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 영화관 소설집 꿈꾸는돌 34
조예은 외 지음 / 돌베개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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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소설집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에 이어 이번에는 영화관 소설집 『캐스팅 』이 나왔다! 

 

영화관 소설집답게 7편의 단편소설이 모두 영화관과 관련되어 있다. 진로에 고민 중인 고등학생이 학교 수업 빼 먹고 늘 조조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들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스크린 속으로 관객이 유유자적 걸어들어가는 환상을 본다는 이야기, 약간 4차원의 세계이긴 하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이 실제로 현실 속으로 빙의하여 활동하는 모습을 그린 이야기 등 판타지는 아니지만 현실 세계를 초월한 내용을 다룬 단편들도 실려 있다. 집중하여 읽지 않으면 맥락을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시골 읍내 폐관되는 영화관 이야기는 인구소멸시대에 살아가는 우리 지역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읍내 사람들의 유일한 문화 공간이었던 영화관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안방에서도 각종 신간 영화를 볼 수 있기에 점점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됨에 따라 할 수 없이 문을 닫게 되는 서글픈 이야기가 가슴에 가장 깊이 와 닿는 단편이었다. 한 때는 결혼식 공간이자 연주회 공간으로도 활용되었던 장소였고 할아버지부터 어린 손자까지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 폐관되는 날을 못내 아쉬워하며 사람들 모두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고자 '장수극장'을 주제로 영상을 찍어낸다. 누가 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자발적으로 마음으로. 

 

또 다른 가슴뭉클한 이야기도 있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산 속 요양원에 들어간 전직 제약 회사 직원이었던 아주머니의 사연 또한 영화관과 관련이 있다. 비록 자신만의 작은 공간으로 꾸며진 영화관이지만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이라고 봐야 할 정도로 정성껏 영화 DVD를 수집해 온 영화광이기도 하다. 그런데 하필이면 다른 집의 화재로 자신만의 영화관인 작은 방이 화재의 피해를 받고 만다. 화재가 일어난 그날을 깃점으로 그녀는 삶의 의미를 다른 곳에서 찾고자 입양을 선택한다. 

 

이처럼 영화관과 관련된 미처 생각지도 못한 에피소드들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 나는 영화관과 관련하여 특별한 장면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 반공영화를 단체로 봤던 기억, 사춘기 시절 소피 마르소의 영화를 기대하며 영화관을 기웃거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요새는 영화관도 현대화가 되어 예전처럼 인간미를 느낄 수가 없다. 다만 작은 소도시에 위치한 자그만한 영화관들은 사람도 적을 뿐만 아니라 기계적인 냄새, 바쁘게 입장해야 하는 느낌보다는 좀 더 느긋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커다란 스크린이 구비된 영화관에서 영화를 봐야 제맛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단지 너무 대형화되고 상업화가 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관을 주제로 일곱 분의 작가들이 다양한 세계를 그려낸 것을 보면 글의 세계란 참 넓고도 깊은 세계가 아닐까 싶다. 글의 세계는 창작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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