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프로젝트 - SF, 판타지, 블랙코미디 본격 장르만화 단편집
봉봉 지음 / 씨네21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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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자궁에 의한 출산 이야기가 허구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 것은 과학 기술의 발달로 있거니와 출산을 기피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한몫을 더 하는 것 같다. 다만 문명의 이기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시기에 빛과 그림자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인위적으로 우월한 유전자를 통해 출산을 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보이지 않게 사람들이 취사 선택할 수 있다는 빌미로 버려지는 아기들도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생명을 경시하고 욕심의 끝이 한도 끝도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책 제목이기도 한 웰다잉 프로젝트. 고독사가 사회적 이슈가 된 지 참 오래되었고 정신적인 소외감과 박탈감으로 인해 마약에 손을 대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현재의 모습 속에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행복을 얻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지만 결국은 만질 수 없는 신기루라는 사실을 아는 것은 시간문제다. 웰다잉 프로젝트, 즉 죽는 것까지도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세상을 그린 저자는 웰다잉 프로젝트조차 결국은 돈 앞에 종속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 아닌가 싶다.  

 

 

외모 지상주의 시대를 살아간다. 저자도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붉은 여왕'이라는 챕터에서 사람들이 외모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다루고 있다. 성형을 통해 모두가 남들에게 이목을 끄는 외모를 갖기를 원한다.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말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사실 그렇기는 하다. 광고를 비롯한 모든 매체에서 외모가 빼어나지 않고서는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세상이다.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외모에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집중하는 이유가 시대가 만든 외모 중심 문화인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자. 모든 사람이 정형화된 외모로 탈바꿈한다고 해 보자. 미의 기준이 달라지지 않을까.  

 

 

유튜브 조회수로 돈을 버는 세상이다. 지난여름 아내와 잠깐 여행을 다녀온 곳도 입장료는 받지 않지만 안내해 주시는 분이 유튜브 구독 단추를 눌렀는지 현장에서 확인한 뒤에 입장시켜 주는 경우가 있었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동영상을 만들어 업로드하고 주변에 많이 구독해 달라고 갖는 방법을 동원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마지막 비행'이라는 챕터도 어찌 보면 청소년들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위험천만한 행동을 옮기는 모습을 그려낸 것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신의 변기'에서는 광신적인 종교 집단의 유혹에 빠진 일가족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성이 마비된 종교 집단은 사람의 가장 약한 부분들을 공략하여 자신들의 교리를 설득한다. 재산을 강탈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명까지도 하찮게 여긴다. 과연 제대로 된 종교라고 할 수 있을까? 

 

 

장르만화로 독자층을 폭넓게 흡수한 저자의 시도가 참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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