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리더십 - 합의에 이르는 힘
케이티 마튼 지음, 윤철희 옮김 / 모비딕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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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최장수 총리를 지낸 앙겔라 메르켈은 16년 동안 독특한 리더십을 발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동독 출신인데가 과학자이며 정치적 인맥이라고는 전혀 없는 배경에서 기적과 같이 리더의 삶을 살았으며 오랜 시간 동안 국민의 지지와 신임을 넘어 사랑을 받는 총리로 기억되고 있다.

그뿐인가. 그녀의 리더십을 통해 독일은 유럽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며 경제 부국을 넘어 윤리적인 모델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과연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했기에 그런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을까?

그녀의 장기 집권 비결은 지적 능력과 고된 업무 수행에도 버틸 수 있는 경이로운 체력이었다. 다른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그녀의 단조로운 연설 스타일이 장점으로 부각되었다. 좋은 아이디어라면 그 출처를 따지지 않고 인정했다. 이것은 정치적 반대 세력을 무력화하는 영리한 방법이었다.

메르켈은 과묵한 지도자다. 언어는 신뢰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항상 말을 조심스럽게 활용했다.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들기 위해 침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신앙과 성경을 통해 험난한 자신의 여로를 버티어 나갔다.

총리 취임 선서를 보면 이렇다.

"독일 국민의 안녕을 위해 노력하고 국민들의 복지를 증진하며 국민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며 헌법을 수호하기로 선서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저를 도우소서" (138쪽)

독일 연방공화국의 총리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가 아니다. 프랑스의 대통령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그렇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는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문제에 대한 권한은 16개 주와 막강한 헌법재판소에 분산되어 있고 총리는 합의와 설득을 통해 통치하게 되어 있다. 정치적 라이벌은 더 가까이 두며 관리했다.

그녀의 재임 기간 중 가장 큰 난관은 이민자의 수용 여부였다. 이슬람 지역에서 쏟아지는 이민자들을 100만 명 이상 자국 내로 받아들이는 정치적 결단을 감행했다.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총리의 몫이었다. 국제적으로 자국 중심주의를 우선시하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외교는 가장 힘든 고비 중에 하나였다. 젊은 프랑스 마카롱 대통령과의 절묘한 조합을 통해 유럽을 넘어 세계의 질서를 잡아가고자 노력했다. 러시아의 푸틴, 중국의 시진핑, 미국의 트럼프와 같은 성숙된 민주주의 세계를 혼란케 하는 지도자들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장기 집권을 하면서도 존경받는 지도자로 기억되는 이유는 세계의 정세 속에서도 인류가 지속 가능하게 붙잡고 나아가야 할 가치들을 양보하지 않고 뚝심 있게 지켜나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독일의 성장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유럽 내 다른 국가들에게 오해 사지 않도록 해야 했으며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써 가져야 할 가치를 정책으로 실천해 나간 그녀의 리더십으로 힘이 지배하는 국제 사회를 최소한 균형 있게 흘러가도록 만들어 놓았다. 유럽의 지도자를 넘어 세계적 지도자의 반열에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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