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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신다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산업 현장에서 한 해 노동자들이 800명 이상 사망한다고 한다. 그중에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는 산재 사고는 고작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어 경영진의 안전 책임에 대한 의무감이 법적으로 제시된 것은 참 다행이다. 그 이전 법인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측에서 고용한 안전책임관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었으며 그것도 대부분 노동자의 과실로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2016년 구의역 열차 치임 사고(김 군), 2018년 태안화력발전(김용균), 2021년 평택항 하역노동(이선호), 2022년 SPC 자회사 SPL 공장 산재(박 아무개)와 같이 극적으로 언론과 정치권이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애쓴 산재 사고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사고의 은폐와 과실의 대부분을 노동자 개인에게 돌린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 기관에서 작성하는 재해조사의견서와 법원의 판결문도 유족 측과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아 산재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는 일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근본적인 사고 방지를 위해서 산재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법적으로 준수하지 않는 점들을 캐어 책임자 몇몇만 처벌하는 중심의 수사보다는 산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을 살피기 위한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고 한다. 책임자 처벌 또한 대부분 집행 유예 또는 벌금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기에 유족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어느 누구도 시원하게 답변해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왜 산업 현장에서는 안전 준수 매뉴얼과 지침들이 수립되어 있는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까?
결국은 돈의 문제다. 안전책임관리자와 안전시설을 확충하는 비용보다는 차라리 사고가 나더라도 벌금을 지불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사람의 안전보다는 사측의 경영 이익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구호와 말 뿐인 안전 대책은 있으나마나 하다. 산재 사고를 당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하청의 비정규직 직원이기에 안전을 위해 원청에 요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다음번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는 안전한 요소가 답보되지 않더라도 참고 일하는 구조가 현재 우리 산업 현장의 현주소라고 한다.
원청과 하청의 지배적 구조는 소통 불감증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위험한 작업일수록 소통은 절대적이다. 작업의 속도,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하고 수시로 점검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원청과 하청의 구조 상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상태다. 작업 활동 간에 소통만 잘 이루어지더라도 많은 산재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안타까운 대목이다.
안전에 예산을 쏟아붓는 일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닐진대 이익의 유혹에 눈먼 사람들의 삐뚤어진 판단과 시선으로 오늘도 이름 없는 많은 현장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책의 부제이기도 한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고를 단순히 덮는 형식으로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적 원인들을 면밀히 살펴보는 과정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자의 목을 조르는 법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브랜드를 선양하고 지속가능한 이익을 창출해 가는 동력임을 사회적으로 모두가 인식했으면 한다.
산재 사고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나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자각할 때 함께 공감할 수 있다. 내 자녀가 산재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면 과연 뒷짐만 지고 가만히 앉아 있을 부모가 있겠는가. 하루에도 산업 현장에서 죽어가는 이들이 내 자녀일 수 있음을 생각하며 안전한 작업 환경이 보편화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