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마음 -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
이다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자신이 돈으로 산 물건들을 '반려 물건'이라고 칭한다. 단지 구매욕심 때문에 산 물건이라고 할지라도 몇날 며칠을 지갑 걱정, 앞으로의 사용 계획 등을 고려하여 구매한 물건이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는 한 자신과 오랫동안 함께 할 물건이기에 반려 물건으로 생각한다.

 

요즘 워낙 많은 신상품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미 산 물건들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필요해서 산 물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먼지가 뽀얗게 앉을 정도로 뒷구석에 쳐 박아 놓는 경우가 있다. 그 뿐인가. 시대의 유행에 따라 쓸모가 분명히 있음에도 좀 더 나은 디자인을 추구하기 위해 버려지는 물건들도 꽤 많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총망라하여 저자는 자신이 그동안 품고 함께 지냈던 반려 물건들에 대한 소회들을 에세이로 풀어냈다. 물건 하나하나에 사연이 담겨 있다. 아니 저자의 삶이 담겨 있고 인생 그 자체다. 은밀한 사연도 자신의 얼굴을 타인에게 공개하듯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암투병을 경험했고 자신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번역가의 길을 걸어가며 틈틈히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하지만 상당한 수준을 겸비한 음악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자는 반려 물건을 통해 자신을 돌본다. 사람이 물건을 돌본다고 해야 정상인데 저자는 물건이 자신을 돌보고 있다고 얘기한다. 무슨 얘기인 질 궁금하신 분들은 에세이를 찬찬히 읽어보시라.

 

"우리가 그 돈을 쓰는 모습은 우리가 아무리 감추거나 포장해도, 아무리 겸손하고 은근하게 과시해도 세상과 삶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여실히 드러낸다" (149쪽)

 

나도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반려 물건이라고 부를 만한 게 있을까 생각해 보니 문뜩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나는 소비 생활을 주체적으로 하지 않는 편이다. 아내가 사주는 옷을 입고 사주는 신발을 신는다. 심지어 자동차를 구매할 때에도 큰 생각을 하지 않고 경제성 하나만 따지보고 덜컥 사는 편이다. 저자처럼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꼼꼼히 여러모로 생각해 보며 사지 않기에 특별히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들이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

 

이 물건을 보면 마음에 위로를 얻는 물건

왠지 이 물건을 들여다보면 오랫동안 생각에 머무는 물건

오랫동안 버리지 않고 고이고이 간직하고 싶은 물건

애착이 가고 소중히 보관하고 싶은 물건

 

그러고 보니 소소하지만 대충 물건들이 떠오른다. 앨범들, 돈 주고 산 책들, 25년 전 군 제대하며 가지고 나왔던 군화, 군복들, 대학시절 학군단 후보생 때 들고 다녔던 007가방 등

 

앨범에는 인화된 사진들로 차곡차곡 채워져 있다. 애들 어렸을 적 사진들, 결혼 앨범들. 돈 주고 산 책들은 정말 버리기 아깝다. 나의 정신적 가치관의 바탕이 된 책들이다. 군 생활 신고 다녔던 군화는 참 많은 사연이 담겨 있다. 지금도 아파트, 교회 제설 할 때 신는다. 다른 어떤 장화보다도 눈 치울 때에는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25년 된 군화 아마도 죽을 때까지 보관하지 않을까 싶다. 아내가 버리지 않는 이상. 학군단 후보생 시절 들고 다녔던 007가방에는 아기자기한 보물들이 빼곡히 들어 있다. 소위 말해서 땅문서라고 하는 아파트 매매 증서부터 시작해서 월급 통장들(지금은 인터넷 뱅킹으로 차츰 사라지고 있는 것이지만). 하나하나 붙잡고 생각에 빠지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것들이다. 과거를 소환하고 애환이 듬뿍 담겨져 있는 것들이다. 눈물이 안구를 정화하듯 이 물건들은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나에게 무언의 메세지를 던져주는 물건들이다. 저자가 말한 '반려 물건' 인 셈이다.

 

"물건을 구매할 때 느끼는 짜릿함보다 물건과 오랜 관계를 지속하면서 더 만족함을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세월이 지날수록 물건이 나의 존재를 반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8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