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동 헤리티지 - 공단과 구디 사이에서 발견한 한국 사회의 내일
박진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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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이란 앞 세대가 물려준 사물이나 문화 등을 가리킨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살고 있는 지역은 오랜 세월 앞서간 이들이 땀을 흘리고 살아간 흔적이 있는 곳이다. 눈에 보이는 것들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문화, 정신, 가치 등도 내재되어 있는 곳이다. 저자는 구로동의 과거와 오늘,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구로동 헤리티지는 미래를 밝히기 위한 과정이다. 과거를 통해 현재의 삶을 조명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화려함보다는 꾸준함이 먼저라고 이야기했듯이 현재의 화려함은 과거의 꾸준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구로동의 산업 단지가 있었기에 현재의 구로 디지털 단지가 존재하는 것이고 내국인과 외국인이 혼재되어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다문화의 모습이 곧 우리의 미래의 모습임을 알게 해 준다.  

 

과거에서 우리는 교훈을 찾고자 한다. 잊고 덮어 두어야 할 문화가 아니라 끄집어내어 계승해야 할 소중한 정신을 찾는 우물이 과거의 헤리티지다. 민주화 운동의 시작도 척박한 노동 현장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경제 선진국으로 발돋움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수많은 노동자들의 아픔과 어려움 속에서 시작된 것임을 보건대 이제는 과감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치장하는 말 뿐인 공로가 아니라 우리의 어두웠던 과거의 모습을 뒤돌아보며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그림자들의 원인을 찾아내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디지털 단지라고 하면 첨단 산업의 종류로 사람의 손이 필요 없을 듯 비친다. 더구나 AI라는 인공지능은 더더욱 사람의 노동을 쉬게 하며 그 잉여 시간을 창작의 시간으로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사람이 밑작업을 해 놓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임을 알 수 있다. 저임금으로 사람을 써야지만 수지타산이 맞는 산업이 디지털 산업이라고 말한다. 모든 산업은 결국은 사람에서 시작된다. 값싼 노동력으로 사람을 바라본다면 여전히 후진국형 발상으로밖에 볼 수 없다. 지금도 구로동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남들이 출근하기 전에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청소 노동자들의 삶이 곧 우리의 민낯임을 볼 수 있다. 화려함 이면에는 늘 그늘진 면이 존재한다.  

 

구로동의 미래의 모습이 곧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 모습이 아닐까. 이미 외국인 이주민의 노동이 없다면 우리의 산업은 멈출 수밖에 없다. 저출산 고령화의 대한민국의 미래가 그리 밝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암울하게만 볼 수 없다. 더불어 포용하며 살아가야 하는 미래 시대에 이미 구로동 사람들은 중국인을 비롯한 재한 동포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오래전부터 실천해 오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은 외국인 이주민들이 분포하는 비율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을 볼 때 혐오와 차별의 시선으로 그들을 볼 것이 아니라 연대와 배려의 몸짓으로 환대해야 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동네의 모습을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면밀히 들여다본 것과 대한민국의 과거와 오늘, 미래의 모습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독자들의 몫이 남아 있다. 독자들이 살고 있는 동네들을 살펴볼 차례다. 눈을 들어 우리 지역의 변천사를 통해 미래를 설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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