더라도 거기서 절약된 시간이 나의 여유로운 한때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_119쪽
인도의 핸드메이드 책을 고수하는 타라북스 직원들의 직업 정신이다. 빨리빨리 일들을 처리하고 남은 시간에 대부분이 사람들은 아마도 편리한 기기에 몸과 정신을 맡기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우리의 일상의 모습이다. 그런 유혹에 빠지기 쉽다. 유혹을 이겨내고 불굴이 저항 정신으로 살아가려는 작은 행동 중에 하나가 아마도 책으로 돌아가겠다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대항하여 사람이 드문 지방 깊숙한 곳에 그리 넓지도 않은 가정집을 개조하여 책방을 운영하며 끈질기게 버티며 살아낸 결과 많은 이들이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지역의 명소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책장에 꽂힌 책들에는 내 삶이 스며 있었다" _159쪽
책 좀 읽는 사람들에게는 나름 인생 책이라는 것이 있다.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 준 책, 침체에서 벗어나게 도와준 책, 책 읽는 삶으로 유인하게 해 준 책 등 저마다 개인의 삶의 스토리 중에서 중심을 잡게 해 준 책이 있다. 그런 책들은 단순한 종이책들이 아니라 삶이 깊숙이 배어 있는 책들이다. 김장 김치 속에 맛있게 양념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굴곡진 인생이지만 사이사이마다 책이 배어 있는 삶은 결코 흔들리지 않고 제자리를 찾거나 한 단계 계단을 딛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삶일 것이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은 사람의 삶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