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으면 그만이지 -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
김주완 지음 / 피플파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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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렸으면 미련 없이 버려야지. 줬으면 그만이지. 감사패 그거 뭐 하려고..." (281쪽)

독서의 유익한 점은 멋진 어른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 만난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어른은 나만 잘 몰랐지 세상 사람들은 아마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을 거다. 나도 페이스북에서 공유된 내용을 얼핏 봐서 이름 석자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막상 김장하 어른의 취재기를 읽고 나서 정말 멋진 어른이구나, 이 시대에 이런 어른이 계실 수 있을까 감탄했다.

얼굴 내는 일,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는 일을 원체 싫어하시는 분이라 지금까지 그의 이름, 그의 선행은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 주변인들 정도만 알고 있었지 대중에게 소개된 바는 없었던 것 같다. 헌법재판소 대법관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자신의 롤 모델은 김장하 어른이라고 말했던 사례처럼 김장하 어른으로부터 이래저래 도움을 받았던 이들이 이제 나이가 들어 사회 구석구석에서 꿈을 펼치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장하 어른을 가리켜 '아름다운 부자'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가 평생 동안 사회 구석구석에 선한 손길을 펼치는 않은 곳이 없다. 특히 그가 거주하고 있는 경상남도 진주에는 언론, 문화, 시민사회, 학술, 여성, 농민, 노동단체에 이르기까지 김장하 어른의 지원을 받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 중학교만 졸업하고 한약방 종업원으로 입사한 뒤 한약종상 시험에 합격하여 한약방을 차린 이후부터 줄곧 그는 자신이 일군 부를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사용했다. 현재 시세 200억 원이 넘는 명신고등학교를 아무런 조건 없이 국가에 기부한 일, 60억 원이 넘는 남성 문화 재단을 국립경상대학교에 기부한 일 등은 대표적인 사례다. 그뿐인가.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입학금, 생활비까지 지원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그의 장학금 지급 원칙은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장학금 수여식 또는 전달식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사진도 찍지 않는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선발한다. 졸업할 때까지 전액 지원한다. 생활비 등 각종 경비까지 지원한다. 그런 기록 자체를 남기지 않고 누가 물어봐도 말해주지 않는다. _117쪽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누가 물어봐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퉁친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랑할 법도 한데 말이다. 자신이 모은 재산을 털어 고등학교를 설립했을 뿐만 아니라 이사장의 직함이 있음에도 전혀 학교 운영에 간섭하지 않았다. 심지어 선생님들의 회식비 지원, 선생님들 가족 위로회 등의 경비는 본인 돈으로 아낌없이 지원할 정도로 일반 사람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어른 중에 어른이다.

김장하 어른도 대단하지만 그 사모님 최송두 여사님도 보통분이 아니시다. 남편이 거의 모든 재산을 기부하고 후원하는 일에 쓴다면 아내의 입장에서 몹시 힘들 수 있을 텐데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하니 두 분 모두 어른이시다. 자동차 대신에 늘 걸어 다니시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셨다고 한다. 어는 정도 부를 이루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를 사고 넓은 집을 사고 겉모습도 치장하고 그런데 김장하 어른은 수수한 모습 그대로다. 세상에 이런 분이 있으셨다니.

지금까지 그가 언제부터, 얼마나 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는지, 그 전체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가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_105쪽

"내가 배운 게 없으니 책이라도 읽을 수밖에" _134쪽

선생은 제게 자유에 기초하여 부를 쌓고 평등을 추구하여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며, 박애로 공동체를 튼튼히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몸소 깨우쳐 주셨습니다. _137쪽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문형배)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겠기에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_ 198쪽

본교 설립(명신고등학교)의 모든 제원이 세상의 아픈 이들에게서 나온 이상, 이것은 당연히 공공의 것이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는 것이 본인의 입장인 것입니다._198쪽

제가 거둔 금전적 이득은 제 자신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필요 이상은 절대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그 근검절약의 결과 쌓이고 쌓인 것이 바로 본교(명신고등학교)인 것이고._199쪽

김장하는 자신의 선행이 드러나는 걸 극도로 싫어할 뿐 아니라 이미 알고 묻는 질문에도 그런 경우 '기억이 안 난다'거나 묵비권으로 일관한다. _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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