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 언어치료사가 쓴 말하기와 마음 쌓기의 기록
김지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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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의사는 눈빛, 표정, 특유의 몸짓 등을 통해 전달되고 어른이 이를 자연스레 반영하면서 아이의 욕구가 해결된다" _39쪽

 

언어치료사인 저자는 발화를 힘들어 하는아이, 중증 장애를 통해 기초적인 언어 습득이 어려운 아이, 지적 장애로 한계를 지닌 아이 등을 가정으로 찾아가 언어 치료를 하는 교사다. 가정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보통 주 양육자의 요청으로 시작된다. 최근 바우처 제도가 활성화 되면서 경제적 부담이 적은 탓도 있지만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느리게 진행되는 언어 능력에 걱정이 되어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회 수업 시간이 40분이라고 하지만 40분 내내 집중적인 치료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지점을 포착하여 아이의 마음을 사는 일이 우선이라고 한다. 간혹 자신의 수업 스타일이 맞이 않아 일방적으로 언어 치료를 중단시키거나 교사 교체를 요구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교사와 아이의 문제를 넘어 보호자가 개입되면 어떤 치료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말은 강물과도 같다. 아이들의 말은 어른들에 의해 받아들여져야 한다. 미숙하다는 이유로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 그래야 막히지 않고 유유히 흐를 수 있다." _111쪽

 

아이들의 말이 수업이 진행되면서도 유창해 지지 않는다고 해서 조급해 하면 결국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분위기를 감지하고 치료를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언어치료사에게 오랫동안 꾸준히 일관되게 치료를 맡기는 양육자도 있지만 바우처 지원 기간 종료 또는 가정의 여러 가지 이유로 중단에 멈추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때 가장 아쉬워하는 사람은 바로 언어치료사라고 한다. 

 

저자는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가정으로 찾아가 치료를 했던 아이들을 잊지 못해 편지를 쓴 부분들이 실려 있다. 수신자들이 읽을 수 없는 편지지만 저자의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보호자의 심정 못지 않게 애정과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글이다. 뇌 병변과 같은 중증 장애로 태어난 아이들은 마치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를 살고 있다. 자신의 의사 표현을 눈빛이나 표정, 몸짓 아니면 짧은 소리로 겨우 나타내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에게는 언어가 숨어 있는 듯해 보이지만 언어치료사들은 꼭꼭 숨어 있는 언어들을 캐내 아이들의 삶과 연결시키려 애쓰고 노력한다. 

 

언어치료사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섭식도 언어치료사가 하는 일 중 하나라고 한다. 작고 미묘한 변화를 위해 아이의 특성에 맞는 방법들을 개별 맞춤식으로 찾아낸다. 아이가 좋아하는 물건을 찾아내 주고 받는 일부터 시작한다. 이것은 언어치료사와 아이와의 대화다.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 양육자와의 상담도 언어치료사가 하는 일이다. 수업만큼이나 중요하다. 가정과 연계한 수업을 기획한다. 그렇다보니 수업이 끝나면 마라톤이라도 하고 난 것처럼 온몸에 힘이 빠진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수고하고 애쓰는 이들이 참 많다. 다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한 아이의 언어 향상을 위해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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